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이용자 접속지연을 일으킨 페이스북과 이를 제재한 방송통신위원회간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심에서 법원은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지만, 1년 사이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품질 유지 의무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다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20일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부장판사 한창훈)는 오는 21일 오후 2시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의 항소심 선고기일을 진행한다. 앞서 페이스북은 갑작스러운 접속경로 변경으로 이용자 접속지연을 초래해 방통위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 페이스북 접속지연, 무엇이 문제였나
문제가 된 접속경로 변경은 지난 2016년 2월~2017년 2월 사이 이뤄졌다. 페이스북은 당시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경로를 기존 국내 KT서버가 아닌 홍콩·미국 등 해외망으로 우회하도록 임의로 변경했다. 그 결과 해당 이용자들의 네트워크 응답속도가 느려졌고 일부 동영상 재생도 어려워졌다.
특히 이러한 조치는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업자와의 망 이용대가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가 컸다. 페이스북은 기존에 KT 데이터센터에 캐시서버를 구축하고, 다른 통신사 가입자들이 이 서버를 통해 국내 서비스에 접속하도록 했다. 그런데 2016년 초 국내 상호접속고시가 개정되면서 페이스북으로 인해 더 많은 트래픽 부담을 지게 된 KT의 비용부담도 크게 늘었다. KT는 페이스북에 비용분담을 요구했지만 페이스북은 대신 접속경로 변경으로 맞불을 놨다. 페이스북이 국내 통신사와의 협상에 이용자를 볼모로 삼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방통위는 2018년 3월 페이스북의 임의조치로 국내 이용자 피해가 발생했다며 과징금 3억96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외국부가통신사업자가 국내 금지행위 위반으로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은 페이스북이 처음이다. 페이스북은 그러나 과도한 제재라며 같은 해 5월 방통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처분취소 소송을 냈다.
◆ 페이스북 손 들어준 1심, 2심은?
당시 쟁점은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이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행위’에 해당하는가 여부다. 동법 시행령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하는 행위’를 금지행위의 유형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방통위는 이에 근거해 과징금 등 처분을 내렸다.
1심 재판부는 금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페이스북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용 자체는 가능했기 때문에 이용이 다소 지연되거나 불편을 초래한 것이 ‘제한’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또한 인터넷 접속 품질은 통신사들의 관리 영역으로, 페이스북과 같은 콘텐츠사업자들의 영역이 아니라고 봤다. 방통위는 곧바로 항소를 결정했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이용자의 ‘현저한 피해’ 여부가 주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측은 당시 페이스북 무선응답속도가 평균보다 최대 4.5대 느려진 점과 국내 통신사에 접수된 이용자 민원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페이스북 측은 ‘이용 제한’과 ‘이용 지연’은 다른 문제라며 반박하고 있다. 추가로 2심에서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가 ‘정당한 사유’로 이뤄졌는지 여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고의성이 없는 조치였다는 페이스북 주장에 반해 방통위는 시행령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네트워크 품질에 대한 책임 여부에 대해 페이스북과 방통위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은 당초 1심 재판부의 판결대로 망 품질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CP가 아닌 네트워크제공사업자(ISP)인 통신사에 있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막대한 트래픽을 일으키고 있는 해외 CP들의 망 무임승차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국내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글로벌 CP에도 망 안정성 의무가 있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상황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의 시행령은 아직 준비단계여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같은 맥락으로 이번 판결은 또 다른 글로벌 CP인 넷플릭스가 유사한 소송을 치르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앞서 국내 기업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의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국내 통신사들의 허리만 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페이스북의 경우 여기에 ‘고의성’ 의혹까지 불거진 셈이어서 향후 대형 CP들의 망품질 유지 의무가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