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난 23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종합감사가 이원욱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박성중 간사(국민의힘)간 욕설논란으로 파행을 겪었다. 며칠이 지나도 계속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올해 국감 중 최악의 추태로 선정해도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과거에 비해 그래도 여야간 정쟁이 크지 않았던 과방위 국감은 왜 마지막 날 그것도 국감 종료 30여분에 어찌보면 별것도 아닌 것 때문에 파행으로 갈 수 밖에 없었을까.
당일 국감 및 올해 과방위 국감을 계속 지켜본 기자 입장에서 일체의 정치적 관점을 배제하고 지극히 개인적 관전평을 내놓고자 한다. 잘못에 대한 경중은 두 의원 모두 동일하다. 5:5 쌍방과실이다. 다만, 왜 이러한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과정을 궁금해 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아 과방위 국감을 계속 지켜본 입장에서 분석을 해보고자 한다.
발단은 박성중 의원이 발언 시간 1분을 못썼다며 이 위원장의 진행방식을 탓했고, 사과를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전체적으로 보면 박성중 의원의 “당신, 당신이지 그럼 뭐야”이라는 말에 이 위원장이 “얻다대고 당신이야”라고 고함을 지르며 싸움이 본격화 됐다. 오전부터 10시간 넘게 지루한 국감을 지켜보고 있던 기자 입장에선 왜 갑자기 이 위원장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후 꼰대들의 유치한 나이 싸움도 이어졌다. 이원욱 의원(63년생)의 “야 박성중”에 나이 많은 박성중 의원(58년생)은 “확 쳐버릴라, 나이도 어린 XX가”라고 맞서며 국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할 때 의사봉을 던지며 막장 국감이 완성됐다.
당시 상황이 발생한 시각은 자정을 30분여 남겨놓은 오후 11시 30분경이었다. 이미 다른 상임위는 한참 전에 국감을 마쳤고 과방위만 지루한 국감을 이어가고 있을 때였다. 증인들은 자정 12시를 넘길 수 없기 때문에 몇 분뒤면 국감도 끝날 판이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원욱 위원장의 폭발은 상당히 의아했다. 21대 국회 과방위 위원장을 맡은 이 위원장의 진행 스타일은 무난함, 조정, 배려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야 의원들이 다투거나 의사진행발언으로 회의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것 같으면 자신을 내려놓고 화해시키는 스타일이다.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콧소리로 “아잉 왜 그래, 싸우지마 제발” 뭐 이런 식이다.
갑자기 등장시켜 미안하지만 전 위원장인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의 버럭 스타일과는 상반된다. 이번 과방위 국감을 계속 지켜보면서 이 이원장의 진행 스타일은 기존 위원장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증인, 참고인에 대해서도 배려심이 상당했다. 질문 없을 것 같은 참고인에 대해서는 먼저 질문을 받게 하고 집에 보내려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결정할 때 동료의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질의를 쪼개서 하다보니 다소 진행이 산만하다는 느낌은 단점이었다.
박성중 의원은 20대 국회에서도 과방위를 담당했다. 무난한 이 위원장과는 달리 톡톡 튀는 스타일이다. 20대 국회에선 인공지능 로봇 클로이, 올해에는 LG유플러스의 AR 글래스를 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마스크를 벗고 질문을 하겠다고 위원장에 요청하는가 하면 증인 채택 논란을 빚은 네이버, 카카오 총수에게는 공개적으로 영상편지를 띄우기도 했다. 일부 증인에게는 계속해서 “무능하다”는 공격도 서슴치 않는다.
일단 국감에서 보여지는 두 의원 스타일은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이렇다.
그렇다면 왜 이원욱 위원장은 돌연 폭발했을까. 기자 생각은 나름 참고 맘고생하면서 국감을 이끌었는데 마지막에 돌연 별것 아닌 것으로 사과를 강요(?) 받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의 질의시간은 소중하다. 의사진행발언이냐 실제 질의냐에 따라 주어진 시간이 소진되니 민감할 수 밖에 없다. 박 의원 입장에서는 1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사용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시간을 다 쓰지 못했다면 쓰면 되는 일이다. 이 위원장이 못쓰게 한 것도 아닌데 국감 종료를 앞두고 진행 잘못했으니 “사과하라”고 몰아부친 셈이됐다.
당시 현장을 보았을 때 설전이 본격화되기 전 이 위원장은 이미 “사과하라”는 말에 상당히 황당해 하는 모습이었다. 이 위원장은 “(박의원은)간사이기도 하니 다른 의원들보다 더 시간을 줬다”고 했지만 박 의원이 끝내 사과를 받으려 하자 감정이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월성1호기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 무한반복되다 늦은 저녁 식사 이후 방송통신 현안에 대한 질의가 마지못해 진행되던 시점이다. 이틀연속 자정까지 이어진 국감에 질의하는 사람도, 피감기관 증인도, 국회 관계자들도 모두 지친 그 시간, 이제 대미를 앞둔 시점을 감안한다면 “사과하라”는 말을 앞세우기 보다는 “고생했다”는 말을 먼저 한 후 발언시간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더 적절할 법 했다.
그렇다고 이 위원장의 대처가 면죄부를 받는 것은 아니다.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 그간 국회에서 상임위 위원장이 의사봉을 내던진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정도로 감정통제가 안된다는 것은 큰 문제다. 앞으로 여야간에 협치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 앞으로 서로 어떻게 얼굴을 보려고 그랬는지 모르겠다.
지극히 개인적인 관전평이다. 두 의원 개인적으로 잘 모르고 정치적으로 더 응원하는 의원 역시 없다. 요즘 같은 시기에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의원, 정당이 있기가 더 어렵지 않겠는가.
박성중 의원은 배려심이, 이 위원장은 인내심이 부족했다. 말로만 “존경하는 동료의원”할 것이 아니다. 부족함을 채워 다음 국감이나 상임위 회의에서는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