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박현영기자] 대표적인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서비스 유니스왑(Uniswap)의 수수료 폭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더리움이 아닌 다른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유사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하는 클레이스왑, 솔라나를 기반으로 하는 세럼스왑 등 이더리움 외 블록체인 플랫폼에서도 유니스왑과 비슷한 서비스가 등장했다. 일찌감치 등장한 트론 기반 저스트스왑도 꾸준히 자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워진 유니스왑 수수료
유니스왑은 사용자끼리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P2P(개인 간) 거래로 가상자산을 교환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DEX(탈중앙화 거래소) 중 하나이지만, ‘유동성 풀’에 자금을 미리 예치해둘 수 있게 함으로써 중앙화 거래소처럼 거래가 빠르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유동성 공급자들이 풀에 토큰을 채워 놓으면, 해당 토큰이 필요한 사용자들이 가져감으로써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이다. 모든 거래는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이 같은 모델 덕분에 유니스왑은 전체 디파이 서비스 중 예치금 1위의 자리를 지키게 됐다.
문제는 디파이 열풍이 불면서 이더리움 기반 디파이 서비스들의 수수료는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이다. 디파이 서비스 대부분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 거래의 수요가 높아진 탓이다. 스시스왑 등 유니스왑과 유사한 서비스들도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한 뒤 인기를 끌었다.
수수료 증가 현상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유니스왑에서 발생한 수수료는 40만 5000달러로, 같은 날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전체 수수료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 하나에서 발생한 수수료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수수료를 넘어서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 이더리움을 개선한 이더리움 2.0이 오는 12월 출시된다고 알려졌지만, 수수료가 절감될 정도로 활성화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클레이튼에 솔라나까지, 타 플랫폼 기반 ‘스왑’ 열풍
이에 유니스왑과 유사한 서비스들은 이더리움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 유니스왑에 비해 거래 수수료가 낮다는 점을 내세워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최근 국내 블록체인 기업 오지스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유사 서비스를 개발했다. 오지스 측은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가장 큰 유동성을 제공 중인 유니스왑과 발란서(Balancer)의 장점만을 결합해 탄생시켰다”고 강조했다.
클레이스왑의 작동 방식은 유니스왑과 비슷하다. 스마트컨트랙트로 작동되며 누구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클레이튼 버전 유니스왑이다. 오지스는 이더리움 기반 토큰을 클레이튼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오르빗체인’을 함께 출시, 클레이스왑도 유니스왑처럼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했다.
해외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세럼(Serum)도 지난달 세럼스왑의 출시 소식을 알렸다. 세럼 스왑은 블록체인 플랫폼 솔라나를 기반으로 한다. 역시 작동 방식은 유니스왑과 비슷하지만 더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속도를 내세우고 있다.
세럼스왑 측은 백서를 통해 “솔라나의 거래 수수료는 0.00002달러 수준으로 그 어떤 탈중앙화 거래소보다 낮다”며 “ 거래를 확정 짓는 데 1초밖에 걸리지 않아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유니스왑을 저격하며 등장한 트론 기반 저스트스왑도 꾸준히 예치금을 끌어들이고 있다. 저스트스왑 유동성 풀에 예치된 금액은 9일 기준 1억 3600만 달러다.
◆굳건한 1위 유니스왑…“경쟁 통해 살아남아야”
이더리움 2.0이 나와도 수수료가 얼마나 절감될지 확실하지 않은 이상, 높은 수수료를 피해 다른 플랫폼을 택하는 경우는 늘어날 전망이다. 마이클 가베이드(Michael Garbade) 에듀케이션 이코시스템 CEO는 코인데스크에 “이더리움 채굴자들은 네트워크가 더 혼잡해져서 수수료가 높아지는 것을 선호한다”며 수수료가 계속 상승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럼에도 유니스왑의 예치금은 28억 달러 수준으로 여전히 매우 높다. 플랫폼에 관계없이 전체 디파이 서비스 중 유니스왑이 차지하는 비중도 22.8%에 달한다. 디파이 사용자 대부분이 이더리움 기반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어, 유니스왑과 유사한 서비스들이 사용자를 끌어들이려면 좀 더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할 것이란 시각이 제기된다.
국내 블록체인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유니스왑과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디파이 서비스들간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면서 “결국 경쟁을 통해 커뮤니티의 규모와 힘이 우세하거나 플랫폼 안정성이 뛰어난 서비스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현영기자> hyu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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