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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방통위, MBN 재허가 이중잣대…충북방송 직원들은 걱정 안됐었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사 재허가 심사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중적인 잣대로 전혀 다른 정책적 판단을 내리고 있어 논란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달 27일 재허가 심사기준 650점에 미달한 MBN에 대해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심사결과 MBN은 변화하는 방송환경 및 미디어 이용행태 변화에 대한 대응방안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시사논평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과다해 프로그램 편성 균형성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방송의 사회적 기여도가 낮았고 재난방송이나 어린이 방송 편성도 매우 저조했다. 홈쇼핑 연계편성도 다른 종편에 비해 심각했다. 보건에 관한 왜곡정보 등 공익적 가치 측면도 부적절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경영적 측면에서도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총체적 난국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방통위는 재승인 거부시 MBN 직원을 비롯해 관련 종사자의 피해, 시청권 침해 등 사회적 파장이 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상임위원 만장일치로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시계추를 2년여전으로 돌려 3기 방통위로 돌아가보자.

2018년 7월 방통위는 CCS충북방송의 재승인 사전동의에서 상임위원 만장일치로 거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CCS충북방송은 충주시, 제천시, 음성군, 단양군, 진천군, 괴산군, 증평군 등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가입자 16만 가량의 케이블TV 방송사이다. 대주주, 전대표의 횡령, 배임 의혹 등으로 인한 경영부실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유료방송 재허가 결정권은 과기정통부가 갖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로부터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과기정통부는 CCS충북방송이 새로운 경영진을 꾸리고 경영개선을 추진하는 만큼, 회생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과기정통부는 650점 이상으로 조건부 재허가 결정을 내렸지만 방통위원들의 기준은 엄격했다. 방통위는 재허가 조건 부가를 통한 문제 해소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과기정통부가 재요청할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부처간 이견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결국 CCS충북방송은 재승인이 취소되는 운명을 맞았다.


당시 방송업계에서도 CCS충북방송이 문제가 있지만 조건부 재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방통위가 MBN에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린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다. 해당 방송사에 근무하는 직원들과 16만 지역 가입자와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액주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재허가를 거부하는 데 따른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점이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저해할 수 있다든지, 직원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든지, 소액주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든지 이것은 누구든지 예상할 수 있고 이런 것이 무서워서 지금까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허가를 했다”며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이유로 해서 이렇게 잘못된 방송을 경영하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롭게 구성된 4기 방통위는 MBN 재허가와 관련해서는 다른 잣대를 내밀었다.

이미 MBN은 불법 자본금 모집으로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그 자체만으로도 승인 취소가 가능했지만 시청자 권리, 외주제작사 처우 등을 감안해 업무중지 결정을 내렸다. 일부 상임위원들은 피해가 덜 가도록 새벽시간대 업무정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영업정지로 인한 경영악화에 따른 직원생계를 걱정한 주장이었다.

경영상의 문제와 재허가 심사 탈락. 두 가지 측면에서 MBN과 CCS충북방송은 다를 것이 없었다. CCS충북방송은 그 이전에도 재허가 기준에 미달한 적이 있었지만 MBN 역시 첫 재승인 심사에서 단 1점차이로 간신히 생존했다.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쪽은 만장일치 재허가 탈락이었고, 다른 한쪽은 만장일치 조건부 재승인이었다. 의견이 엇갈렸다면 상임위원 성향으로 볼 수 있지만 만장일치라는 것은 방통위 전체 정책방향과 일맥상통한다고 봐야 한다. 달랐던 것은 3기, 4기 방통위, 그리고 MBN이라는 거대 종편과 조그만 지역 케이블 방송사라는 차이점 뿐이었다. 오히려 더 규모가 크고 영향력이 많은 종편에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TV조선을 비롯해 재허가 심사때마다 문제가 됐던 OBS 등 비슷한 사례가 존재했지만 직원 100여명 안팎의 조그만 CCS충북방송만 취소라는 막바지 골목으로 내몰렸던 것이다.

당시 CCS충북방송 사전동의 심사를 진행했던 3기 방통위는 과기정통부와 방송정책 권한을 놓고 갈등을 벌였다.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 모두 기회가 될때마다 방송정책을 방통위로 일원화해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한 분위기 때문에 방통위가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린 과기정통부에 대해 의도적으로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는 뒷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CCS충북방송 재허가 취소를 결정했던 전체회의서 표철수 위원은 “사전동의라면 원래 방통위가 심사를 하고 이것을 가지고 과기정통부가 심사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과기정통부와의 힘겨루기 등의 이유 때문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고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하지만 허가 시점, 방통위와 과기정통부간의 힘겨루기 상황 등에 이어 재허가 취소는 여러 뒷말을 낳았다.

CCS충북방송은 방통위의 부동의 이후 대주주를 변경하고 체질개선을 통해 올해에는 흑자로 전환에 성공했다. 행정소송을 진행하던 도중 법원의 중재로 방통위 재허가 심사를 다시 받을 수 있게 됐다.

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 CCS충북방송은 경영투명성, 재무건선성 등 경영이 정상화 됐고 방송사업을 영위하지 못할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74.48점을 받아 재허가 기준인 650점을 훌쩍 넘겼다. 방통위는 이달 24일 위원회를 열고 CCS충북방송에 대해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방송사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경우 강력한 조건을 걸거나 승인도 취소할 수 있다. 방송사가 그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생존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되지만 정부의 판단, 특히 규제기관의 칼끝은 공정하고 차별이 없어야 한다.

정무적 판단이나 기업의 크고 작음에 따라 달라질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불과 2년만에 방통위는 같은 사안을 놓고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의 규제정책이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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