[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미국 뉴욕]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이번주는 <주간 블록체인>이 ‘NFT NYC’ 출장으로 하루 늦었습니다. 지난주 미국 뉴욕에서는 세계 최대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 컨퍼런스인 ‘NFT NYC’가 열렸는데요. NFT가 블록체인 업계의 대세를 넘어, 콘텐츠의 미래로 자리잡았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NFT 시장은 크게 두 가지 분야로 분류됩니다. 게임과 예술인데요. 올해 들어 게임 아이템을 NFT로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이 큰 인기를 끌었고, ‘NFT 메타(블록체인 업계에서 대유행을 이르는 말)’의 한 축이 됐습니다.
동시에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시회가 사라지면서 디지털로 예술품을 제작하는 데에 NFT가 활발히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이므로 복제가 불가능하고, 소유권 및 거래기록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NFT 예술품 시장이 크게 성장했죠. ‘비플’처럼 수십억, 수백억에 NFT를 판매하는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부상하면서 미술, 음원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NFT가 활용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NFT 시장은 글로벌 단위라는 것입니다. 판매도, 구매도 모두 글로벌 단위로 이루어집니다. 국내에서 NFT가 태동 단계인 것에 비해 해외에서는 이미 비즈니스가 상당히 진척된 상태입니다. 해외 업체들이 NFT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어떻게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지 알아보는 게 시장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NFT NYC’ 행사의 이모저모를 게임과 예술이라는 두 개의 큰 축으로 분류해 살펴보겠습니다. 행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무엇인지, 이를 바탕으로 바라본 NFT 시장의 미래는 어떠한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메타버스‧디지털 재산‧플레이 투 언…NFT, 게임의 혁신을 주도하다
우선 게임 분야에서 NFT는 큰 혁신 두 가지를 이뤄냈습니다. 게임 아이템을 게임 밖으로 끌어낼 수 있게 했고, 사용자가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이 아닌 게임을 통해 돈을 벌 수 있게 했죠. 이 두 가지 혁신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게임에서 NF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고, NFT NYC에서도 게임 관련 발표 세션이 가장 많았습니다.
게임 관련 발표 세션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세 가지입니다. ▲메타버스 ▲플레이투언(Play to Earn, 벌기 위해 게임한다) ▲디지털 재산(Digital Property)였습니다.
세 가지는 모두 연결됩니다. 메타버스 안에서 NFT가 ‘디지털 재산’이기 때문입니다.
엑시인피니티, 디센트럴랜드, 더 샌드박스 등 블록체인 기반 게임들은 대부분 메타버스 게임인데요. 메타버스 안 캐릭터도 NFT이고 이 캐릭터가 착용하는 패션 아이템도, 캐릭터가 활동하는 부동산이나 빌딩도 모두 NFT입니다. 즉 NFT가 디지털 세상 속 재산 역할을 합니다.
행사 속 ‘메타버스 경제’ 세션에서 발표 패널로 나선 마가렛 드쿠르셀(Marguerite DeCourcelle) 블록케이드 CEO는 “요즘 사람들은 실제 자아와 메타버스 속 자아, 즉 두 가지 자아를 가진다”며 “NFT로 메타버스 내 자아를 표현한다”꼬 말했습니다.
이 NFT들은 게임 내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음은 물론, 메타버스 밖 다른 거래 플랫폼에서도 사고팔 수 있습니다. 연동되어 있을 경우엔 A게임 속 NFT를 B게임에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공공거래장부 역할을 하는 블록체인이 있어 가능하고요. 이런 장점 덕분에 메타버스를 개발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아이템을 NFT화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이 같은 특징은 전 세계적 열풍이 불고 있는 ‘플레이 투 언’ 현상과도 연결됩니다. 기존 게임에서는 사용자가 쓰는 돈이 모두 게임 개발사에 넘어갔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NFT는 이를 바꿔놓았습니다. NFT를 구매하면 소유권이 100% 사용자에게 이관되고, 이를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사용자는 실제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게임으로 돈을 버는 일이 가능해집니다.
‘플레이 투 언’ 현상은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꿨을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는 실제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서 ‘플레이 투 언’ 열풍을 일으킨 블록체인 기반 게임 엑시인피니티는 NFT NYC 현장에서 큰 환영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 현장에서 ‘플레이 투 언’만을 주제로 다루는 세션들도 두 개나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세션에서 발표 패널로 나선 막심 부카유(Maxime Bucaille) 아타리 블록체인 프로덕트매니저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으로 경제적 보상을 받아본 사람은 일반 게임을 다시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습니다.
◆누구나 창작가이자 수집가…보편화된 NFT 예술 시장
NFT 시장의 또 다른 한 축을 맡고 있는 건 예술 분야입니다. 미술작품뿐 아니라 음원, 더 나아가 텍스트파일까지 NFT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NFT NYC 행사가 인상 깊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을 NFT로 제작하는 신진작가들이 매우 많았다는 점입니다. 작가들은 발표 세션에 참여하기보다는 주로 네트워킹 자리에서 자신의 작품을 홍보했습니다.
아직 초기 시장인 데다 디지털로 예술품을 제작하기엔 최적의 수단인 만큼, NFT는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으로 여겨지는데요. 우리나라의 경우 간송미술관, MBC 등 이른바 ‘빅 플레이어’들이 NFT 예술품을 발행하는 사례가 주로 이슈화되곤 했습니다. 즉 우리나라에서는 신진작가들이 NFT를 통해 시장에 진출하고 있음을 체감하는 일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이런 일이 흔했습니다.
참가자 한 명 한 명이 NFT 작품을 사들이는 ‘수집가’이기도 했습니다. 발표 세션의 첫 마디로 “NFT를 100개 이상 가지고 있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라고 외친 발표자가 있었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손을 들었습니다. 행사 티켓 자체도 NFT로 발급받을 수 있었고요.
NFT NYC 행사기간 동안 참가 업체들은 뉴욕 곳곳에서 이벤트나 파티를 열었는데요. 특정 NFT가 있어야 입장 가능한 이벤트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마니아층에 가까운 NFT 수집가들이 해외에서는 보편화돼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NFT 예술계에 한 획을 긋는 ‘빅 이벤트’들도 행사기간 중 일어났습니다. 세계 최대 경매 업체 크리스티의 경매장에는 NFT 작가의 대표 격이자, 현존하는 예술가들 중 작품 가치가 높기로 유명한 ‘비플(Beeple)’의 작품이 전시됐습니다.
비플은 최근 실물 작품과 NFT가 모두 존재하는 작품 ‘휴먼 원(Human One)’을 선보였는데요. 비플 또한 행사기간 중 뉴욕에 와서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작품은 오는 9일 크리스티 경매에 부쳐질 예정입니다.
그는 지인의 제안으로 발행하게 됐으며, NFT 구매자는 틀린 철자까지 기록된 대본 초안을 직접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텍스트 파일과 영상도 NFT 예술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거품’ 우려도 제기…옥석 가리고 시너지 분야 발굴해야
게임과 예술은 곧 콘텐츠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NFT가 콘텐츠의 미래임을 확인할 수 있었던 행사였습니다.
하지만 가상자산‧블록체인 시장에서 사람들은 수많은 ‘거품’을 경험했습니다. NFT가 대세로 자리잡은 지금, 시장에 거품이 낀 건 아닐지, 더 나아가 지금이 ‘고점’은 아닐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거품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하면 옥석을 판별하는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NFT가 미래 먹거리임은 분명하지만 어느 것이 가치있는 NFT인지 판별하는 과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2018년 초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할 때, 어느 분야가 블록체인과 잘 맞아떨어지는지 판별하는 과정이 있던 것과 비슷합니다.
한정판 캐릭터 NFT라는 이유 하나로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으로 팔리거나, 발행인의 유명세에 힘입어 아무거나 NFT로 발행하는 일은 앞으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때문에 NFT NYC 현장에서도 어느 것이 가치있는 NFT인지 의견을 밝히는 발표 세션들도 꽤 있었습니다.
더불어 NFT와 잘 결합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행사 현장에서 가장 많이 거론된 게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과 NFT 간 결합입니다. 예를 들어 NFT 하나를 분할 소유한다거나, NFT를 담보로 대출을 함으로써 금융 분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또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온전히 개인에게 돌려주고, 거래내역을 블록체인이라는 분산 장부에 기록하는 NFT의 특성은 ‘웹 3.0’과도 잘 맞아떨어집니다. 웹 3.0이란 데이터가 분산화돼 저장되고,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웹 환경을 의미하는데요. 이번 행사에서도 NFT와 웹 3.0 간 관계를 논하는 발표 세션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NFT NYC’는 NFT가 게임 및 예술 분야에서 얼마나 활발히 쓰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자, 마니아층만 쓰는 기술이 아니라 이미 주류임을 알아볼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다만 모두가 NFT를 외치는 시장이라면 거품이 끼기 마련입니다. 이런 거품을 걷어내고 디파이, 웹 3.0 등 NFT와 잘 결합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하는 게 향후 과제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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