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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로톡은 정말 불법 서비스일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법률 플랫폼 ‘로톡’이 기로에 섰다. 변호사 업계가 로톡을 불법 서비스라고 규정하며 강경 대응하고 있어서다.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로톡과 같은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황. 이대로라면 로톡은 변호사 회원을 모두 잃고 존립마저 걱정해야 한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정부와 헌법재판소에 불합리함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결론은 쉽게 나지 않을 전망이다.

◆ “로톡은 명백한 불법” “단순 광고일 뿐”

변협이 로톡을 불법 서비스라고 보는 근거는 ‘변호사법 제34조’다. 이 조항은 변호사로하여금 변호사가 아닌 자와 동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제34조1항1호에선 ‘누구든지 사전에 금품·향응 또는 그밖의 이익을 받거나 받기로 약속하고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다. 변협은 로톡이 이 조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로앤컴퍼니 측은 “변호사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홍보를 해줄 뿐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행위는 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로앤컴퍼니에 따르면 로톡은 변호사의 수임비에서 정률적으로 수수료를 나눠가지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에게 정액제로 광고비를 받고 광고를 해주는 사업모델이다. 현재 변협은 포털 검색엔진에서 제공하는 키워드 광고의 경우 합법이라고 보고 있는데, 로톡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 쟁점①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한다?

변호사법 제34조제1항1호에서 유념해서 볼 것은 ‘특정성’이다. 해당 호에서는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했는데, 로톡의 경우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는 것은 아니며 광고를 하는 여러 변호사 가운데 의뢰인이 원하는 변호사를 선택하게끔 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로톡 서비스는 이 ‘특정성’이 없기 때문에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변호사 업계의 생각은 다르다. 국내 지방변호사 단체 중 최대 규모인 서울지방변호사회(이하 서울변회)의 김기원 법제이사는 “‘특정’의 순간을 어느 시점으로 잡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면서 “예를 들어, 변호사를 알선하는 브로커가 의뢰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변호사 명단을 보여준 다음 한명을 고르게끔 하는 것 역시 ‘특정 변호사를 알선·소개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러한 서울변회의 주장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커머스 플랫폼을 예로 들어, 플랫폼이 여러 상품을 나열해놓고 소비자로하여금 선택 구매하게 하는 것이 ‘특정 상품’을 소개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로톡은 의뢰인에게 분야별 변호사 명단을 제공할 뿐, 특정 변호사를 추천하거나 연결해주진 않는다. 현행법상 ‘특정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로앤컴퍼니 측 또한 서울변회가 로톡 서비스를 브로커에 빗대 해석한 것은 맞지 않는 비유라고 반박한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특정 사건에 대해 특정 의뢰인을 특정 변호사와 연결해주고 계약 체결시 보수를 받는 브로커는 일정한 광고 영역에 변호사를 노출해주는 역할을 할 뿐인 로톡과 전혀 다르다”면서 “서울변회는 합법적 광고 서비스를 ‘특정성’과 연관지으며 불법성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말했다.

◆ 쟁점② 변호사와 플랫폼은 동업관계다?

변호사 업계는 또한 로톡과 같은 플랫폼의 경우 변호사와 ‘동업자’ 관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서는 ‘사용자’(플랫폼)와 ‘근로자’(변호사) 관계로 보기도 한다. 변호사는 법률플랫폼에서 광고주로서 자유롭게 홍보를 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변호사 회원은 플랫폼의 운영 정책에 따라야 하며, 플랫폼 역시 별점 제도를 두고 회원을 관리하기 때문에 오히려 고용-피고용 관계에 가깝다고 본다.

김기원 이사는 “변호사법 제34조의 표제는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 금지’”라면서 “비(非)변호사가 변호사로부터 수수료 등 대가를 받으며 일종의 동업으로서 계속적으로 변호사를 홍보하는 것이라면 소개·알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법률 플랫폼은 본업 자체가 변호사 소개이고, 변호사 회원이 성과를 낼수록 플랫폼 역시 돈을 버는 구조기 때문에 양측은 서로 이익이 연대되는 관계로 봐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석 역시 논란이 따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동업’이란 2명 이상이 금전이나 그밖의 재산 또는 노무를 출자해 공동사업을 경영하며 발생한 이익 또는 손실을 배분받기 위해 설립한 단체를 의미한다. 로앤컴퍼니 측은 “로톡은 회원 변호사를 고용하거나 성과에 따라 이익을 공유하지 않으며, 정률 수수료가 아닌 정액 광고료만 받으므로 동업 구조라고 할 수 없다”고 논박했다.

별점 제도 역시 변호사들을 관리하려는 목적이 아닌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정보 중 하나라는 입장이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서울변회 역시 변호사 정보 제공 센터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별점 제도를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서울변회가 별점 제도 운영을 언급한 것만 보더라도 별점 제도의 존재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을 스스로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 쟁점③ 법률플랫폼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

변호사 업계가 궁극적으로 염려하는 것은 ‘플랫폼에의 종속’이다. 서울변회는 “법률플랫폼의 영업방식과 과정보다는 플랫폼의 의도와 실제 결과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며 “법률플랫폼은 변호사를 종속하는 구조를 형성해 운영하려는 ‘의도’를 가지며, 실제로 변호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침탈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변호사법의 입법목적을 고려했을 때 이를 위반했다고 봐야 하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즉, 플랫폼이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게 되면 법원과 변호사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플랫폼에 불리한 내용의 사건은 수임하지 않게 하거나 소위 ‘거슬리는’ 변호사들은 배제하는 식으로 플랫폼이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 김기원 이사는 독일 기업의 배달의민족 인수를 예로 들어 “자본, 심지어 해외 자본도 국내 법조계를 지배할 수 있는 우회로가 생기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플랫폼은 변호사와 의뢰인 모두의 만족을 충족해야 그 존재가치가 입증된다”면서 “‘로톡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는 운영방식으로는 플랫폼이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로앤컴퍼니는 “만약 로톡이 다른 여타 플랫폼처럼 중간에서 중개수수료를 수취하는 형태라면 종속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로톡은 중개수수료가 0원이고 그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했다.

또한 플랫폼의 종속이란 어디까지나 ‘단일 플랫폼의 독점 구조’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볼 때, 아직 독점 체제가 형성되지 않은 법률플랫폼 시장에 대해 무조건적인 금지를 하는 것은 다소 과한 처사라는 지적도 가능하다. 플랫폼 자체를 금지하고 무력화시키기보다는 독점화로 인한 폐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반독점 규제도 그 예다.

◆ 쟁점④ ‘규제’가 아닌 ‘금지’하는 것이 맞다?

변호사 업계는 그러나 법률플랫폼에 대해 ‘원천 금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률플랫폼을 부분적으로라도 허용할 여지는 전혀 없다고 선을 긋는다. 김기원 이사는 “플랫폼의 방식으로 변호사를 소개하는 업무를 사기업에 배당하려면 당위적인 필요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라며 “민간의 창의와 혁신이 아니면 운영할 수 없을 정도의 업무여야 하는데 변호사 소개 플랫폼이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변호사 업계는 ‘공공 법률 플랫폼’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사기업에 의한 변호사 소개 플랫폼이 아닌, 공공성을 갖는 ‘변호사 정보 제공 센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센터는 ‘무수익 원칙’ ‘전관예우·허위·과장 등 위법한 광고내용 자체 검열 및 차단’ ‘사무장 상담이나 명의(아이디) 대여 행위 등에 대한 신속한 조사 및 징계’ 등 조치가 가능하도록 운영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그러나 거꾸로 변호사 업계가 법률플랫폼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아이러니로도 읽힌다. 공공 법률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은 결국 변호사들이 부담하는 꼴인데, 결국 영세한 변호사들일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진다. 변협과 서울변회 측은 이 공공 플랫폼을 부작용이 없는 방식으로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사기업에 비해 협회라고 해서 반드시 합리적이고 투명한 운영 방식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다.

◆ 변협-로앤컴퍼니 갈등, 법정으로 간다

이 같은 쟁점들은 결국 법정에서 시비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로톡은 변협이 지난 4일부터 법률플랫폼에 가입하는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내용으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것과 관련해, 지난 5월3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또한 최근에는 공정거래법및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변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변협이 개정한 규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끝마쳤다.

하지만 재판은 지난한 법리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로톡의 위기는 현실화되고 있다. 로톡의 가입 변호사 회원은 이달 3일 기준 2855명으로, 지난 3월말(3966명) 대비 28% 감소했다. 로톡은 2014년 2월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85개월 연속 회원 변호사 수가 증가하던 추세였지만, 변협의 광고규정 개정 이후 회원 수가 큰폭으로 하락했다. 로앤컴퍼니 측은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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