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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기업 실적분석②] 코로나19때문이라지만 냉정한 시장···엇갈린 희비

코로나19 위기로 경기가 침체된 작년은 기업들에게 ‘힘든 한해’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보보안기업들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에 제약이 생김으로써 미팅이나 시스템 구축 등의 작업·계약이 지연·파기되는 일이 속출했다. 하지만 재택·원격근무를 중심으로 한 비대면(언택트) 문화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위기는커녕 정보보안업계의 호황기가 도래한 상태다. 정보보안 기업이 발표한 사업·감사보고서를 토대로 각사의 작년 사업 성과를 톺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 올해의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내 정보보안업계는 중소기업이 주를 이룬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KISIA)가 발표한 2020년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의하면 국내 531개 정보보안 기업 중 자본금 100억원 이상인 기업은 3.6%인 19개에 그친다. 전체의 93%인 494개 기업이 자본금 50억원 미만이고, 10억원 미만은 73.4%인 390개 기업이다.

단순히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다. 정보보안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서도 세부적인 구분이 이뤄진다. 백신 프로그램처럼 일반 대중에게 익숙한 소프트웨어(SW)부터 각종 암호화 기술, 어플라이언스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 보안 제품 등 다양하다. 특정 기업이 이와 같은 모든 기술을 섭렵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중소 정보보안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백신 대체’로 떠오르는 EDR 시장, 선점한 지니언스=국내 네트워크접근제어(NAC)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지닌 지니언스는 작년 매출액 268억원, 영업이익 25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7.5%, 12.9%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사업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비대면 환경에서의 보안 수요 증가가 이를 만회했다.

주력 상품인 NAC 솔루션 ‘지니안 NAC’의 판매 호조가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비대면 환경에서의 보안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NAC가 새롭게 조명된 결과라는 것이 지니언스 측 설명이다.

NAC라는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있는 지니언스는 올해 차세대 성장동력인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EDR은 엔드포인트, 사용자의 단말을 위한 보안 솔루션이다. PC 등 기기의 내부 행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이상 행위를 탐지하고 파악한다. 기존에 발견됐던 악성코드에 대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위협(제로데이 공격)이나 지능형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안티 바이러스(백신) 프로그램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전망은 밝다. 지니언스는 2019년 NH농협은행이 발주한 4500대 규모의 DER 1차 사업을 따냈다. 이어 작년 10만대 규모의 본사업까지 수주했는데, 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EDR 사업이다. 안랩 등 경쟁사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지니언스 관계자는 올해 본격적인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올해정부부처 및 대기업, 제1, 2금융권 등 메이저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피력했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이한 파이오링크=국내 부하분산장비(이하 ADC) 점유율 1위인 파이오링크도 매출액 398억원, 영업이익 65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3.4%, 56.9% 증가했다.

큰 폭의 실적 개선이지만 파이오링크는 작년 한때 위기를 겪었다. 코로나19로 주요 고객사인 여행사 등이 어려움을 겪으며 이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대면(언택트) 서비스 확산으로 증가한 트래픽이 기회로 작용했다. 공공기관과 SK텔레콤, 이커머스업계 등의 신규 수요가 감소분을 만회한 것이다.

제품매출은 254억원, 용역매출은 141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5.2%, 20.2% 늘었다. 상품매출은 131억원에서 28억원으로 크게 줄었는데, 원래 비중이 큰 사업도 아니거니와 다른 사업에 비해 수익률이 낮기에 큰 타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파이오링크의 상품매출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로, 30% 내외인 제품 매출에 비해 수익률이 낮다.

파이오링크의 주요 제품인 ADC는 트래픽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늘어난다. 코로나19 이후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하는 현재 상황은 파이오링크에게 큰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악화된 아톤, 차세대 인증으로 반전 기회 모색=코로나19에 발목을 잡힌 정보보안 기업도 있다.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은 매출액 290억원, 영업이익 20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10.7%, 49.7% 줄었다.

매출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감소다. 아톤은 교통카드 ‘티머니’ 솔루션 및 칩 관련 사업을 한다. 티머니 교통카드에 탑재된 IC칩 구동을 위한 칩 운영체제(COS)를 제공하는 등이다. 티머니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아톤에게도 이익이 배분되는 구조다.

최근에는 연예인이 프린팅된 티머니 카드를 기념품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늘고 있어 관련 매출은 꾸준히 상승 추세였다. 2019년 기준 195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아톤의 매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19로 여행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작년 솔루션부문 매출은 113억원으로 42.2% 줄었다. 여기에 더해 자회사인 아톤모빌리티(구 비즈인포그룹)에서 15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내며 전체 실적에 타격을 줬다.

여러모로 위기 상황이었던 작년 아톤을 지탱한 것은 서비스부문이다. 2019년 93억원이었던 서비스부문 매출은 작년 152억원으로 63% 급증했다. 아톤의 서비스부문에는 핀테크 및 스마트금융 등 솔루션이 포함돼 있다. 최근 아톤이 주력하는 인증서 관련 사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아톤은 이동통신3사의 애플리케이션(앱) ‘패스(PASS)’에 인증서 기술을 제공한 기업이다. 연말정산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패스 인증서’가 아톤의 기술로, 패스 인증서의 사용량이 늘수록 아톤의 매출도 함께 증가한다.

지난 연말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패스를 비롯한 ‘포스트 공인인증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톤은 패스를 통해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차세대 인증 및 보안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제품 수요는 늘었지만··· 적자 지속·전환한 파수·지란지교시큐리티=적자를 본 기업들도 있다. 파수, 지란지교시큐리티, 라온시큐어 등이다.

문서보안 및 개인정보 비식별처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파수는 매출액 364억원, 영업손실 12억원으로 적자를 지속했다. 2019년 매출액 353억원, 영업손실 36억원에 비해 매출은 늘고 적자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누적 결손금도 114억원에 달한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상황도 파수와 유사하다. 매출액 623억원, 영업손실 23억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액은 소폭 상승했으나 적자전환했다.

파수와 지란지교시큐리티는 모두 코로나19의 수혜를 보는 기업이라고 전망됐다. 원격·재택근무가 활발해짐에 따라 화면보안, DRM, DLP, 문서중앙화, 이메일 보안 등의 수요가 늘 것이라고 기대됐다. 실제 파수는 코로나19 이후 자사 제품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실적 악화 주요 원인은 자회사 에스에스알이다. 에스에스알은 작년 매출액 101억원, 영업손실 23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자회사인 모비젠 역시 영업이익이 21억원에서 8억원으로 준 데 더해 지란지교시큐리티의 영업이익도 27억원에서 11원으로 감소했다. 사업 전반이 취약해졌다.

양사 모두 신제품 개발을 위한 인력 및 연구개발(R&D) 비용 증가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더 큰 이익을 위해 투자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양사 모두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투자자에 대한 책임이 부여되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수 관계자는 “연구개발비도 증가했지만 적자의 주된 원인은 작년 11월 13일 우리사주조합과 연결회사 임직원을 지정한 전환사채매수청구권 16억5000만원을 임직원 급여로 인식하며 비용이 증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기대 모은 라온시큐어, 매출 늘었지만 적자전환=라온시큐어는 연결 기준 전년대비 매출액이 22%나 늘어난 371억원을 기록했지만 동시에 35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다. 유망 기업이라는 기대와 적자 기업이라는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별도 기준 라온시큐어의 매출액은 284억원으로 283억원이었던 전년에 비해 큰 변동이 없다. 하지만 매출원가가 127억원에서 156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판매관리비도 134억원에서 162억원으로 늘면서 21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3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미국 법인인 디지털 트러스트 네트웍스의 적자폭 확대도 악영향을 끼쳤다. 9억원이었던 적자는 29억원으로 늘었다. 라온화이트햇, 라온에스엔씨가 각각 67억원, 66억원의 매출과 24억원, 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악화되는 실적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라온시큐어는 전자서명법 개정에 따른 수혜주로 불린다. 올해 초 국세청 홈택스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에 인증 통합 중계 플랫폼을 제공한 바 있다. 작년 LG CNS와 함께 행정안전부의 탈중앙화신원증명(DID)을 이용한 ‘모바일 공무원증’ 개발 사업을 수주한 이력도 있다. 긍정적인 미래를 그릴 만한 재료는 많은 상태다. 그럼에도 적자 앞에서는 망설이게 된다.

‘포스트 공인인증서’를 비전으로 내세운 라온시큐어가 적자를 기록한 반면 공인인증서(현 공동인증서) 인증기관인 한국정보인증은 작년 매출액 457억원, 영업이익 104억원으로 각각 7.2%, 12.4% 증가했다. 라온시큐어의 흑자전환이 급선무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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