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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NFT에 왜 ‘제 2의 비트코인’ 수식어를 붙이나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최근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NFT)이 들어가는 기사나 게시물의 제목마다 ‘제 2의 비트코인’이란 수식어가 눈에 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는 공통점 외엔 성격이 많이 다른 만큼,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수식어다.

NFT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일종의 자산이지만 그 자체가 또 하나의 기술에 가깝다. 특정 게임 내 아이템을 다른 게임에서도 이용하고 싶거나, 예술품을 디지털 형태로 발행하고 싶다면 NFT로 발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세상에는 수백만 가지의 NFT가 있고 그 종류와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대체불가능한’ 토큰으로 불리는 이유다. 고유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수단이자 기술이 NFT이기 때문에 게임 아이템이나 디지털 예술품 분야에 쓰인다.

반면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대체 가능’ 토큰이다. 세상에는 같은 종류의 비트코인만 존재하고, 미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이든 한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이든 같은 비트코인이다. 거래소마다 가격 차이가 날 때도 있으나 이는 특정 플랫폼을 통해 거래를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궁극적으로는 A씨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과 B씨가 갖고 있는 비트코인의 가치는 같다. 즉, 서로 대체할 수 있다. 결국 비트코인과 NFT는 그 기반이 블록체인일뿐, 서로 상반된 개념에 가깝다.

문제는 NFT에 붙이는 ‘제 2의 비트코인’이란 수식어가 NFT의 성격을 모호하게 할뿐더러, 단순히 고가에 거래되는 NFT에만 관심이 쏠리도록 한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NFT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일부 NFT들은 매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유명인이 발행했거나 특정 캐릭터의 저작권이 들어가면 비상식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또 한정된 개수만 발행되는 ‘한정판’ NFT 컬렉션들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위 사례들은 매우 특수한 경우다. 거래 플랫폼에 등장하는 NFT 중 90% 이상은 구매자를 만나지 못한다. 장난으로 만든 NFT가 팔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작가들이 발행한 NFT 예술품 역시 구매자를 만나지 못하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NFT에 ‘제 2의 비트코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NFT는 무조건 고가에 팔리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형성되기 쉽다. 앞서 언급했듯 NFT는 무조건 고가에 팔리지 않는다. 물론 현재 NFT 시장엔 거품이 있어 예외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가치를 인정받을만한 NFT가 고가에 팔린다.

이런 사실이 더욱 알려져야 보다 가치 있는 NFT가 나올 수 있다.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신진작가들이 진입장벽을 허물고 NFT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NFT 시장은 메타버스와의 시너지 등으로 유망한 분야인 만큼, ‘무조건 고가’라는 잘못된 이미지가 허물어져야 시장의 거품도 해소되고 생태계가 발전할 수 있다.

구매자 입장에서도 수식어 때문에 NFT에 대해 오해할 수 있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이기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수단이기도 하지만 아직까지는 비트코인을 떠올렸을 때 ‘가격 상승’이 가장 많이 거론된다. NFT에 ‘제 2의 비트코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일수록 일확천금을 노리려면 NFT를 구매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기 쉽다.

이런 인식이 구매하려는 NFT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자금을 붓는 ‘묻지마 투자’로 이어져선 안 된다. NFT의 성격이 비트코인과 크게 다른 만큼, 그리고 무조건 고가에 팔리는 게 아닌 만큼 ‘제 2의 비트코인’이라는 수식어를 쓰려면 한 번 더 생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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