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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 철회한 시큐센··· 문턱 높아진 기술특례상장 때문?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지난해부터 코스닥 이전상장(IPO)를 추진해오던 아이티센의 계열사 핀테크 보안기업 시큐센이 예비심사 청구를 자진 철회했다. 철회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 12일 시큐센은 대표 주관사인 신한금융투자와의 논의 끝에 이전상장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바이오전자서명·인증 서비스의 사업 영역을 확장한 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큐센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이전상장을 추진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업의 현재 실적은 상장 요건에 못 미치지만 전망이 밝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전문 평가기관 중 2곳 이상에게 기술평가를 통과해야 상장 심사를 받을 수 있다. 시큐센은 이크레더블,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A, BBB 등급을 받으며 요건을 충족했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개시했던 시큐센은 구체적인 철회 배경을 밝히지는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강화했다. 이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롭게 추측했다.

살제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총 평가항목 수를 26개에서 35개로 늘렸다. 기술인력의 수와 운영체계에 제품의 인지도, 시잠점유 정도(가능성), 경쟁제품 대비 효능·가격 우수성을 살피는 등 기존에 비해 심사 요건을 강화했다.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들이 구설수에 오르며 한국거래소가 제도를 정비했다.

기술특례상장의 허들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추진하던 기업들도 영향을 받았다. 기업이 보유한 기술로 어느 만큼의 실적 성장이 가능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요구하는데, 이제 막 열리고 있는 인증 솔루션으로 구체적인 시장 전망을 예측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다.

시큐센이 보유한 인증 관련 기술은 공인인증제도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 전자서명법의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10일 시행된 이 법으로 인해 올초 국세청 연말정산에서도 민간인증서를 활용할 수 있었다. 시큐센도 ‘포스트 공인인증서’를 노린다.

시큐센은 지문, 홍채 등 생체정보를 이용한 본인확인, 전자서명에 특화됐다. 생체정보가 공인인증서의 역할을 한다. 개별 인증서를 발급받지 않아도 되는 만큼 발급·재발급 및 관리에 대한 불편함을 덜 수 있다. 해킹으로 인한 유출 우려도 적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고객사도 확보했다. 보안에 까다로운 금융권에 기술을 공급한 만큼 유망한 기술이라는 것은 증명된 셈이다.

다만 인증 솔루션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느 만큼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없던 시장이 새로이 열리는 것이기에 시장 규모, 성장 가능성 등을 측정하기 어렵다. 인증 관련 업계는 법 개정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들 기업의 지난해 실적은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시큐센 역시 2019년 기준 매출액 155억원에 8억80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시큐센이 상장을 재추진하는 시기가 늦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큐센은 자진철회를 공시하며 “바이오전자서명·인증 서비스의 사업 영역 확장 후 이전상장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인증 시장에서의 성과를 거둔 뒤에 재추진한다는 의미라면 상장의 시기는 최소 1년 이상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인인증서가 법적 지위를 잃고 공동인증서로 이름을 바꿨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연말정산에서 공동인증서의 이용률은 90%에 육박했다. 카카오, 패스(PASS), KB국민은행, 페이코, 삼성패스 등 민간인증서는 남은 10%를 두고 경쟁했다.

업계 관계자는 “법이 개정됐다지만 이용자의 인식이 바뀌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가 여전히 공동인증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기업들도 급하게 새로운 인증 시스템을 갖추지는 않고 있다”며 “공동인증서의 유효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부터 점진적으로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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