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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리눅스가 없었더라면…어느새 오픈소스로 재편된 IT생태계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금으로부터 29년 전인 지난 1991년 핀란드 헬싱키대학 대학원생이었던 리누스 토발즈는
유닉스 운영체제(OS)의 제한된 기능에 불편을 느껴 리눅스라는 새로운 OS 커널을 만들었다.

그리고 리눅스의 탄생은 오늘날 전세계 IT 산업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만약 리눅스OS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당장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지금처럼 편리하게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2007년 구글은 여러 하드웨어 제조사와 만든 ‘오픈핸드셋얼라이언스(OHA)’에서 안드로이드OS를 발표했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커널로 만들어졌다.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 개발 방식을 적용해 제조사나 앱 서비스 업체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협력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소비자는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모바일 기기를 구매할 수 있었다. 오늘날 전세계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의 80% 이상은 안드로이드, 즉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뿐 아니다. 현재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는 리눅스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로 작동한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최신 IT 트렌드 대부분은 전세계 100만개가 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파생됐다.

또, 2017년 기준 전세계 ‘톱500’ 슈퍼컴퓨터는 모두 리눅스OS를 사용하며, 클라우드 서비스의 인프라 대부분은 리눅스를 기반으로 돌아간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의 가상머신(VM) 중 절반 이상은 리눅스로 구동된다. 개발자 사이에서 ‘핫’한 컨테이너 기술 역시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다. 리눅스가 없었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다양한 서비스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때문에 리눅스와 같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한다는 것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종종 한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냐”고 묻자 그는 “만약 내가 다른 사람보다 세상을 좀 더 멀리 내다볼 수 있었던 것은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뉴턴이 말한 거인은 데카르트와 케플러, 갈릴레이와 같은 선대 과학자를 뜻한다.

오픈소스SW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개발·축적돼 온 수많은 오픈소스SW에 의해 다양한 기술의 토대가 됐다. 이미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자사의 SW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 시 오픈소스SW를 활용하고 있다.

오픈소스SW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각 국가에서도 오픈소스SW를 장려하는 정책이 채택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오픈소스SW가 없었다면 ICT 산업 발전이 불가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4년 ‘제1차 기본계획’을 시작으로 매 3~5년마다 오픈소스SW(공개SW) 정책이 발표되고 있다. 20년만에 개정되는 소프트웨어진흥법에는 오픈소스SW 활성화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오픈소스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이제 생존이 어려운 시대가 됐다. 2001년 스티브 발머 전 MS CEO는 “리눅스는 암”이라며 오픈소스SW를 적대시했지만 2014년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 CEO는 “MS는 리눅스를 사랑한다”며 오픈소스 기술과 생태계 투자에 적극 나섰다.

이후 MS는 2018년 깃허브를 인수하며 오픈소스SW 진영을 끌어안았다. 당시 ‘클라우드 올인(All-in)’을 선언한 MS 애저에 보다 많은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선 깃허브와 같이 사랑받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우군으로 만드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IBM이 오픈소스 선두기업인 레드햇을 340억달러에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0년 현재,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에 오픈소스SW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정책에서도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AI 등 주요 프로젝트에는 오픈소스SW 기술을 바탕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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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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