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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삼성·인텔, 파운드리 승부처 '애플'…왜? [IT클로즈업]

- AP·CPU·통신 칩 등 설계하는 애플…양과 질 모두 최대 고객사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인텔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시장 합류로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사업을 본격화하면 단숨에 업계 3위로 뛰어오를 전망이다. 당장 1~2위 업체와 경쟁할 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협할 만하다. TSMC를 삼성전자가, 삼성전자를 인텔이 쫓는 구도다. 이는 애플에 의해 유지될 수도 깨질 수도 있다.

지난달 인텔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를 설립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위기에 대한 정면돌파다. 경쟁사 대비 제조 기술력이 처진다는 평가와 주요 고객사의 탈(脫)인텔 기조 대응 차원이다.

그 중심에는 애플이 있다. 애플은 작년 자체 PC용 시스템온칩(SoC) ‘M1’을 발표했다.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직접 설계했다. 최근 출시한 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 등에 탑재했다. 그동안 사용해온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와 결별했다.

인텔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터센터 업체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도 자체 칩을 개발 중이거나 사용하고 있다. 인텔 CPU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인텔은 고객사의 반도체 설계를 돕고 대신 생산해주는 식으로 매출 손실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애플도 같은 방식으로 공략할 방침이다.

애플의 경우 이미 스마트폰에 투입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노하우는 업계 최고 수준을 확보했다. 통신 칩도 자체 개발에 나선 상태다.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양과 질 모두 갖춘 대형 고객사다.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가장 큰 차이도 애플 거래 유무다. TSMC는 아이폰 AP를 단독 생산한다. 과거 애플 AP 설계를 도왔던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이후 기회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3’ 시리즈는 물론 당분간 TSMC 독주 체제가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파운드리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애플 물량 수주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TSMC와 인텔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 증설,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 공장 검토가 큰 틀에서 애플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선두를 유지하려는 TSMC와 이를 추격하려는 삼성전자와 인텔이 현지 공장을 통해 애플과 밀접한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도 애플 영향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패키징은 반도체가 외부와 신호를 주고받도록 길을 만들고 물리적 충격으로부터 보호하는 작업이다. 전공정 대비 우선순위에서 뒤처졌지만 최근 들어 중요도가 높아졌다. TSMC는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기술을 앞세워 AP 독점 구도를 만들어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계에는 2파전이든 3파전이든 애플을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면서 “삼성전자와 인텔은 TSMC 독점 체제만 깨뜨려도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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