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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얼굴 붉히는 韓 배터리?…SK넥실리스, 신공장 후보지 '논란'

-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진출 가능성에 일진머티리얼즈 반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국내 배터리 업체 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에 이어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가 SK넥실리스 신공장 부지 선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사는 배터리 핵심소재 업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넥실리스는 해외 생산기지 구축을 위한 복수의 지역을 검토 중이다. 올해 안으로 결론을 내고 공사에 돌입할 방침이다.

SK넥실리스의 신공장 후보지로 말레이시아, 미국, 헝가리 등이 거론된다. 이 중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이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2017년 일진머티리얼즈가 진출한 곳이다. 지난해 1월 동박 공장을 준공했다.

발단은 지난 8월 현지 언론의 기사다. 당시 말레이시아 보르네오포스트는 ‘한국 기업이 쿠칭에 8000억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쿠칭 정부에서 지원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주인공은 동박 업체 SK넥실리스다. 구리를 얇게 만든 막인 동박은 배터리 핵심소재 음극재에 쓰인다.

◆불만 품은 일진머티리얼즈…왜?=일진머티리얼즈는 반발했다. SK넥실리스가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옆 부지에 공장 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동박은 환경에 민감한 소재다. 고온다습한 말레이시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불량률을 낮췄다”며 “힘들게 자리 잡았는데 노하우를 쌓은 엔지니어와 현지 숙련공이 인근에 공장을 설립한 SK넥실리스로 넘어갈 우려가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사가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면 대규모 이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어 “일진머티리얼즈가 말레이시아 진출할 시 SK넥실리스의 전신 KCFT에서는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면서 “이제 와서 말레이시아를 간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일진머티리얼즈와 SK넥실리스는 각각 전북 익산, 정읍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1990년대 중반 동박 업계 후발주자인 LG금속(현 SK넥실리스)이 인력 15명을 데려갔고 전북 익산 공장에서 30분 거리인 정읍에 공장을 지었다”고 주장했다.
◆SK넥실리스의 반박…“기술력, 우리가 위!”=SK넥실리스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반응이다. 말레이시아 부지에 대해서는 저렴한 인건비 등 비용 측면에서 장점이 있는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SK넥실리스는 처음 언급된 부지를 전기 수급 문제 등을 이유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10킬로미터(km) 이내 2곳을 후보지로 올리면서 일진머티리얼즈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최근 양사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 SK넥실리스는 ‘검토 중이다. 말레이시아 가더라도 페어플레이할 것’이라고 전했다는 후문이다.

SK넥실리스는 일진머티리얼즈에서 지적한 ‘인력 유출’ 이슈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SK넥실리스가 경쟁사의 직원을 데려올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양사는 자신들의 동박 제조기술이 더 뛰어나다고 설전을 펼쳤다. SK넥실리스는 전기차 배터리용 4마이크로미터(㎛) 동박을, 일진머티리얼즈는 반도체용 1.5㎛ 동박을 내세운다. 양사는 각각 “배터리용과 반도체용은 다르다” “1.5㎛ 제품을 만든 회사가 4㎛ 못 하겠냐”고 강조한다.

◆업계 “제2의 LG-SK 사태 막아야”=배터리 업계에서는 두 회사의 갈등이 잘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법적 분쟁 장기화와 연이은 전기차 화재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더 이상의 악재는 없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배터리 업계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각자 사업 확장에만 집중해도 부족할 시점에 불필요한 다툼은 업계 전반에 부정적인 요소”라고 이야기했다.

소재 업체 관계자는 “SK넥실리스가 최종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는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을 것”이라며 “SK넥실리스 입장에서는 말레이시아 진출이 부담스러워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SK넥실리스는 “현재 동남아시아,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의 여러 후보지를 대상으로 고객 접근성, 전기요금, 인건비 등 증설 투자에 필요한 조건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있다”면서 “올해 안으로 최적화된 입지를 대상으로 한 투자 결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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