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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만 발 묶인 카카오톡 지갑, 가입만 되고 삭제는 안 된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카카오톡 지갑이 앱내 인증서 ‘삭제’ 기능을 제공하지 않아 이용자 불편이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과 ‘이모티콘 플러스’ 등 신규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카카오톡 지갑과 연동해야 해, 인증서 가입을 유도하는 반면 해지는 어렵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측에 카카오톡 지갑 내 인증서 ‘삭제’ 절차가 불편하다는 이용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카카오 고객센터는 이에 대해 “별도로 탈퇴하는 기능은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안내해왔으나, 관련 문의가 쏟아지자 “비밀번호 5회 오입력으로 인증서 만료 처리를 할 수 있다”고 재안내를 하고 있다.

카카오톡 지갑은 인증서, 신분증, 자격증 등을 카카오톡에 보관·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 인증서를 발급받은 이용자는 지난달 26일 기준 550만명에 달한다.

현재 카카오톡 지갑 인증서를 생성했다가 삭제하는 방법은 ▲틀린 비밀번호를 일부러 5번 입력하거나 ▲기기 변경 또는 카카오톡 앱 삭제 후 재설치를 하면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카카오톡 더보기 화면 상단에 카카오톡 지갑의 서비스 이미지는 계속 노출된다. 인증서 계속 진행을 위한 본인 확인 절차로 이어지는 식이다. 카카오톡 지갑을 발급받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려면 카카오톡 계정 자체를 탈퇴해야 한다. 카카오는 이에 대해 “카카오톡 지갑은 서비스 내 공간 개념으로, 본인인증을 통해 카카오 계정의 회원 등급을 업그레이드한 체계”라며 “인증 이전의 회원 등급으로 다운그레이드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경쟁 민간 인증서인 네이버 인증서나 통신3사 통합 운영 인증서 ‘패스(PASS)’ 등이 인증서 메인 화면에 바로 ‘삭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 것과 상반된다. 이들 인증서는 이용자가 삭제를 원할 경우 삭제 버튼만 누르면 추가 절차 없이 바로 해지가 가능하다. 휴대전화 파손·분실 시에도 네이버 인증서는 PC 화면상으로, 패스는 통신사 전산상 휴대전화 분실신고 즉시 인증서를 파기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이용자 불편을 인지하고 올해 상반기 내 인증서 삭제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카카오톡 ‘멀티 프로필’과 ‘이모티콘 플러스’ 등 신규 서비스를 카카오톡 지갑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카카오톡 지갑을 처음 생성할 때는 반드시 인증서 발급을 거쳐야 하는데, 결국 카카오가 자사의 민간 인증 및 자격 증명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서비스를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멀티프로필은 여러 개의 프로필을 사용하는 서비스인 만큼 보안상 본인 확인이 필요하고, 이모티콘 플러스 또한 구독 결제를 위해 지갑과 연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카카오톡 지갑 생성 후 인증서만 별도로 삭제하는 방법도 존재했다. 이 경우에도 멀티프로필과 이모티콘 플러스 이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단, 인증서 별도 삭제시 ▲카카오인증서 폐지 신청서 ▲신청인 휴대폰 이용계약 증명서 ▲신분증 사본 등을 제출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전자서명법상 인증서 삭제와 관련한 별도 조항은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와 함께 민간인증서의 안전성 확보 등을 위해 시행령상 ‘전자서명인증 업무 평가·인정 제도’를 두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선정한 평가기관이 사업자의 운영 기준 준수 여부 등을 평가하는 식이다.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평가·인정 제도를 통해 사업자가 이용자 편의성을 보장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추후 카카오 측과 만나 해당 내용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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