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창펑 쟈오(Changpeng Zhao) 바이낸스 대표

주춤하던 비트코인이 다시 2000만원대를 돌파하고,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열풍이 부는 등 2020년 가상자산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거쳤다. 은행 등 기관투자자의 진입도 활발해진 만큼 2021년에는 더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디지털데일리>는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를 이끄는 리더들을 만나 2021년 새해 시장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라는 수식어는 이제 바이낸스에게 잘 맞지 않는다. 단순히 거래 사업을 넘어 가상자산, 블록체인과 관련된 사업은 모두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바이낸스는 블록체인 플랫폼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을 출시하고 ‘바이낸스 카드’ 사업을 확장하는 등 거래소를 넘어 블록체인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바이낸스 랜딩(대출), 스테이킹(예치) 등이 가상자산 금융 관련 사업이었다면, 이제 블록체인 사업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바이낸스의 확장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창펑쟈오(Changpeng Zhao) 바이낸스 대표는 가상자산 업계의 ‘트렌드세터(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로 불린다. 그가 트위터에 어떤 글을 올리는지, 바이낸스가 출시하는 신규 서비스는 무엇인지에 대해 매번 업계에 이목이 쏠린다. 그의 이름을 줄인 ‘CZ’는 업계에서 이미 고유명사가 됐다.

트렌드세터는 올해 가상자산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비트코인 가격 상승과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 열풍이 바이낸스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CZ가 생각하는 2021년 시장 전망은 어떤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CZ “비트코인, 안전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2020년 가상자산 업계를 휩쓴 게 있다면 단연 비트코인 가격 상승일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비트코인 2000만원’은 식어가던 사람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모았다.

쟈오 대표는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 수단이자 안전자산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코로나 19로 인해 경제 위기가 가속화되면 IMF 같은 기관들이 구제 금융을 제공하게 될텐데, 구제 금융은 결국 더 큰 인플레이션을 낳는다”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자금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며 “금 가격은 올해 23% 올랐고, 비트코인은 무려 250% 올랐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 중 하나로 평가받으면서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이동했고, 그에 따른 가격 상승이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가상자산 관련 인프라도 점점 발전하고 있는 만큼, 가상자산 시장이 ‘투기’ 이미지를 벗어나 재평가받아야 된다고도 했다. 쟈오 대표는 “각국의 규제도 정비되어 가고 있고 가상자산을 활용한 금융 상품도 늘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 같은 기관들도 비트코인 보유량을 늘리고 있다”며 “시장은 다시 평가받을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따라 바이낸스의 영업이익도 크게 늘었다. 쟈오 대표는 “올 한해 바이낸스의 영업이익은 8억달러(8724억원)에서 10억달러(1조 906억원) 사이가 될 것 같다”며 “작년엔 5억 7000만달러였으므로 2억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디파이 열풍 온도 높인 바이낸스, 왜 ‘공격적 상장’ 시도했나

비트코인 가격 외에도 2020년 가상자산 업계의 주요 키워드가 하나 더 있다. ‘디파이 열풍’이 그 키워드다.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로 금융 서비스를 운용하는 ‘디파이’는 전통 금융에 비해 높은 이자 수익을 내세워 빠르게 확산했다. 디파이 서비스들은 우후죽순 늘기 시작했고, 해당 서비스들이 출시한 토큰은 수백%씩 가격이 뛰었다.

이 디파이 열풍을 이끈 주역 중 하나가 바이낸스다. 바이낸스가 디파이 서비스들의 토큰을 일주일에 두 세 개 꼴로 상장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만큼, 가상자산을 발행한 프로젝트들에게 ‘바이낸스 상장’은 이루기 어려은 과제로 간주돼왔다. 비교적 깐깐하게 상장 심사를 해왔다는 얘기다. 그런 바이낸스가 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디파이 토큰들을 공격적으로 상장하다보니, 디파이 열풍이 더 뜨거워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에 대해 쟈오 대표는 “바이낸스는 원래 철저한 실사를 거쳐 가상자산을 상장한다”며 “디파이 열풍이 시작됐을 때 바이낸스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원래대로 철저한 실사를 거쳐 상장할지, 아니면 디파이 확산 속도에 맞춰 빠르게 상장할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고민 끝에 바이낸스는 ‘이노베이션 존’이라는 플랫폼을 만들어 빠른 상장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노베이션 존은 다른 토큰에 비해 높은 변동성 및 위험성이 있지만 새롭고 혁신적인 토큰들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다. 쟈오 대표는 “고객들이 원하는 토큰을 상장하면서도 비교적 안전한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이노베이션 존을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부담해야 할 위험은 여전히 존재한다. 디파이 서비스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만큼 스캠(사기) 서비스들도 많은 탓이다. 이노베이션 존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바이낸스가 상장한 토큰이 스캠으로 밝혀질 경우 투자자들은 바이낸스에 책임을 묻게 된다.

쟈오 대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투자자들과 공유하려고 노력한다”며 “투자자들에게도 바이낸스 리서치, 바이낸스 아카데미 등을 통해 토큰에 대한 정보를 알아본 후 투자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프로젝트의 목적 ▲개발 진행 상황 ▲프로젝트 감사 여부 ▲창업자가 익명인지 아닌지 ▲토큰은 어떻게 분배되는지 등을 반드시 확인하고 투자하라고 권고했다.

정보 공유에도 불구, 사기로 판명된 프로젝트는 바이낸스 보안팀에서 추적해 투자자 피해를 복구한다고 밝혔다.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을 기반으로 개발된 ‘와인스왑’이 그 사례다.

쟈오 대표는 “와인스왑이 34만 5000달러에 달하는 고객 자금을 빼돌린 적이 있다”며 “바이낸스 보안팀이 블록체인 거래내역을 바탕으로 끝까지 추적해 스캐머(사기꾼)를 찾았고, 고객 자금을 복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와인스왑 같은 사례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실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낸스 KR, 빗썸 인수 소문 등 한국 사업은?…CZ “여러 파트너십 검토 중”

바이낸스가 어떤 사업을 진행 중이고, 출시할 것인지도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우선 올해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카드’를 출시하고 가상자산 결제 사업을 가속화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결제 기업 페이팔이 가상자산 결제를 지원하면서, 바이낸스 카드도 경쟁력을 키워야 할 상황에 놓였다.

쟈오 대표는 “올해 가상자산 결제가 더 활성화되기를 바랐지만, 기존 결제 시스템이 좋다보니 기대만큼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페이팔이 경쟁자라기 보다는, 가상자산 결제 시장을 더 키워줄 수 있는 시장의 참여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페이팔의 등장으로 가상자산 결제 시장이 더 커지면, 바이낸스도 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올해 출시된 바이낸스의 블록체인 플랫폼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은 어떨까. 아직 블록체인 플랫폼 시장의 대표주자는 이더리움이다. 이에 바이낸스 스마트체인은 이더리움에 비해 더 빠른 거래 속도, 더 나은 확장성을 내세웠다. 다만 이더리움 2.0의 첫 단계 ‘비콘체인’이 지난 1일 가동되면서 스마트체인 역시 차별화 포인트를 준비해야 한다.

쟈오 대표는 “비콘체인은 이더리움 2.0의 0단계이기 때문에 여러 단계를 거쳐 2.0이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스마트체인은 이미 PoS(Proof of Stake, 지분증명) 알고리즘을 쓰고 있고 보안성이 높다”며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에는 크로스체인 솔루션, 레이어2 솔루션 등을 통해 스마트체인의 확장성을 더 높일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또 100만달러 규모 스마트체인 펀드를 조성해뒀으므로 디파이 서비스를 비롯한 많은 디앱(DApp,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들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최근 국내 업계에서는 바이낸스도 빗썸 인수를 염두에 뒀다는 얘기가 돌았다. 중국계 거래소 후오비가 유력한 원매자로 거론되는 가운데, 바이낸스 역시 인수를 검토했다는 것이다.

빗썸 인수에 대해 쟈오 대표는 “바이낸스는 여러 국가에서 인수 및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며 “업데이트가 있으면 발표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CZ가 꼽은 2021년 세 가지 키워드: NFT‧가상자산 결제‧기관투자자

마지막으로 궁금했던 부분은 쟈오 대표가 바라보는 2021년 가상자산 시장이다. 트렌드세터로서 2021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무엇이 주요 키워드로 부상할 것인지 물어봤다.

쟈오 대표는 2021년 전망을 나타내는 키워드로 ▲NFT 시장 확대 ▲가상자산 결제 활성화 ▲기관투자자 증가를 꼽았다.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토큰)란 토큰 1개 당 가격이 같은 일반 가상자산과 달리, 토큰마다 가격이 다른 것을 뜻한다. 희소성 있는 아이템을 토큰화할 때 NFT가 쓰인다. 쟈오 대표는 2021년 NFT 거래 플랫폼이 더 활성화되고, 거래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또한 페이팔의 진입, 바이낸스 카드의 사업 확대 등으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결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페이팔과 바이낸스 카드 모두 가상자산으로 결제 시 자산이 법정화폐로 실시간 환전되게끔 지원한다. 가격변동성과 상관없이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쟈오 대표는 기관투자자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올해 3분기 바이낸스의 기관투자자 신규고객 수가 전 분기 대비 60% 늘어난 것이 그 근거다. 쟈오 대표는 “전체 기관투자자 고객 수는 지난해 대비 46% 늘었다”며 “2021년에는 더 많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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