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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쿠·카’ 빠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역전 승부수 띄우나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베이코리아가 예비입찰을 마감하고 인수전 서막을 올렸다. 롯데와 신세계, SK텔레콤 등이 선수로 입장한다. 이커머스 양강 네이버와 쿠팡, 그리고 판을 뒤집을 루키로 꼽혔던 카카오는 참전하지 않기로 했다. 네이버-쿠팡-이베이코리아로 이어지는 현 이커머스 삼각구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는 롯데그룹, 신세계그룹(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동남아 기반 직접구매 플랫폼인 큐텐 등이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감 직전까지 유력 인수후보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던 카카오는 예상과 다르게 끝내 불참했다. 국내 이커머스 1·2위를 다투는 네이버와 쿠팡 역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카카오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쇼케이스는 나름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국내 시장에서 G마켓·옥션·G9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20조원 수준의 온라인 거래액을 기록하며 국내 3위 이커머스 업체로 꼽히고 있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거래액 20조원이 넘는 이커머스 ‘빅3’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 업계의 관심을 불러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역시 몸값이다. 이베이코리아는 매각가로 5조원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네이버·쿠팡에 밀려 성장세가 주춤한 이베이코리아의 인수 가격으로는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쿠팡의 미국 상장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첫날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하며 성장성을 입증받자, 이커머스 시장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다만 카카오의 경우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해가는 등 초반 높은 관심을 보였음에도 결국 예비입찰 불참으로 가닥을 잡았다. 메신저 플랫폼 기반의 관계형 커머스 사업을 확대해온 카카오가 G마켓·옥션 등 온라인마켓을 직접 영위하기에는 맞지 않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5조원을 주고 판을 키우기에는 가격 대비 효과가 적다고 본 것 같다”고도 해석했다.

네이버는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 마감일에 신세계·이마트와 2500억원 규모 상호 지분교환을 실시, 이커머스 전략의 결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네이버는 이날 신세계·이마트와 각각 1000억원·1500억원치 주식 맞교환을 약속했으며, 이로써 CJ그룹(CJ 대한통운·CJ ENM)과의 지분 교환 혈맹에 이어 유통·물류·콘텐츠를 아우르는 쇼핑 생태계를 구축한다. 쿠팡 또한 NYSE 상장 당시 창업자 김범석 의장이 “(인수합병은) 옳은 판단이라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하지 않는 편”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결과적으로 네이버·쿠팡·카카오가 인수전에 빠지면서 업계에서는 오히려 경쟁에서 밀렸던 유통 기업들 또는 업계 4위인 11번가가 판을 바꿀 기회라고 분석한다.

SK텔레콤은 자회사인 11번가의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지난해 소폭 적자를 기록하며 더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11번가는 당장 이커머스 시장 1위 사업자로 올라설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중간지주사 전환 계획이 남아 있는 SK텔레콤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인수가를 선뜻 부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아마존과의 협업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인 점도 지적된다.

롯데·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들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커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인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롯데의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 참여는 자체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부진을 씻고 이커머스 역량을 강화할 기회로 주목되고 있다. 이마트를 통해 예비입찰에 동참한 신세계 역시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영역 확장이 기대된다.

다만 어디까지나 예비입찰인 만큼 인수 의향을 내비친 기업이라도 본입찰까지 완주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매각 주관사는 예비 입찰 대상자가 추려지면 주관사가 적격 인수 후보자를 선정한다. 이후 본입찰이 진행되고 우선협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한편,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네이버 17%, 쿠팡 13%, 이베이코리아 12%, 11번가 6%, 롯데온 5%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네이버쇼핑·쿠팡·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은 각각 26조8000억원, 20조9000억원, 이베이코리아 20조원 수준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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