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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블록체人③] 블록체인업계에서 서달미‧남도산 되는 법

[인터뷰] 이건희 블록크래프터스 엑셀러레이션 팀장

주춤하던 비트코인이 다시 2000만원대를 돌파하고,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열풍이 부는 등 2020년 가상자산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거쳤다. 은행 등 기관투자자의 진입도 활발해진 만큼 2021년에는 더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디지털데일리>는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를 이끄는 리더들을 만나 2021년 새해 시장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이건희 블록크래프터스 엑셀러레이션 팀장.
이건희 블록크래프터스 엑셀러레이션 팀장.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최근 드라마 ‘스타트업’이 큰 인기를 끌며 종영했다. 해커톤부터 데모데이, 후속 투자까지 스타트업의 이모저모를 다룬 드라마는 처음이었기에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주목 받은 드라마였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생겼다 사라지는 업계에서 드라마 속 CEO 서달미(수지), CTO 남도산(남주혁)은 성공 사례로 그려졌다.

이들이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밴처캐피털(VC)이 있었다. 서달미와 남도산은 VC가 운영하는 엑셀러레이터 ‘샌드박스’로부터 초기 창업 자금과 입주공간을 지원 받았다. 또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VC 팀장인 한지평(김선호)으로부터 쓴 소리를 들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신기술인 만큼 블록체인 관련 기업은 모두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다. 2018년 초 ‘비트코인 붐’을 타고 생겼던 수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 중 여러 곳이 사라졌지만, 그 중 몇몇은 후속 투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자금과 엑셀러레이팅을 지원한 VC들이 있었다.

이런 ‘옥석 가리기’의 과정을 거치면서 VC, 엑셀러레이터들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방식을 구체화했다. 코인 발행으로 성장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없다는 건 이제 모두가 안다. 이에 VC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실질적으로 상용화하는 기업을 찾고 있다.

블록체인 전문 엑셀러레이터 블록크래프터스도 그 중 하나다. 2021년에는 옥석 가리기가 더욱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이에 맞는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엑셀러레이터가 바라보는 새해 블록체인 산업은 어떨까. 이미 수많은 스타트업이 사라진 블록체인 업계에서 서달미, 남도산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건희 블록크래프터스 엑셀러레이션 팀장(사진)을 만나 블록체인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전략과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2018년vs현재, 달라진 ‘스타트업 발굴 기준’

이건희 팀장은 2018년 초 블록크래프터스가 처음 설립됐을 때와 비교해,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기준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투자한 스타트업은 ‘블록체인 상용화’에 초점을 맞췄다.

이 팀장은 “예전에는 블록체인 산업이 다소 질서가 없는 느낌이었다. 그 땐 기술력이 있는지 먼저 보고, 기술 개발에 특화된 스타트업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들어선 기술력도 좋지만 상용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단순히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상용화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다른 4차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했다”고 강조했다.

그 기준에 적합한 사례로는 ‘레드윗’을 소개했다. 레드윗이 개발한 ‘구노’는 연구실에서 쓰는 연구노트를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저장해 내용의 위‧변조를 방지하는 서비스다. 연구노트의 이미지를 찍기만 하면 법적 요건을 갖춘 전자연구노트로 변환되고, 블록체인으로 신뢰성도 갖출 수 있다.

이 팀장은 “대부분 연구노트가 수기로 작성되기 때문에 레드윗은 확실한 페인포인트(Pain Point, 해결하려는 문제)가 있다”며 “이미 앱도 나와있고 대학 연구실을 타겟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서비스를 상용화한 대표적인 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블록크래프터스는 지난 9월 레드윗에 후속투자를 집행했다.

올해 블록크래프터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가 추진하는 ‘K-글로벌 액셀러레이터 육성사업’의 수행기관으로 2년 연속 선정됐다. 육성사업의 일환으로는 초기 블록체인 스타트업을 엑셀러레이팅하는 ‘챌린지엑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챌린지엑스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초기 투자, 전문가 멘토링, 투자자 네트워킹, 홍보 등 엑셀러레이팅을 맞춤형으로 제공받는다.

챌린지엑스 스타트업들을 선발할 땐 상용화 여부뿐 아니라 ‘해외 진출 가능성’을 봤다. 이 팀장은 “블록체인 산업은 국경이 없는 산업이자 해외 진출이 용이한 산업”이라며 “최근 ‘언택트 데모데이’도 진행하면서 해외 진출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들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 기준에 알맞은 팀으로는 챌린지엑스 2기에 선정된 ‘DSRV랩스’를 언급했다. DSRV랩스는 블록체인 상 검증자 노드(네트워크 참여자)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으로, PoS(Proof of Stake, 지분증명) 기반 블록체인의 노드로 참여한 뒤 보상을 받는다. 이 팀장은 “노드 사업은 전 세계 어디서든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블록체인 플랫폼 대부분이 PoS 기반으로 전환되고 있어 향후 성장성도 높은 팀”이라고 설명했다.

◆엑셀러레이터의 2021 전망은? “블록체인 산업 파이 더 커진다”

이처럼 달라진 기준에도 부합한 스타트업들은 꾸준히 사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2021년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에게 더욱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18년 설립된 후 지금까지 잘 버텨냈다면, 2021년엔 후속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스타트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시기가 왔으므로 내년부터는 블록체인 산업의 파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대부분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아직 업력 3년 미만인데, 액셀러레이터들이 초기 투자하는 스타트업들은 3년 미만의 기업들”이라며 “2018년~19년에 설립된 곳들은 21년에도 초기 투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산업 분야는 크게 금융, 비금융으로 나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팀장은 “최근 업계에서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가 많이 쓰이는 걸 보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금융 산업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마트컨트랙트로 구동되는 금융 서비스를 일컫는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 토큰) 등 2020년에 발전했던 디지털 자산 서비스들이 앞으로 더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비금융 분야에선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 다른 4차산업혁명 기술과 융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블록크래프터스가 이번 챌린지엑스 2기에서 ‘4차 산업 융합 분야’ 스타트업을 모집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팀장은 “블록체인 기술만 가지고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를 상용화하기는 힘들다”며 “IoT나 AI, 빅데이터 같은 기술과 융합했을 때 더 큰 시너지로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챌린지엑스에서도 현재는 블록체인을 쓰고 있지 않지만 향후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 스타트업들을 선발했다”고 덧붙였다.

◆유연함‧해외진출‧커뮤니케이션…‘스타트업의 동반자’ 얻는 법

달라진 업계의 흐름과 2021년 전망까지 확인했다면,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는지’다. 드라마 스타트업에선 VC와 엑셀러레이터를 ‘스타트업의 동반자’로 소개한다. VC들은 어떤 스타트업에 기꺼이 동반자가 되려 할까.

이 팀장은 일반 스타트업이든 블록체인 스타트업이든 투자 유치를 위해 제일 먼저 확인하는 건 ‘팀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팀원을 본다는 건 사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업이 피보팅(방향 전환)하더라도 (팀원이)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살펴본다”고 말했다. 또 “해외 진출이 가능한지 봐야 하므로 외국어로 발표가 가능한 임원이 있는지 보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VC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간과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초기 투자를 유치했더라도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간과하는 스타트업은 후속 투자 유치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놓쳐서는 안 될 사업자의 능력”이라며 “기술 개발에만 힘을 쏟기보다, 고민을 편하게 얘기하고 매월 성과를 보고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매월 캐시플로우(자금 흐름)를 말하는 등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팀이 후속 투자도 잘 유치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엑셀러레이터들은 한 번 맡은 스타트업이 후속 투자까지 유치할 수 있도록 계속 도와준다. 블록크래프터스의 경우 챌린지엑스 2기가 시작됐음에도 1기 스타트업들이 후속 투자를 유치하도록 꾸준히 컨설팅을 지원했다. 이에 1기 선정기업 8곳 중 6곳이 후속 투자를 유치했다.

이 팀장은 “후속 투자를 유치할 땐 정보만 알려주고 투자는 유치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민감 정보는 비밀유지를 하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컨설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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