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한 주간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 소식을 소개하는 ‘주간 블록체인’입니다.
이번주 가상자산 시장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머니게임’ 같았습니다. 시장 규모가 이렇게 커지게끔 판을 깔아둔 것도 머스크였고, 그렇게 모인 자금을 증발시키는 것도 머스크였죠. 그야말로 머스크가 주인공인 머니게임입니다.
머스크가 세계 1위 부자이자 ‘메가 인플루언서’이기는 하지만, 머스크의 트윗으로 전체 시장이 흔들린다는 것은 여전히 시장이 미성숙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확실한 의견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이번 <주간 블록체인>에서는 머스크로 인해 흔들린 가상자산 시장 시세를 살펴보고,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 머스크의 의중은 무엇일지 그리고 비트코인을 대체할 테슬라의 ‘대안 코인’은 무엇일지 추측해보겠습니다. 또 인플루언서의 발언이 시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는 없을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시장에 즉시 나타난 ‘머스크 효과’…5만달러도 무너져
한국 시간으로 지난 13일 오전 7시 경, 머스크가 트윗을 하나 올렸습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다는 소식이었죠. 이유는 ‘환경오염’이었습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화석연료 급증으로 환경이 오염될 것을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가상자산(암호화폐)은 멋진 아이디어이며, 미래가 보장되어있다고 믿지만 가상자산을 위해 막대한 환경오염을 비용으로 치를 순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초 비트코인 상승세를 일으킨 요인 중 하나가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지원이었는데요, 이걸 중단한다고 하니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머스크의 트윗 전까지는 채굴자 매도량 증가 같은 블록체인 상 지표의 변화가 크지 않았습니다. 또 트윗 직후 폭락장이 왔기 때문에 확실히 ‘머스크 효과’가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트윗 이후 1~2시간 동안 10% 가량 떨어졌습니다. 이후 ‘5만달러’ 지지선도 무너졌고 현재까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머스크는 투자로 매수한 비트코인은 계속 보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머스크는 “테슬라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을 것이며, 비트코인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채굴되기 시작하면 다시 결제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죠. 하지만 결제 지원 중단 소식이 워낙 타격이 컸기에, 해당 발언이 시장에 도움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울러 머스크는 “비트코인이 소모하는 에너지의 1% 수준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가상자산을 탐색하고 있다”며 ‘대안 코인’을 찾을 것을 시사했습니다.
◆“친환경 가상자산 논의 앞당겨” vs “시장에 타격 주는 행위”
머스크 트윗에 대한 업계 인사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비트코인이 좀 더 친환경적으로 채굴되어야 한다는 논의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고, 머스크 덕분에 논의가 더 앞당겨졌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반면 책임 없는 발언을 쏟아낸다는 비판도 당연히 제기됐죠.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디지털 창업자는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을 옳은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머스크가 비트코인이 친환경적으로 채굴되도록 촉진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 같은 업계 분위기를 인식한 듯한 업체가 나왔습니다. 미국 비트코인 채굴 업체 그리니지가 6월 초까지 ‘탄소중립’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회사가 배출량만큼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반면 비판도 쏟아졌습니다. 의도가 어찌됐든 기업의 의사결정을 번복함으로써 시장에 타격을 주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죠. 또 테슬라가 1분기에 비트코인을 매도해 수익을 올린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스포츠 전문매체 바스툴스포츠의 테이브 포트노이 대표는 “테슬라가 1분기에 비트코인을 팔아 1억100만달러를 벌었다”며 “머스크는 비트코인 폭등을 부채질했고, 그게 1분기 실적에 도움을 줬다”고 꼬집었습니다.
환경오염을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가상자산과 환경 간 연관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죠.
창펑쟈오 바이낸스 CEO는 “머스크는 일반 화폐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얼마나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지는 알아보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PoS 기반 이더리움 vs 도지코인 vs 리플… ‘대안 코인’은 무엇?
머스크도 분명 비판이 쏟아질 것을 예상했을 것입니다. 또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인지했겠죠. 그럼에도 불구, ‘환경오염’을 이유로 비트코인 결제를 중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선 정말 환경오염을 이유로 결제를 중단한 것이라면 테슬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가 악화될 것을 우려했을 수 있습니다. 테슬라가 지난 1월 약 1조 7000억원 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고 밝혔을 당시, 외신에서는 ESG 평가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죠.
비트코인 채굴에 신재생에너지가 쓰이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긴 합니다. 앞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업체 그리니지도 천연가스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그래도 여전히 비트코인 채굴은 상당량의 탄소를 배출합니다. 그리고 탄소 배출량은 ESG 중 ‘E’를 평가할 때 중요시되는 지표죠. S와 G는 정성적 요소가 크지만 E는 정량적 평가가 어느 정도 가능한데, 평가기반이 되는 게 탄소배출량입니다.
그동안 ‘E' 평가를 좋게 받아왔던 테슬라 입장에선 비트코인 결제지원 및 투자로 점수가 깎이는 게 아쉬웠을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점은 머스크가 다른 코인을 찾고있다고 밝힌 것입니다. 비트코인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관심을 끌어놓고, 환경오염을 이유로 비트코인을 포기한 뒤 다른 코인을 띄우려는 것은 아닐지 의문이 생깁니다.
머스크가 그동안 강력한 ‘도지코인’ 지지자였던 만큼 ‘대안 코인’이 도지코인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데요, 머스크는 비트코인이 소모하는 에너지의 1% 수준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가상자산을 찾겠다고 헀죠. 도지코인이 소모하는 에너지는 비트코인의 1% 수준일까요?
먼저 TRC 데이터센터가 가상자산 별로 거래 당 쓰이는 전력량을 조사한 자료가 있는데요, 이 자료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707KWh이고 도지코인은 0.12KWh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거래에 쓰이는 전력량 자료는 다소 논란이 있기 때문에 참고용이고, 에너지 효율을 따지려면 채굴방식이 관건입니다.
도지코인 역시 비트코인과 같은 PoW 방식으로 채굴됩니다. PoW(Proof of Work, 작업증명)란 특정 해시값(목표값)을 찾기 위해 반복 연산을 수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연산 수행을 통해 블록을 생성하는 ‘채굴’을 하면 채굴자에게는 비트코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연산 수행을 위해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고, 여기에 전기 에너지가 소모됩니다.
채굴장비가 비트코인과 다르므로 비트코인보다는 전기 소모량이 적지만, 도지코인 채굴도 에너지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이에 머스크는 거래에 쓰이는 전력부터 아끼려는 듯합니다. 지난 14일 머스크는 “도지 개발팀과 함께 거래 효율 개선 작업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력 효율을 최대한 개선하면 도지코인을 ‘대안 코인’으로 삼을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PoW 외 가장 보편적인 합의알고리즘은 PoS(Proof of Stake, 지분증명)로, PoW에 비해선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습니다. 가상자산 지갑 업체 스테이터스는 PoS가 PoW에 비해 99% 가량 에너지가 절약된다는 리포트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PoS 기반 가상자산은 머스크가 언급한 것처럼 비트코인의 1% 미만으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죠.
PoS는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에 비례해 블록 생성에 기여하고, 코인 보상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PoS 알고리즘 기반 가상자산으로는 아직 출시되지 않은 이더리움 2.0이 있고요. 퀀텀(QTUM), 네오(NEO) 등이 있습니다. 보유한 가상자산을 블록생성자에게 ‘위임’할 수 있는 위임지분증명(DPoS, Delegated Proof of Stake) 방식도 있으며 DPoS 가상자산의 대표적인 예로는 이오스(EOS)가 있습니다.
이 밖에 리플(XRP)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데요, XRP는 이미 코인이 다 발행되어있어 채굴이 없기 때문에 일단 채굴에 에너지가 쓰일 일이 없습니다. 또 거래 당 쓰이는 전력량도 비트코인에 비해 현저히 낮습니다. ‘디튼 로펌’의 존 디튼(John Deaton)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일론 머스크가 XRP에 광고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며 “XRP는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 미만을 소모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법은 없으나 조심해야…‘시세조작’ 의심 받을 수 있어
머스크의 발언으로 일어난 파장을 여러 각도에서 다루어봤는데요, 이렇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발언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을까요?
우선 우리나라처럼 미국도 가상자산 시세조작과 관련해선 정확한 법이 마련돼있지 않습니다. 대신 ICO(가상자산공개)에 연방증권법을 준용했던 것처럼, 증권법 상 시세조작 규정을 적용할 수도 있는데요. 증권법 상 시세조작으로 처벌받으려면 머스크가 트윗을 통해 시세를 움직이고, 이후 테슬라 또는 머스크 개인이 움직인 가격에 따라 이득을 챙겼어야 합니다.
이번 트윗 전후로는 비트코인을 처분하지 않았더라도, 조심해야 할 필요성은 있어보입니다. 이미 테슬라는 1분기에 비트코인을 어느 정도 매도했기 때문에 일부러 가격을 올리고 팔았을 것이란 의심을 충분히 받을 수 있죠.
법무법인 시워드앤키셀의 필립 무스타키스 변호사는 인도 매체 ‘민트’에 “만약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알리기 직전에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팔았다면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현재는 가상자산 시세조작에 대한 규정이 없으니 괜찮을 수 있지만, 향후 관련 규제가 빠르게 마련될 전망입니다. 이달 초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SEC는 현재 SNS를 통한 시장 조작 행위를 중점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치 머스크를 ‘저격’한 듯한 발언이었죠.
머스크는 지난 2018년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트위터로 공개했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2000만달러의 벌금을 낸 바 있는데요, 이 때 SEC는 머스크에게 테슬라와 관련된 트윗을 올릴 때는 사내 법무팀의 사전 승인을 받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업계는 비트코인 트윗 관련해서도 머스크가 SEC의 명령을 지켜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