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정부와 통신3사가 주파수 재할당대가를 놓고 실무협의에 착수한다. 법적대응까지 시사하며 평행선을 달려온 상황에서, 나름의 진전이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토론회’ ‘공청회’ 대신 ‘공개설명회’를 열고 5G 투자옵션을 부과한 주파수 재할당대가 산정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사업자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자리 아니냐는 비난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도 공개설명회 이후 사업자와 협의 테이블을 마련하며 귀를 열겠다는 모습이다.
과기정통부는 공개설명회를 통해 5G 기지국 15만국을 구축했을 때 재할당대가는 약 3조2000억원이라고 밝혔다. 현재 통신3사 투자상황을 고려하면 9만~12만국 기준 3조7000억원으로 예상된다. 2022년말까지 투자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통신3사는 달성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조건이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LTE 당시 10여년간 구축해 온 기지국 수가 15만국이다. 현재 통신3사는 각 약 5만국을 구축한 상태다. 10만국을 더 구축하려면 투자금액만 사업자당 2조원이 투입돼야 한다. 시기적으로도 금액적으로도 해내기 어려운 목표다. 또, 재할당대가에 과거 경매가를 100% 반영했다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승자의 저주’로 불릴 정도로 1.8GHz 주파수 대역에서 과열 입찰경쟁을 벌였던 그 가격까지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통신사에서 “감나무에 까치밥도 남기지 않고 다 가져가면, 사업은 어떻게 하느냐”라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물론, 과기정통부가 5G 투자 확대를 위해 묘수를 가져온 것은 맞다. 5G 기지국은 5G 융합산업의 기반을 닦아줄 기본적인 인프라인 만큼 당연히 중요하다. 그렇지만, 과도한 부담은 기업의 투자를 오히려 막을 수 있다.
통신사는 무선사업만 하는 곳이 아니다. 미디어를 비롯해 인공지능(AI), 금융, 보안, 자율주행 등 다양한 영역으로 융합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도 투자가 이뤄진다. 미래를 도모하기 위한 인수합병(M&A)과 전략적 투자도 한창이다. 문제는 자원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가 오롯이 5G 기지국 구축에 모든 비용을 쏟는다면, 다른 투자가 필요한 영역에서는 손가락만 물고 있어야 한다.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가치 측면에서도 합리적이지 않다.
자칫 잘못하면, 과도한 5G 구축 비용이 주주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용자에게도 불리하다. 통신비 인하 등을 요구할 때마다, 통신사는 정부에게 내야 하는 재할당대가와 5G 기지국 구축에 사용된 비용을 방패막처럼 내세울 것이다.
통신사도 정부가 주창하는 5G 인프라 중요성을 느꼈을 터다. 통신사는 정부가 요구하는 5G 커버리지 확대를 꾀하는 방안을, 정부는 기업이 감내할 수 있을 만한 재할당대가와 투자옵션을 고민해야 한다. 이미 서로의 패는 모두 보여줬다. 이제 양쪽 모두 머리를 맞대고 실리를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