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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삼성전자, '美 투자' 급할 이유 없다

- 평택·시안 등 증설 진행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가 수개월 동안 소문만 무성하다. 현지에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사실 외에는 지역·시점·규모 등 확실한 것이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TSMC 인텔 등 경쟁사 행보와 비교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설의 시발점은 작년 말이다. 메모리 3위 업체 마이크론이 업계 최초로 176단 낸드플래시를 출시했고 TSMC가 미국 일본 등에 신공장 설립을 발표하면서다. 신제품 개발과 투자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차세대 낸드와 D램을 먼저 선보였으나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176단 이상 낸드와 10나노미터(nm)급 4세대(1a) D램을 올해 하반기 출시한다. 각각 더블 스택과 극자외선(EUV) 공정이 도입된다. 늦었다기보다는 시장 수요에 맞춰 기술을 다듬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운드리의 경우 판단을 내리기에 이른 시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했다.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제 2년이 지났고 9년이 남았다. 파운드리 사업 특성상 단기간에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일정 기간 신뢰와 경험이 쌓여야 고객사의 주문을 받을 수 있다.

투자 측면에서도 느리다고 보기는 힘들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경기 평택 2공장(P2) 내 D램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같은 공장의 낸드 및 파운드리 라인도 합세한다. 이미 파일럿 라인을 운영하면서 양산화가 초읽기다. 세계 최대 규모를 갖출 3공장(P3) 구축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하반기 가동 전망으로 당초 예상보다 반년 이상 빠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미국 투자가 시급한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올해 초 미국 한파로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이 멈춰서면서 4000억 내외 피해를 본 점, 미국 신공장에 공급이 부족한 EUV 장비를 투입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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