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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과 다른 이사·혼수철…가전 ‘플렉스’ 계속되는 이유는?


- 다시 찾아온 '봄철 성수기'…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 등 가사노동 상품 대체화 지속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결혼식·신혼여행에 들이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되자 혼수 가전 소비를 늘리는 추세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 등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는 제품이 밀레니얼 세대 필수 가전으로 등극했다.

4일 가전 업체들은 봄철 혼수·이사철 성수기를 맞아 ‘큰 손’으로 꼽히는 신혼부부 수요를 잡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실시 중이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작년 3~5월 성수기엔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에 소비가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특히 냉장고·세탁기·TV 등 고가 제품들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상담받은 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식 연기와 함께 혼수가전 구매를 미루는 사례는 물론 외출을 극도로 조심하던 상황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발길 역시 뜸해질 수밖에 없었다.

올봄은 이전과 같은 결혼 성수기 모습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가전 오프라인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새로 개장한 경우 소비자 발길이 몰리기도 한다. 오픈 특수로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여러 가지 가전 제품을 구매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은 지난 26일 리뉴얼 오픈 이후 3일간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최단 시간 기록적인 매출이라는 분석이다.

작년 결혼식·신혼여행에 큰 비용을 쓰지 못하게 되자 프리미엄 가전을 대신 구매하는 ‘혼수 플렉스(Flex·사치를 과시하는 소비행위)’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결혼식 일정을 그대로 진행하고 오프라인 매장 방문 역시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고객 1인당 평균 가전제품 구매액이 전년대비 1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전대비 가전제품 소비에 더 많은 지출을 했다는 의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속형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에는 필수가전 외 선택재로 불리는 ‘사치가전’ 판매도 높아졌다. 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 등 가사노동 부담을 덜어주고 삶의 질을 높여주는 가전이 밀레니얼 세대 인기 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3월 한달간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 매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91%, 45% 증가했다.

식기세척기는 지난해 ‘집콕’ 효과로 급성장한 제품 중 하나다.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은 2019년 20만대 이어 작년 33만대 규모로 증가했다. 올해 40만대 수준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신혼부부들은 집에서 설거지하는 빈도나 양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식기세척기를 필수로 구매하는 등 예상보다도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다.

로봇청소기도 최근 3년간 연평균 37%씩 성장 중이다. GfK에 따르면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규모는 2018년 800억원, 2019년 1000억원, 2020년 1500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점유율 약 24%를 차지하고 있는 로보락은 “지난해 S5맥스 제품 판매 연령별 점유율을 보면 통상 결혼을 많이 하는 나이대인 26~40세가 전체 64.7%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가사노동은 기술 축적이 되지 않는 일상 반복적인 일인만큼 직접 몸을 쓰지 않고 과학발전에 의한 기기로 해결하려는 욕구가 강하다”며 “나머지 시간에 운동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가사노동을 상품으로 대체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엔 집들이나 해야 집안을 보여줬지만 지금은 랜선으로 자신의 집을 보여주는 시대에 살면서 고급스럽게 구성요소들을 채우고 공간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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