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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블록체인] 거래소 ‘빅4’ 위한 특금법, 美 SEC의 코인베이스 제재와 ‘평행이론’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주간 블록체인>은 기자가 음성 기반 SNS ‘음(mm)’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작성됩니다. 매주 목요일 9시 가상자산 재테크 서비스 ‘샌드뱅크’의 백훈종 COO(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음’에서 <귀로 듣는 주간 블록체인> 방을 엽니다.

방에서는 전문가 패널로부터 더욱 심도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기자에게 직접 질문도 가능합니다. ‘음’은 카카오톡 내 서비스로, 카카오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들어와서 방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 가장 큰 이슈는 역시 거래소 관련 소식이었습니다. 빗썸, 코인원, 코빗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영업신고를 완료했습니다. 지난달 업비트가 처음으로 영업신고를 한 후, 업비트 독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는데요. 이번주에 빗썸과 코인원, 코빗이 잇따라 영업신고를 완료함으로써 기존 4대 거래소, 즉 ‘빅4’ 체제가 공고히 유지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거래소는 여전히 난처한 상황입니다.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한 거래소들은 시장에서 퇴출되어야겠지만, 문제는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하고 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갖추며 특금법에 대비해온 거래소들입니다. 특금법 영업신고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음에도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지 못해 폐업 위기입니다.

기존에 실명계좌를 갖고 있던 ‘4대 거래소’ 외에는 새로 실명계좌를 획득한 거래소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에 우선 원화마켓을 포기하고, 코인마켓만 취급하는 ‘코인 전용 거래소’로 영업신고를 한다는 거래소들이 등장했습니다.

동시에 해외에서도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제재가 있었습니다.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사업에 SEC(증권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건 것입니다.

그런데 이 제재에서 국내 특금법과의 공통점도 있었습니다. 규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것인데, 오히려 소비자의 선택지를 줄이고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이번주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국내 및 해외의 규제 이슈를 다뤄보며 문제와 공통점을 찾아보겠습니다.

◆4대 거래소는 그대로…은행 제동에도 유지된 ‘빅4’

지난 9일 빗썸은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영업신고를 마쳤습니다. 10일에는 코인원과 코빗이 동시에 영업신고를 완료했고요.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를 비롯한 가상자산사업자들은 요건을 갖춰 오는 24일까지 FIU에 영업을 신고해야 합니다. 이 때 가장 큰 두 가지 요건은 ISMS 인증과 실명계좌입니다.

빗썸과 코인원은 지난 2018년부터 NH농협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줄곧 연장해왔고, 코빗은 신한은행과 계약을 연장해왔습니다. 업비트를 포함한 4개 거래소가 ‘4대 거래소’로 불린 이유입니다. 다만 업비트는 계약을 체결했던 기업은행이 신규계좌를 발급해주지 않아, 중간에 케이뱅크와 새로 계약했습니다.

2018년부터 계약을 연장해왔기 때문에 빗썸과 코인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확인서를 받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는데요. 뜻밖에도 지난달 농협은행이 제동을 걸었습니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트래블룰(가상자산 전송 시 사업자 간 송수신자의 정보를 공유하는 룰)을 근거로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으라고 한 것입니다.

거래소 입장에서 이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습니다. 가상자산 입출금을 막으면 시세조종 등에 취약해지고, 김치프리미엄 혹은 역프리미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에 빗썸과 코인원은 농협은행과 협의를 지속했고, 마침내 입장 차를 좁혀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확인서만 받으면 바로 영업신고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 빗썸과 코인원은 지난 8일 확인서를 받은 후, 각각 9일과 10일에 신고를 마치게 됐죠.

신한은행 역시 농협은행의 행보를 기다려왔던 것처럼, 농협은행이 확인서를 발급해주자마자 코빗에 확인서를 내줬습니다. 코빗 역시 실명계좌 확인서를 받자마자 영업신고를 완료했습니다.

이로써 4대 거래소는 그대로 4대 거래소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거래소가 정말 4개만 있어도 충분하냐는 것입니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업비트나 빗썸을 쓰기 때문에 4개만 있어도 된다는 여론이 널리 퍼져있으나, 이에 대한 반론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차피 업비트 쓰는데…왜 4개도 적다고 할까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습니다. 빗썸, 코인원을 합치면 90%가 넘고요. 3개 거래소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량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는데, 왜 거래소 4개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걸까요?

우선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세는 가늠할 수 없습니다. 2018년 초. ‘비트코인 붐’이 불 당시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8000억달러까지 커진 바 있는데요. 올해는 2조 5000억달러 규모로 커졌습니다. 모든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던 ‘크립토 겨울’을 겪고도 3년만에 3배 이상 불어난 것입니다.

이 같은 성장세를 생각하면 앞으로 더 많은 가상자산이, 더 활발히 거래될 것입니다.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같은 일반 가상자산뿐 아니라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같은 블록체인 기반 자산을 포함하면 시장 규모는 막대하게 커지겠죠.

이런 점을 고려하면 4개는 너무 적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거래소마다 상장된 가상자산이 다르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해외 유망 가상자산을 상장하기에 4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죠.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해외 거래소의 국내 영업을 막고 있는 만큼, 해외 거래소를 쓰기 힘들다는 가정 하엔 더욱 그렇습니다.

백훈종 COO는 “중소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을 모두 ‘잡코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4개 거래소에 상장되기 전 중소 거래소에서만 먼저 거래됐던 유망 가상자산들이 많다”며 “현재 업비트에서 거래량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헌트(HUNT)도 업비트 상장 전 데이빗이라는 중소형 거래소에서만 거래됐던 적이 있다”고 사례를 들었습니다. 4개뿐인 거래소가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상자산을, 또는 유망한 가상자산을 모두 담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서비스의 질 측면에서도 4개는 적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백 COO는 “자유경쟁 시장에서 여러 플레이어들이 경쟁해야 거래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며 “4개는 너무 적다”고 밝혔습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특임교수도 지난 9일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포럼에서 “소수의 독과점을 피하고 경쟁체제를 마련해 질 높은 거래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비트코인 거래량이 일본과 비슷한 만큼, 일본 규제 초창기 때만큼은 거래소를 남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코인힐스에 따르면 국가 통화별 비트코인 거래량에서 일본 엔화는 4.26%, 우리나라 원화는 4%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 유로에 이은 3, 4위입니다.

일본은 거래소가 정부 인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는 인가제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규제를 처음 도입한 지난 2017년 16개 거래소로 시작한 바 있습니다. 김형중 교수는 “2017년에 일본 금융청이 16개 거래소를 허가했다. 한국도 비슷한 수의 거래소를 남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4개 외 더 많은 거래소가 남으려면 거래소들이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ISMS 인증만 있고 실명계좌가 없는 거래소에 한해 원화입출금을 없앤 ‘코인 전용 거래소’로 신고하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상 영업을 막는 일입니다. 원화로 가상자산을 사고팔 수 있는 원화마켓을 없애 버리면 해당 거래소는 수익을 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현재 4개 외 거래소들은 지방은행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고팍스, 후오비코리아, 지닥 등이 실명계좌를 딸 수 있는 후보군으로 알려진 상태이고요. 전북은행, 제주은행 등이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은행들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실명계좌 발급이 어려운 거래소들은 우선 코인 전용 거래소로 신고한 뒤, 추후 실명계좌를 받아 변경신고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플라이빗, 코어닥스 등 ISMS 인증은 있으나 계좌가 없는 거래소들이 이같은 방침을 내놨습니다.

◆美 SEC는 코인베이스 압박…예치 상품 출시 막아

거래소를 향한 규제로 떠들썩한 건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SEC는 코인베이스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데요.

SEC가 문제삼은 것은 코인베이스의 ‘랜드(Lend)’ 서비스입니다. 출시 예정인 서비스로, USDC 등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이자를 주는 서비스인데요. 코인베이스는 이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그동안 SEC와 소통해왔으나, 최근 SEC가 입장을 선회해 서비스를 문제삼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서비스를 출시하면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경고를 날린 것입니다.

코인베이스는 SEC가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며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SEC는 단순히 랜드 서비스가 증권적 성격이 있다고 했는데, 그 근거를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죠.

더욱 논란인 것은 코인베이스을 제외하고 블록파이, 셀시우스 등 다른 미국 기업들은 비슷한 예치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는 점입니다.

브라이언 암스트롱 코인베이스 CEO는 11일(현지시간) 블로그를 통해 “다른 가상자산 기업들은 랜드 서비스와 비슷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데, 왜 코인베이스만 안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SEC 제재와 특금법 간 ‘평행이론’

이번 SEC의 코인베이스 제재와 국내 특금법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규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인데, 오히려 투자자의 권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동시에 규제는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데, 역설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초래할 수도 있죠.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SEC의 목표는 투자자를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을 만드는 것인데, 누굴 보호하는 것이냐”라며 “사람들은 여러 상품을 통해 이자를 얻어야 만족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투자자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금융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투자자를 위한 길이라는 겁니다.

이어 그는 “코인베이스가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투자자 보호가 아니라 투자자 권익침해”라며 “다른 기업들은 이미 하고 있는 서비스를 코인베이스만 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불공정한 시장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내에서도 특금법과 관련해 비슷한 주장이 나왔습니다. 특금법의 취지는 안전한 거래소만 영업하도록 함으로써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인데, 이 때 안전성 평가를 온전히 은행에게 맡겨버려 불공정한 시장을 만들었다는 지적입니다. 기존에 은행과 거래하던 선발주자들 외에 다른 거래소들은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이죠.

또 투자자들의 선택지를 좁히고, 독과점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함께 받고 있습니다. 지난 9일 열린 민형배 의원 주최 포럼에선 4대 거래소만 남을 경우, 나머지 거래소에 상장돼있던 ‘김치코인’이 증발하게 되고 이로 인한 피해액이 3조원으로 추산된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포럼에 참여한 김형묵 금융소비자연맹 연구위원은 “정상적인 회사가 발행한 코인이고, 해당 코인이 상장된 거래소도 특금법 준수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은행 계좌가 없어 폐쇄될 수 있다”며 “이 경우는 발행사와 거래소, 투자자 모두 불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정부 정책으로 인해 선량한 소비자가 재산 피해를 받는 사례”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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