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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에 울고 웃는 계절가전…공기청정기는 예외?

- 이른 더위에 에어컨·얼음 정수기 판매 '쑥'…미세먼지 공습에도 공청기 판매 '극과 극'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가전유통업계가 이른 여름맞이에 나서고 있다.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에어컨과 얼음정수기 등 계절상품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불청객인 황사와 미세먼지가 동반되는 날이 늘었음에도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채널·업체별로 들쑥날쑥했다.

15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4월 초부터 11일까지 에어컨 매출액은 전년대비 약 30% 늘었다. 전자랜드도 3월부터 이달 11일까지 에어컨 매출이 전년대비 28% 증가했다고 전했다.

주요 제조업체들이 일찌감치 신제품을 출시하고 판촉 활동을 벌이는 중에 최근 이상고온 현상이 판매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부터 한낮 기온이 20도를 넘어서는 등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자 미리 여름 상품 구매에 나선 사람들이 늘어난 것. 올여름 평년 대비 높은 기온이 예상되면서 지난해 긴 장마로 에어컨 구입을 미룬 사람들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얼음정수기 역시 미리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 SK매직은 “지난 3월 전반적으로 정수기 판매량이 늘었는데 얼음정수기가 좀 더 상승했다”며 “홈카페 트렌드 영향이 지속되고 있고 날씨가 전년에 비해 따뜻한 영향도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에어컨과 얼음정수기는 여름에 성수기가 찾아오는 대표적인 계절상품이다. 채널·업체별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 해도 소비자들의 구매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가장 큰 동기는 더운 날씨다. 사전예약 이벤트나 홈카페 트렌드로 시기별 수요가 분산됐다 하더라도 더운 날씨에 판매량이 일관되게 급증한 이유다.
다만 공기청정기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사계절 가전으로 불리지만 대기 상황이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쳐 유독 황사·미세먼지가 심한 봄·가을에 판매량이 집중됐다. 하지만 지난 3월 황사 및 미세먼지 공습에도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업계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롯데하이마트나 일부 렌털업체들은 올해 3월부터 4월 초까지 공기청정기 판매량이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5~15% 가량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전년동월대비 90% 성장한 업체가 있는 반면 전년과 비교해 20% 가량 판매량이 줄어든 곳도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공기청정기는 2019년 극심한 미세먼지로 학교에도 필수 설치하는 등 폭발적으로 판매가 증가한 반면 작년엔 미세먼지가 적어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상반기 맑은 날이 이어지며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전년대비 20~30% 줄어드는 등 저조했다. 올해 다시금 미세먼지 발생 일수가 늘며 일관되게 판매량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인 셈이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다기보단 채널·업체별 신제품 출시 시기 및 프로모션에 따라 판매량이 좌우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공기청정기가 필수 제품으로 자리 잡아 보급률이 높아진 반면 교체수요가 발생하기엔 아직 시기가 많이 지나지 않아 이전과 같은 판매 급증은 어려워 보인다”며 “시기 상관없이 구매하는 제품이 되면서 봄·가을에 집중해 구매하는 경향이 완화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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