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구현모 KT 대표가 고개를 숙였다. 지난 25일 오전 전국적으로 발생한 KT 유·무선 통신 장애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표명이다. 구 대표는 이번 사태 피해를 수습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장애는 지난 2018년 KT 아현국사 화재 사고 이후 3년 만에 다시 벌어진 것이다. 그만큼 KT에 대한 여론은 막다른 길에 내몰려 있다. 구 대표가 적극적인 사태 수습과 함께 철저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현모 대표<사진>는 28일 서울 KT혜화지사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이원욱 위원장·조승래 간사·이용빈 의원·정필모 의원 등 민주당 의원 4인과 통신 장애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제2차관과 김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부위원장도 함께했다.
구 대표는 이날 대책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10월25일 발생한 유·무선 인터넷 단절 사고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면서 “저희 KT를 믿고 이용해준 고객 여러분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 “기업망 고도화 과정에서 오류…책임 인정”
먼저, 구 대표는 “기업망 고도화 작업으로 새로운 장비를 설치하고 여기에 맞는 라우팅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며 “사고는 부산에서 시작해 11시20분대에 발생했다”고 사고 당시를 설명했다.
구 대표는 ”그동안의 내부에서 엄격한 프로세스를 적용해서 망 고도화 작업이나 라우팅 경로 작업을 해왔음에도 사고가 발생하게 됐다“며 ”협력사가 작업했지만 근본적으로 KT가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 책임이라고 인정한다“고 했다.
앞서 KT는 장애 발생 초기 사태의 원인에 대해 디도스 공격이라고 밝혔다가, 이후 네트워크 경로설정(라우팅) 오류라고 정정한 바 있다.
이원욱 위원장은 ”KT 스스로 이번 사고는 인재였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면서 ”KT가 사전에 테스트를 하고 작업을 할 수 있었음에도 가장 트래픽이 심한 낮시간에 경로설정 본작업을 바로 해버린 것이 원인“이라고 부연했다.
◆ ”약관 관계 없이 보상책 적극 마련하겠다“
구 대표는 KT 통신 장애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을 위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약관과 관계없이 적극적으로 보상책을 마련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보상안은 약관 보상이기 때문에 내부 이사회까지 가야하므로, 이 시점에서 시기와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올해 기준 KT 이용약관에 따르면 회사는 이동전화·초고속인터넷·IPTV 등 서비스 고객이 본인 책임 없이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이번 장애는 약 85분이 경과한 끝에 복구돼, 약관상으로 엄밀히 말해 KT가 고객들에게 보상을 해줄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게 구 대표의 의지다.
현행 보상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약관상 3시간으로 돼 있는 건 오래 전에 마련된 것으로, 현재 비대면 사회 들어 통신에 의존하는 서비스가 많은 시점에선 좀 더 개선돼야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피해 접수를 위한 신고센터도 운영하기로 했다. 이원욱 위원장은 ”KT에서 아직 피해 신고센터 운영을 안하고 있는데, 관련해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 접수할 수 있도록 센터 운영을 하라고 제안했고, KT에서 이를 수용했다“고 전했다. 구 대표 역시 ”과거 운영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음주 정도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KT 통신 장애 원인, 내일 오후 정부 발표
과기정통부는 오는 29일 오후 3시경 정부서울청사에서 KT 통신 장애의 구체적인 원인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KT에서 라우팅 오류라고 일차적 원인을 밝힌 상태이지만, 디도스 공격을 비롯한 외부 요인 가능성도 여전히 열어두고 있었다.
앞서 홍진배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현재 KT와 함께 사고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으로, 분석이 끝난 후 추가적인 후속대책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며 “사이버 공격 여부가 있었는지도 처음부터 확인하고 있으며, 사이버 공격이 맞을 경우 분석 기간은 꽤 걸릴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방통위도 이용자 보호 방안 마련에 나선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이번 KT의 인터넷 장애 사고에 대해 “규제 당국으로서 유감”을 표하면서, “방통위는 이용자 보호 주무기관으로서, 국민께서 입은 불편과 다양한 피해를 면밀하게 파악해 적절한 배상 등 이용자 보호 대책이 검토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