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12일 2020년 3분기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액 1021억원, 영업이익 134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대비 60%, 464.8% 성장한 수치다. 2분기에 이어 분기 연속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한컴의 기록적인 성장 근간에는 마스크, 소방용 호흡기, 보호의 등의 제조 부문이 있다.
한컴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부문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42억원, 83억원이다. 제조 부문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90억원, 64억원으로 SW 부문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두 부문의 성장세를 살피면 곧 제조 부문이 SW 부문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3분기 대비 올해 1~3분기 한컴의 SW 부문이 매출 4.3%, 영업이익 23.4% 성장할 동안 제조 부문은 매출 132.7%, 영업이익 4061.8% 성장했다. 제조 부문이 매출, 영업이익 모두 견인한 셈이다.
외형에선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컴이지만 시장에선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컴의 본질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렸던 마스크 시장이 안정화에 접어들며 기존과 같은 파격적인 성장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데다 주력 SW 제품인 한컴오피스에도 악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0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방형 문서표준포맷(ODF) 사용을 선언했다. 사실상의 ‘탈 한컴오피스’를 위한 움직임이다. 한글문서(.hwp)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한컴오피스를 쓸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온다.
경기도의 탈 한컴오피스는 단순히 고객 하나가 줄어드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경기도와 문서를 주고받는 기업들은 도에서 hwp 서식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컴오피스를 사용하는 곳이 다수다. 만약 경기도가 더 이상 hwp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한컴오피스를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경기도를 시작으로 탈 한컴오피스 움직임이 확산될 수도 있다. 공공기관의 hwp 사용은 꾸준히 문제시 돼 왔다. 국민청원에 공공기관의 한글 독점을 금지시켜 달라는 청원이 제기되는가 하면 “토종 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해줬지만 돌아온 것은 독점으로 인한 전체 시장 경쟁력 약화”라는 날선 비판도 나왔다.
이와 같은 비판 여론과 움직임은 한컴이 개발 중인 개방형 운영체제(OS) ‘한컴 구름’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공공기관의 개방형 OS 도입을 늘려 2026년에는 공공기관 PC의 OS 대부분을 개방형 OS로 대체한다는 로드맵을 수립했다. 막대한 시장이 형성됨에 따라 티맥스, 인베슘, 한컴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한컴은 국가보안기술연구소와 협력해 개발한 개방형 OS ‘구름 플랫폼’에 한컴오피스를 더한 한컴구름을 개발 중이다. 공공기관 이용자에게 친숙한 한컴오피스가 되려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한컴 관계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글로벌 서비스인 ‘워크독스’, 네이버의 ‘웨일브라우저’, NHN의 ‘토스트 워크플레이스 두레이!’ 등에 웹오피스 기술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앞으로도 중장기 성장동력이 될 클라우드 분야로의 확장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적인 언택트 확산 흐름에 발맞춰 국내와 해외의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해 성장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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