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카카오가 시장지배적 지위를 들어 소상공인 업종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진 가운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는 온라인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남용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이강수 공정거래위원회 국제협력과장은 ‘온라인플랫폼 해외 반독점 규제동향’ 토론회에서 “최근 미국 상원은 ‘경쟁법 집행 개선을 위한 법률’ 제정안을, 하원은 ‘플랫폼 분야 5개 반독점법’ 제정안을 발의했다”며 “거대 온라인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해 규제 대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온라인으로 열린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오기형·민병덕·이용우·이정문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것으로, 온라인플랫폼의 반독점적 거래행태에 관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외국의 반독점 규제동향에 대해 살펴보는 한편 국내 경쟁정책 수립·집행에 대해 가지는 함의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미국 상원이 발의한 법안의 경우 기업결합뿐 아니라 경쟁사업자의 배제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쟁당국의 조직·예산을 늘리는 등 법 집행의 실효성도 높였다. 이 과장은 “미국에서 대규모 기업결합과 경쟁사업자 합병 등으로 시장집중이 심해지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거래거절이나 약탈적 가격설정 등 경쟁을 제한하는 행태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적극적인 법 집행이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 하원이 발의한 5개의 반독점법 제정안은 온라인 선택과 혁신법, 플랫폼 경쟁법, 플랫폼 독점 종식법, 데이터 이동성·호환성 보장법, 기업결합심사 수수료 현대화법 등이다. 해당 법안들에는 자사우대 및 차별행위 금지, 기업결합 관련 입증책임 전환, 이해충돌 관련 사업부문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과장은 “플랫폼 사업자의 법 위반 감시 강화를 위해 우리 시장 상황에 맞게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그 예로 온라인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 추진, 거래금액 기반 기업결합 신고기준 도입 등을 내세웠다. 또 공정위가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과 전자상거래법 개정안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플랫폼사업자의 우월적 지위에서 파생되는 P2B(플랫폼-입점업체) 거래관계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온라인플랫폼 시장의 공정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한 규칙’을 시행하고 있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EU P2B 규칙은 EU 역내 설립된 온라인 중개서비스 및 검색엔진에 적용되는 것으로, 거래상 지위의 격차로 발생하는 현행 경쟁법의 공백을 보완하는 민사특별법이다.
강 입법조사관은 EU P2B 규칙에 대해 “플랫폼사업자의 지위남용 우려에 따른 규율 필요성과 유연성이 중시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사적자치 보장 및 혁신유인 위축 최소화 간의 균형을 고려한 절충적 규제모델로 평가된다”며 “사후규제를 보완하되, 과도한 사전규제는 지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정보 공개범위 등 규제 혼선이 우려되는 영역에 대한 예측가능성도 높였다”며 “이는 향후 우리나라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입법 논의에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플랫폼 사업자들의 승자독식 구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의 시의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플랫폼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한 규제를 해야 한다는 덧붙임도 있었다.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온라인플랫폼은 승자독식 구조로 입점사업자의 생사 여부를 쥐고 있을 정도로 강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며 “입법을 통해 이런 문제점을 해결해야 규제가 실질적으로 집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앱마켓 사업자들의 인앱결제 정책을 예로 들어 “과거 애플이 인앱결제를 강제했을 때 그 수수료로 인해 스포티파이가 요금을 30% 올렸는데, 이후 애플이 애플뮤직 출시로 30% 저렴한 가격을 내놨다”면서 “경쟁 앱 사업자에게 앱마켓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불이익을 주고 시장 가격을 좌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사무국장은“플랫폼은 혁신적 서비스로서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친경쟁적 효과가 있는 반면 양면 시장에서의 가격 불투명성과 승자독식으로 인한 실질 경쟁 감소 등 반경쟁 효과가 상존하고 있다”고 봤다.
장 사무국장은 “전통산업 하에선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막기 위해 비관련 업종에 무분별한 출자 제한하는 사전 규제를 했는데, 디지털 시대엔 제품·서비스의 융복합 혁신성과 소비자후생을 전방위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EU와 달리 우리는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경쟁할 국내 온라인플랫폼이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사업자 전략적으로 배제하는 행위, 지배력을 남용하는 자사 우대 등 시장 왜곡 행위에선 구조적 조치를 도입하되, 그 과정에서 혁신과 경쟁을 사전에 좌절시킬 수 있는 과도한 사전규제 방식은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