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7개월만에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습을 드러낸 구현모 KT 대표가 통신사 옷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규제로 점철된 성장정체 통신분야 대신 미디어‧금융‧기업(B2B) 등 비통신분야에서 성장기회를 찾아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구현모 대표는 27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디지털-X 서밋 2020’과 연계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KT는 통신매출 100%의 통신기반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미디어, B2B, 에너지, 등 비통신분야에서 약 40%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새 성장동력을 찾고 기회를 찾아,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 Digico)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버‧카카오와 달리 KT는 통신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가겠다”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다른 산업 혁신을 선도하는 디지코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는 KT의 전략방향이자 비전”이라고 덧붙였다.
◆현대HCN 품고 미디어 압도적 1등=이날 구 대표는 디지털플랫폼기업으로 변화하는 차별화 포인트로 미디어, 금융, B2B 사업 등을 꼽았다. 특히, 미디어는 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인 만큼, 인공지능을 적용하고 교육‧쇼핑 등과 연계하는 확장성도 보여준다. 또한 현대HCN을 인수하게 되면 KT그룹 미디어 사업 매출은 3조원에 달하게 된다. 넷플릭스 서비스 제휴 및 쇼핑, 교육 등 진화된 서비스로 미디어 플랫폼 사업 혁신도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 대표는 “미디어사업에서 KT는 압도적 1등이다. KT그룹과 현대HCN 가입자를 합하면 1256만명, 국민 4명 중 한 명이 KT 가입자”라며 “올해 미디어사업 매출 1조8000억원(지난해 1조6000억원)을 예상하며, 현대HCN 인수 때 2조8000억원 사업규모를 갖추게 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 등을 포함하면 3조원 규모 비즈니스”라고 부연했다.
이어 “현대HCN을 인수하는 이유는 확실한 1등을 위한 것”이라며 “내년부터 콘텐츠쪽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교육‧휴식‧돌봄 등 가정 내 삶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케이뱅크, 묵은 숙제 해결…BC카드, 데이터 회사로=KT는 금융사업도 주목하고 있다. 대주주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인터넷은행법이 통과되면서, 케이뱅크 숙제도 풀었다. BC카드는 데이터 회사로 도약할 예정이다.
구 대표는 “올해 큰 변화가 있었다. 3~4년간 지지부진했던 케이뱅크 문제가 해결돼 BC카드가 1대 주주에 올랐고 그룹 계열사로 들어왔다”며 “오랫동안 묵혀온 숙제를 풀었다”고 전했다.
BC카드에 대해서는 “BC카드는 가맹점 310만 가맹점, 페이북 524만 가입자, 개인고객 353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가맹점 고객 중요하다”라며 “데이터 회사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금융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겠다”고 제언했다.
◆ABC 역량 강화 “돈 된다”=이날 구 대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뜻하는 ABC 역량을 강조하며, 이들 사업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B2B시장에서도 AI콜센터, 페이퍼리스,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다른 산업의 혁신 성과를 통해 올해 2분기 AI‧디지털전환(DX) 분야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6% 성장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구 대표는 “AI와 빅데이터 사업을 4년간 하면서 돈과 연관됐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KT는 사업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능력과 자산이 있어, 이를 활용해 돈을 벌 수 있다”며 “콜센터 사업은 3~4조에 달하는 AICC(AI콜센터)로 성장산업으로 진입할 것이며, AI로 20% 이상 효율성을 높이는 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KT는 국내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1위 사업자다. 물론,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을 석권하고 있으나, KT는 10년간 2조원 이상 투자하고 7000여개 기업‧공공사업을 진행했다.
구 대표는 “다음달 국내 최대 용량 IDC 용산이 문을 연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개척하고, 토종 클라우드로 이 시장을 지켜 국내기업과 성장하겠다”며 “비통신분야에 분명한 사업 기회가 있고, 차별화된 ABC 역량으로 다른 산업 혁신을 리딩하겠다”고 역설했다.
◆KT, 성장 없는 올드한 기업?=구 대표는 성장이 정체된 기업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정면 반박했다. KT 내부에는 20%씩 성장하는 사업이 존재하고, 39세 이하 젊은 인력은 4500명에 달하며, AI 핵심 인재도 매년 300명 이상 추가 양성하고 있다.
구 대표는 “KT는 성장 없는 올드(old)한 기업이라는 우려가 있다. 규제를 받는 모바일 매출은 성장하지 못했으나, 미디어는 5년간 20%, 기업IT솔루션 18%, AI/DX 8%나 성장했다”며 “임직원 평균나이는 47.3세이지만, 39세 이하 인력은 4500명이다. ABC 관련 사업‧컨설팅‧인력은 1500명, AI 핵심 인재는 420명이다. 올해만 370명 AI인력을 양성했다”고 설명했다.
KT는 내년 융합산업을 위해 제휴, 협력,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LG전자, 현대중공업그룹, KAIST, 한양대 등이 협력하고 있는 ‘AI 원팀’에 이어 ‘클라우드 원팀(가칭)’ 출범도 준비한다.
아울러, 구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하고 B2B DX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선언은 KT 새로운 100년의 단단한 기반이 될 변곡점이자 내실 있는 도약”이라며 “의미 있는 시장 성과로 KT 기업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내년부터 구조적 변화를 주닙하겠다. 결과물을 볼 수 있도록 그룹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