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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유료방송 갈등, 저가요금·끼워팔기 구조부터 바꿔야…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풀리지 않는 유료방송‧콘텐츠 업계 갈등 구도 속에서 ‘끼워팔기’와 ‘저가요금’ 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최근 유료방송업계에서 콘텐츠 사용료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CJ ENM 등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지상파‧종편, 홈쇼핑에 이르기까지 유기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혀, 유료방송뿐 아니라 온라인동영상(OTT)까지 갈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분쟁의 근본 원인은 ‘재원’, 즉 돈에서 비롯된다. 현재 상황을 살펴보자면, CJ ENM은 콘텐츠 제값받기를 위해 사용료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사업자 요구에 IPTV3사‧케이블 유료방송업계는 과도하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동시에 유료방송업계는 홈쇼핑업계에 송출수수료를 올리고 있다. 홈쇼핑사는 지난해 IPTV에만 1조원 넘게 송출수수료를 내면서도, 성장은 정체돼 있다고 송출수수료 인상을 반대하고 있다.

유료방송사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인상을 통해 지상파‧종편‧CJ ENM과 같은 힘 있는 콘텐츠 사업자에서 요청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분을 채워온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다. 전체 유료방송사 가입자당 월간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2019년 기준 4511원, 월간 PP 프로그램 사용료 지급 규모는 4591원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IPTV에 전년대비 25% 이상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요청했는데, IPTV는 홈쇼핑에 이와 비슷한 비율로 송출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홈쇼핑 송출수수료로 콘텐츠 프로그램 사용료를 막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사가 홈쇼핑 송출수수료도 낮추고 콘텐츠 사용료도 올려주면 좋겠으나, 양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에 재원은 한정돼 있다. 저가요금 구조 한계 때문이다. IPTV를 포함한 유료방송사는 소비자에게 월 이용료를 받고 있지만, 모바일 통신비와 달리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턱없이 낮다.

2019년 기준 방송수신료 매출 기준 월간 ARPU현황을 보면 케이블TV(SO)는 4661원, IPTV 1만2379원, 위성방송 7893원이다. 케이블TV는 2017년부터 5000원 이하로 떨어졌고, IPTV조차 1만원대 요금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방송 플랫폼이 ‘끼워팔기’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저가 유료방송요금 구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은 LTE보다 5G 요금이 더 비싸다. 하지만, 방송은 SD에서 HD(고화질), UHD(초고화질)로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가격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IPTV를 예로 들면, 통신사는 모바일‧인터넷과 결합상품으로 묶어 판매하고 있다. 모바일 ARPU는 상대적으로 IPTV와 인터넷보다 높고, 5G 요금제를 선택할수록 ARPU는 상승하게 된다. 이러다보니, 결합을 통해 IPTV 요금을 낮추는 식이다.

미국 AT&T에서 제공하는 유료방송서비스 중 스포츠채널 ESPN을 포함한 65개 이상 채널을 제공하는 요금제의 경우, 월 69.99달러다. 한화로 7만9000원이다. OTT ‘HBO맥스’를 포함해 영화와 스포츠 채널 등 130개 채널을 제공하는 요금제는 월 94.99달러로, 한화로 10만원이 넘는다. 미국의 경우, 유료방송서비스가 이처럼 비싸다 보니 OTT로 전환하는 코드커팅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사업자들이 끼워팔기와 저가요금 경쟁을 펼치면서, 이용자 가격을 쉽게 올릴 수도 없어졌다. 이미 저가요금에 이용자가 익숙해졌고, OTT 등 다른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대체제까지 생겼다. 이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유료방송 서비스를 내놓을 경우, 정부 요금규제 완화를 통해 다양한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끼워팔기는 콘텐츠 사업자에서도 볼 수 있다. 지상파‧종편‧CJ ENM과 같은 콘텐츠 영향력이 큰 사업자가 유료방송사와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 때 비인기 채널을 끼워파는 관행을 지속하고 있다. 시청자가 많은 인기 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콘텐츠 사업자가 보유한 비인기 채널까지 수십개를 묶어 한 번에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유료방송사는 경쟁력 없는 재방송만 가득한 불필요한 채널까지 사용료 인상을 받아줄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채널별로 협상할 수 있는 권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재원을 둘러싼 유료방송 갈등은 결국 상대적으로 열악한 재정상태에서 기인한다. 유료방송 서비스 요금의 정상화, 수신료의 합리적 재분배, 지나친 끼워팔기 문제 등을 해결해야 근본적 문제 해결이 가능할 전망이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열린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진흥 포럼을 통해 “대만은 꽃보다남자, 판관포청천 등 1990년대 콘텐츠 강국이었지만, 지상파서 케이블TV 시장으로 전환되면서 저렴한 해외 콘텐츠를 들여온 후 제작 경쟁력이 취약해졌다. 중국 후방시장을 활용하지 못하고 몰락한 사례”라며 “현재 국내 방송미디어 시장 갈등 핵심 원인은 재원으로, 곳간이 비어있으니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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