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이어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사업 확장에 나선다. 특정 분야 의존도를 낮추면서 전례 없는 호황을 맞이한 파운드리 시장을 공략하는 차원이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에도 긍정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다음달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첫 해외 출장이다. 미국 반도체 투자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미국에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기존 오스틴 팹보다 크고 선단 공정이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투자 공식화 이후에도 부지 선정도 완료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시점에서는 텍사스주 테일러시가 공장 지역으로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에는 애플 퀄컴 AMD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가 즐비하다. 최근 구글 테슬라 페이스북 등도 자체 반도체 생산에 나선 만큼 잠재적인 수주 물량도 적지 않다. 삼성전자는 신공장을 통해 현지 대응력을 높일 방침이다.
국내에서도 파운드리 생산능력(캐파)을 계속 늘려왔다. 올해 하반기 가동을 본격화한 경기 평택 2공장(P2) 내 파운드리 라인이 대표적이다. 3공장(P3)은 이미 공사에 돌입했고 향후 4~6공장도 순차적으로 지어진다. 극자외선(EUV) 전용 팹과 연결된 경기 화성 파운드리 공장도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파운드리 캐파는 2017년 대비 약 1.8배 확대했다. 총 생산량을 12인치(300mm) 웨이퍼로 환산 시 월 60만장 내외로 추정된다. 오는 2026년까지는 3배 가까이 늘려갈 계획이다. 파운드리 사업부 설립 이후 성장세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오스틴 공장 중단이 있었던 지난 1분기를 제외하면 분기마다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3분기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업계 최초 3나노미터(nm) GAA(Gate-All-Around) 공정을 도입한다. GAA는 트랜지스터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을 4개로 구현한 기술이다. 전력효율을 극대화한다. 양과 질 모두 우상향으로 가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파운드리 사업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 29일 키파운드리를 575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충북 청주에 월 9만장 내외 캐파를 보유 중이다. 돌고 돌아 17년 만에 다시 품게 됐다.
기존 파운드리 분야는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가 담당하고 있었다. 생산거점은 충북 청주에서 중국 우시로 옮겼다. 현지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를 공략하기 위함이다. 중국에는 수천 개 팹리스 기업이 있다. 우시 사업장 여유 부지가 있어 향후 추가 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키파운드리 인수까지 마무리하면 파운드리 캐파는 약 2배 늘어나게 된다. 앞서 SK하이닉스 박정호 대표가 언급한 내용이 현실화했다. 각각 중국과 국내에서 고객사의 8인치(200mm) 반도체를 생산하게 된다.
이번 투자로 메모리와 마찬가지로 국내 파운드리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1~2위 체제가 됐다. 양사는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지속 늘려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