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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칼럼

[취재수첩] 소부장, ‘반일’(反日) 아닌 ‘반전(反轉)’으로

- 원천기술 확보는 오랜 시간 필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일본 수출규제 이후 1년하고도 5개월.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는 숨가쁘게 달려왔다.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품목은 내재화에 성공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며 지난 10월 말까지 불화수소의 대(對)일본 수입의존도는 12.2%로 전년동기대비 22.1%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폴리이미드는 각각 87.5%, 38.5%로 2.4%, 5.4% 하락했다.

분위기도 확실히 달라졌다. 소부장 업체는 신이 난다. 대기업과 협업 기회 및 정부 지원 정책이 늘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대체로 만족한다. 샘플 테스트조차 못 하던 때보다 낫다는 의미다.

그러나 고객사 생각에는 차이가 있다. 지나친 낙관과 감정적 대응은 금물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반일’ ‘극일’ 등에 대해선 경계심을 드러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본이 가진 원천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생산되는 고부가가치 제품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그렇다. 일부 소재를 제외하면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 파인메탈마스크(FMM), 음극재 등은 일본 비중이 여전히 높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제조기술은 진작에 일본을 넘어섰지만 소부장에서 일본 영향권에서 벗어났다고 자신하기는 힘들다.

업계에서는 탈일본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내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적인 대응이 아닌 산업 및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1년 반. 산업 주기를 생각하면 길지 않은 시간이다. 과제는 많이 남았다. 단기전이 아니다. 진정한 승리는 반일이 아니라 반전이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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