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중국이 ‘화웨이 살리기’에 나선다. 미국 제재 강도가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스마트폰 부품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요 품목 조달이 막히자, 자급자족 전략으로 반격할 태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헤드헌팅 업체들은 사람인, 잡코리아 등 주요 채용사이트를 통해 카메라모듈, 이미지센서 등 부품 전문가를 모집하고 있다. 일할 회사명은 공개되지 않았고 근무지는 중국 전 지역이다. 중국 업체가 우회적으로 채용하는 구조다.
중국의 국내 인력 빼가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특정인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던 채용이 최근 불특정다수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위기에 처하면서 중국 전반이 분주해진 상황”이라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국 인력 채용이 노골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화웨이 때리기’에서 비롯됐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각) 21개국의 38개 화웨이 계열사를 거래 제한 블랙리스트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미국 소프트웨어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납품할 수 없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 5월 공표한 수출 규제 개정안보다 강력한 견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디스플레이 등도 화웨이와 계약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번 조치로 제재 대상에 오른 화웨이 계열사는 총 152개로 늘어났고, 조립시설 4곳도 추가됐다. 앞서 화웨이는 자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기린 칩’ 생산 중단 소식을 전한 바 있다. 그동안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설계, 대만 TSMC가 생산하는 방식으로 AP를 확보했다. 하지만 미국 제재로 TSMC와 거래가 끊기면서 수급 경로가 차단됐다. 중국 정부는 자국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 SMIC 지원을 통해 TSMC의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화웨이의 카메라모듈 주요 공급처 중 하나인 오필름도 미국에 발목을 잡혔다. 지난달 미국은 인권 침해를 이유로 해당 업체를 제재하기로 했다. 오필름은 애플, 화웨이, 샤오미 등에 전·후면 카메라모듈을 납품하는 회사다. 중저가 모델 위주지만, 지난해 모듈 시장 점유율 1위(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프리미엄 시장 진출도 앞두고 있었으나, 미국 공격에 직격탄을 맞았다.
카메라모듈에 탑재되는 이미지센서 조달도 문제다. 제재 강화로 소니, 삼성전자 등의 제품을 공급받기 어려워진 탓이다. 중국에서 스마트폰 부품 인력을 충원하려는 이유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력 채용도 여전하다. 부품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채용사이트, 헤드헌팅 업체 등을 활용해 국내 전문가를 유혹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직원을 의미하는 ‘S·H 반도체 관련 부서 근무자 우대’라는 항목을 명시하기도 했다. 대상은 D램 설계, 식각 프로세스 등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 10년 이상 경력자 등을 뽑고 있기도 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놓고 국내 인력을 빼가려는 움직임에 중국이 급해졌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라면서 “내부적으로 단속은 하고 있지만, 파격 대우를 제시하는 중국 업체의 유혹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방지할 정부와 기업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