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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디파이 뷔페’가 떠오르는 ‘밈 코인 열풍’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가상자산 시장을 취재하다 보면 주기적으로 데자뷔를 느낀다. 얼마 전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가상자산 관련 발언은 2018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의 발언을 떠올리게 했고, 근래 20%를 웃돌던 ‘김치 프리미엄’도 2017년 말 국내 가상자산 열풍을 연상케 했다. 지난 3년 동안 가상자산 시장은 많이 발전했고 어느 정도 기반도 생겼으나 한 편에선 역사가 되풀이된다.

최근에는 ‘밈 코인’ 열풍이 그렇다. 열풍을 불러일으킨 건 단연 도지코인이다. 밈(인터넷 상 유행), 즉 장난으로 탄생한 도지코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지지에 힘입어 올해 초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일으켰다. 이후 도지코인의 시바견처럼 동물 캐릭터를 내세운 가상자산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시작했다.

‘도지코인 킬러’를 표방한 시바이누(SHIB)는 거래되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으나 글로벌 시가총액 순위 20위권대가 됐다. 도지코인처럼 투자자 커뮤니티 주도로 토큰 생태계가 굴러가는 게 특징인데, 특별한 사용처도 없지만 가격이 폭등했다. 이후 도지일론 마스(Dogelon Mars), 진도지코인(JINDOGE) 같은 각종 ‘밈 코인’이 줄줄이 등장해 가격 폭등세를 맛봤다.

이같은 현상은 지난해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열풍 당시 가상자산 시장에 열렸던 ‘디파이 뷔페’와 닮아있다.

지난해 디파이 관련 가상자산의 가격이 폭등했고, 그 가운데서 새로운 강자로 ‘스시스왑(SUSHI)’이 부상했다. 이후 스시처럼 음식 이름을 붙인 와인스왑, 아이스크림스왑, 김치파이낸스, 토스트파이낸스 등 디파이 가상자산이 우후죽순 나오면서 뷔페가 열렸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들 토큰 역시 모두 가격 상승세를 경험했다.

디파이 뷔페의 결말은 어땠을까? 스시스왑처럼 운영진이 바뀌면서 살아남은 가상자산도 있으나, 절반 이상은 ‘먹튀’로 이어졌다. 와인스왑, 아이스크림스왑 등은 먹튀로 드러났고 김치파이낸스, 토스트파이낸스 등 다른 디파이 가상자산의 가격도 이내 폭락했다.

이 징조가 밈 코인 열풍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진도지코인의 개발자가 13일 전체 물량의 15%를 매도하고 잠적해버린 것이다. 역시 ‘먹튀’다. 현재 진도지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10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열풍에 탑승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점도 닮아있다.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지 않는다면 먹튀를 해도 큰 피해가 없겠지만, 이미 돈은 디파이 뷔페 때처럼 밈 코인으로 움직이는 모양새다.

일례로 스시스왑의 스시토큰은 출시 일주일 만에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에 상장됐다. 이는 스시스왑을 쏙 빼닮은 먹튀 프로젝트에 자금이 몰리게 만들었다. 이번 밈 코인 열풍에서도 바이낸스는 시바이누를 빠르게 상장했다. 위험성이 높은 가상자산을 상장하는 ‘이노베이션 존’에 상장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바이낸스가 상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투자자들이 움직일 수 있다.

아울러 가상자산들 간 별 차이가 없는 점도 비슷하다. 지난해 새로 나왔던 디파이 토큰들은 해당 토큰들이 쓰이는 디파이 서비스의 콘셉트가 다 똑같았다. 토큰을 맡기면 이자와 함께 또 다른 토큰을 주는 일명 ‘이자농사’ 방식으로, 서비스 간 차이는 약간의 이자율 차이밖에 없었다.

밈 코인도 마찬가지다. 개발이나 사업을 주도하는 팀 없이, 커뮤니티나 팬덤의 주도로 토큰 생태계가 이뤄진다는 콘셉트는 다 똑같다. 도지코인은 선발주자인 만큼 팬덤을 통해 진짜 사용처도 생겼으나, 나머지는 팬덤이 생기리란 보장도 없다. ‘도지코인 같은 코인’을 찾느니 그냥 도지코인을 쓰면 된다.

결국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된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과거로부터 배워야 한다.

토큰을 예치하면 이자를 준다는 이유로, 또는 요즘 ‘트렌드’라는 이유로 보안감사조차 받지 않은 디파이 서비스에 부었던 자금. 그리고 무작정 사들였던 디파이 토큰들. 그 자금과 토큰이 어떻게 됐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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