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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족한데”…DB하이텍, 왜 증설 망설이나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1-01-23 13:12:46
- 증설 최소 1~2조원 필요…8인치 신규 장비 확보 쉽지 않아
- 수년 뒤 파운드리 시장 상황 장담 못 해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수요가 넘쳐 공급 부족 현상이 발생할 정도다. 주요 업체들은 생산능력(CAPA, 캐파) 확대를 진행하거나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DB하이텍 등이 주목받는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 2공장에 파운드리 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가동 예정이다. 미국 오스틴 공장 증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B하이텍은 비슷한 듯 다르다. 캐파를 늘리고는 있지만 생산라인 효율화 작업 등에 그치고 있다. 신공장 증설에 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지만 회사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내부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DB하이텍이 고심하는 근거로 3가지를 꼽아볼 수 있다.
◆막대한 자금 투입 부담=DB하이텍은 현재 경기 부천과 충북 음성에 팹을 두고 있다. 통상 긴급물량 처리를 위해 5~10%를 남겨두고 운영하지만 주문량 급증으로 2개 공장은 풀가동 중이다.
DB하이텍의 캐파는 웨이퍼 월 12만9000장(지난해 3분기 기준) 수준이다. 2018년(11만7000장)과 2019년(12만2000장)보다 상승했다. 다만 고객사의 요청을 모두 처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회사 안팎으로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미 건물은 확보된 상태다. 음성사업장을 구축할 당시 팹 7개를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고 건물 2동을 올렸다. 이 중 1동만 가동되고 있다. 증설을 확정한다면 나머지 1동을 꾸리면 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클린룸 설치, 설비 투입 등에 최소 1~2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DB하이텍의 지난해 연간 매출이 9300억원 내외로 추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부담이 큰 금액이다. DB하이텍의 현금성 자산은 500억원 정도다. KDB산업은행 등과 투자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는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장비 구매 난항=DB하이텍은 8인치(200mm) 웨이퍼가 주력인 기업이다. TSMC, 삼성전자 등 선두권 업체는 12인치(300mm)가 메인이다. 12인치 웨이퍼는 면적이 넓어 미세회로 구현 시 원가절감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5세대(5G) 모뎀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주로 생산된다.
대세가 8인치에서 12인치로 바뀌면서 협력사들도 라인업에 변화를 줬다. 장비업체는 대부분 12인치 장비를 생산하고 8인치 장비는 사실상 단종됐다.
문제는 8인치 시장이 살아나면서 분위기가 바뀐 점이다. 8인치 웨이퍼에서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이미지센서,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이 만들어진다. 이들 제품은 미세공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8인치 사용이 용이하다.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인 파운드리 분야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참고로 DB하이텍은 최대 90~80나노미터(nm) 라인을 운영한다.
신제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8인치 업체들은 장비 노후화 문제에 직면했다. 단종된 만큼 사후관리(AS)도 쉽지 않다.
최근 일본 캐논, 니콘 등이 12인치와 8인치 웨이퍼를 병행할 수 있는 장비를 출시하기는 했지만 대량 구매할 정도는 아니다. 일부 시설 교체가 가능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장 하나를 채울 만큼의 장비를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 수 없는 파운드리 시장의 미래=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846억달러(약 91조9300억원)다. 전년대비 23.7% 상승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6% 성장할 전망이다.
전성시대가 도래했고 시장 주도권이 반도체 설계(팹리스)에서 파운드리로 이동하면서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체별 전망은 여전히 엇갈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와 삼성전자는 AP, 모뎀칩 위주의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고 DB하이텍은 아날로그반도체 전반을 제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라며 "고객과 제품군이 워낙 다양해 대규모 투자가 매출과 수익성 증대로 직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섣불리 증설을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분석했다. .
한편 UMC, 뱅가드(VIS) 등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인수 카드를 고려 중이다. UMC는 지난해 일본 도시바와 8인치 공장 거래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올해 3월 말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VIS는 최근 “기업 인수합병(M&A)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글로벌파운드리의 싱가포르 8인치 팹을 인수하기도 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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