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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SKT 중간지주사부터 주가까지…“계획대로 되고 있어”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계획대로 청사진을 완성하고 있다. SK텔레콤 중간지주사를 통한 지배구조 개편, 기업가치 개선과 주가부양 목표에 한 걸음 가까워졌다.

SK텔레콤은 연내 존속회사 ‘인공지능&디지털인프라 컴퍼니(AI&Digital Infra)’와 중간지주사 격인 신설회사 ‘정보통신기술(ICT) 투자전문회사’로 인적분할한다. 유무선 통신회사와 반도체‧신사업(New ICT)을 보유한 지주회사로 나누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성장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장중 30만9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 오른팔로 불리는 박정호 대표는 지배구조 개편 해결사로 등용된 인물이다.

2014년말 최태원 회장 실형 판결으로 경영공백을 겪을 때, 최 회장은 SK C&C 수장에 박 대표를 선임했다. 박 대표는 SK와 SK C&C를 합병, SK그룹 통합 지주회사 SK㈜를 출범할 수 있도록 했다. SK C&C를 통해 SK를 지배하던 옥상옥 구조를 해결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꾀해, 최 회장이 SK㈜로 주력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경영권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 SK텔레콤 인적분할 관심이 높아지던 2016년, 박 대표는 SK텔레콤을 맡게 됐다. 박 대표는 SK텔레콤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중간지주사 설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저평가된 주가를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2018년말 취임 3년차를 앞둔 박 대표는 조직개편을 통해 ▲이동통신(MNO) ▲미디어 ▲보안 ▲커머스 4대 사업부 조직을 재편했다. 이는 각각 SK텔레콤(통신), SK브로드밴드(미디어), ADT캡스(보안), 11번가(커머스)와 연관된다. 당시, MNO사업부장에는 유영상 현 MNO사업대표를 앉혔다.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포석인 셈이다.

이후 티맵모빌리티가 추가되면서 모빌리티를 포함한 5대 사업부로 구성됐다. SK텔레콤 인적분할 안을 보면 존속회사는 이동통신(MNO),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ICT 투자전문회사는 미디어, 보안, 커머스, 모빌리티 등을 맡고 있다.

SK텔레콤은 2019년 중간지주사 전환을 계획했으나, SK하이닉스 지분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 등이 걸림돌이 됐다. 제35기 정기주주총회 당시 박 대표는 “(중간지주사 전환은) 시장 타이밍이 좋아야 한다. 시간적으로 내년으로 넘어갔다고 보면 안된다”면서도 “걸림돌은 SK하이닉스 지분 30% 확보 문제인데, 재원 마련에 대한 완벽한 계획이 서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하면서 중간지주사 전환을 연내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해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SK하이닉스 지분 약 10%를 추가로 확보해야 해 자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돈이 없어, 지배구조를 개편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사이에서 갈등하던 SK텔레콤은 인적분할로 마음을 굳히고, 연내 기업분할을 마치기로 했다. 인적분할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적분할은 수직적 분할 개념으로 존속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해 신설회사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신설회사는 비상장기업이 되므로, 신설회사의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이 존속회사 주식만을 보유하게 된다.

반면, 인적분할은 수평적 분할 개념으로 존속회사와 주주 구성이 동일한 신설회사가 설립된다. 기존 주주는 신설회사의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가 재상장하면 양사 합산 시가총액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주주 이익이 늘어나기도 하며, 주주들이 존속‧신설회사에 대한 주식 보유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에 주가도 상승세다. 박 대표는 구성원에게 신년사를 통해 주식을 사도 된다고 얘기했을 정도로, 주가 성장 자신감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20만원대 초반에 머물던 SK텔레콤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 부진은 계속됐다. 이를 지적하는 주주 발언에 박 대표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등 자회사를 합치면 140조원 규모 회사들이 돌아가고 있는데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기업(B2B)를 비롯해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발굴하고 지배구조도 개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후 시장은 SK텔레콤 가치를 재평가했다. SK텔레콤과 증권업계는 적정주가를 30만원 이상으로 보고 있지만, 2015년 2월16일 이후 단 한 번도 30만원선을 돌파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분할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SK텔레콤은 주가 30만원대를 회복했다.

SK㈜ 합병설을 부인한 점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배구조 개편 그림을 완성하려면 SK㈜와 궁극적으로 합병해야 한다. SK하이닉스를 손자회사가 아닌 자회사 위치에서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너가 지분율 희석 문제와 중간지주사 저평가 현상을 우려해 당분간 합병은 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다행히도 SK텔레콤은 당분간 SK㈜와 합병이 없을 것이라 공식 발표해 단기 리스크는 제거됐다”며 “투자가 입장에서는 우량 자회사 기업공개(IPO) 진행이 예정된 가장 중요한 시기인 2022~2023년 합병에서 자유로울 있다는 측면에서 단기 중간지주사 시가총액 증대가 제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합병 이유는 SK하이닉스 행위제한 요건을 회피하기 위함인데, 이미 SK그룹은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등을 SK하이닉스 아래 자회사로 두지 않아도 충분히 계열사 간 시너지가 발생했음을 확인했다”며 “합병 때 SK 최대주주 지분희석 가능성도 부담스러우며, SK텔레콤의 높은 외국인 지분율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 합병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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