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테슬라, 마이크로스트레티지 등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비트코인(BTC)에 투자하는 가운데, 기업의 비트코인 투자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전기 에너지 양이 여전히 방대한 만큼, ESG 요소 중 ‘E’ 관련 평가에 영향을 줄 것이란 의견이 제기된다.
◆비트코인 투자 기업, 꾸준히 증가 추세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주춤하자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스퀘어 등 해외 대기업이 비트코인을 추가로 사들였다. 가격이 떨어졌을 때 보유량을 축적하려는 전략이다.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1만 9452BTC를 추가 매입했으며, 현재 보유량은 9만 531BTC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결제 기업 스퀘어도 지난 23일(현지시간) 4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3318BTC를 추가 매수했음을 알렸다. 두 기업 모두 예전부터 비트코인에 투자해온 기업이다.
비트코인에 투자한 또 다른 기업으로는 테슬라가 있다. 테슬라는 지난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15억달러(한화 1조 6815억원)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탄소 배출량 큰데…ESG 중 E, 탄소 배출과 연관
이처럼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함께 거론되는 게 ‘ESG’다. 전 세계적으로 ESG 관련 규제와 ESG 경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ESG 공시를 의무화한 국가도 20여개에 달한다.
문제는 비트코인이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자산이라는 점이다. 비트코인 채굴에 신재생에너지가 쓰이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비트코인 채굴은 상당량의 탄소를 배출한다.
블록체인 전문매체 디지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연간 비트코인 채굴로 배출되는 탄소량이 뉴질랜드 전체가 1년 간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비트코인에 소비되는 에너지 양은 믿기지 않을 정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탄소 배출량은 ESG 중 ‘E’를 평가할 때 중요시되는 지표다. SK증권은 최근 발표한 ‘ESG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보고서에서 “S와 G는 정성적 요소가 크지만, E는 정량적 평가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며 그 근거로 탄소 배출량과 배출권 거래제를 들었다.
◆“비트코인 투자, ‘E’에 악영향 미칠 수 있어”
이에 전문가들은 기업의 비트코인 투자가 장기적으로는 ESG 평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ESG 평가에 쓰이는 기준 중 비트코인 채굴과 관련된 건 없지만, 향후에는 얼마든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MSCI 등 글로벌 평가사의 기준을 봤을 때, 비트코인에 투자하거나 채굴한다고 감점하는 기준은 없다”면서도 “(기업의 비트코인 투자가) 당장은 영향을 안 줘도 향후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요소보다도 ‘E(환경)’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는 ESG 평가를 굉장히 좋게 받는 기업인데, 비트코인 투자는 이에 안 좋게 작용해 E 분야 등급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채굴로 인한 탄소 배출량을 무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아타나시오스 파로파기스(Athanasios Psarofagis) 블룸버그 ETF 분석가도 “MSCI가 환경적, 사회적 관점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다”며 “환경적인 관점에서 볼 때 채굴 관련 전력 효율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MSCI는 환경 요소와 관련, 테슬라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비판을 피하려는 시도도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일례로 비트코인에 꾸준히 투자해온 스퀘어는 지난해 12월 비트코인 재생에너지 사업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잭 도시 스퀘어 CEO는 “가상자산 업계도 결국 재생에너지 활용을 통해 ‘탄소 배출 감소’라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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