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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ICT업계, “화웨이 위기, 호재보다 악재”…왜?

- 부품 대형 고객사 이탈, ASP 하락 불가피…스마트폰 빈자리, 韓 보다 中 차지 가능성↑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중국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화웨이가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이 제재를 강화했다. 본사 및 계열사 대부분을 포함했다. 화웨이 제품을 쓰는 것도 부품을 공급하는 것도 차단했다. 화웨이는 전 세계 통신장비 1위, 스마트폰 2위 업체다. 세계 ICT 생태계 혼란이 불가피하다. 경제가 아닌 정치가 시장 재편 최대 변수다.

19일 국내 ICT업계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의 화웨이 제재 강화 영향에 대해 주판알을 튕기느라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다. 부품은 ‘우려’, 완제품은 ‘기대’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 전반 득실을 따져보면 손해가 크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은 총 152개 화웨이와 화웨이 계열사를 제재 대상으로 정했다. 미국 소프트웨어(SW)와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제품을 대상 기업과 거래할 경우 해당 기업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는다. 반도체를 포함한다. 미국 SW와 장비는 반도체 설계 및 제조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사실상 전 세계 반도체 기업이 사정권이다. 미국 기업에 이어 위탁생산(파운드리)업체 TSMC가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서버 ▲스마트폰 머리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수급 통로가 막혔다. 머리가 없으면 제품 생산이 불가하다.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구입 중단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에게 악재다.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국내외 소재 부품 장비 업체도 피해가 예상된다. 화웨이는 올 상반기 기준 삼성전자 주요 5대 매출처 중 1곳이다. 메모리반도체는 미국의 직접 제재 대상이 아니지만 제재 대상 된 셈이다.

부품 구매 큰 손의 퇴장은 부품 공급 초과를 유발한다. 그동안 화웨이에 팔던 물량을 다른 곳에 돌려야 한다. ▲메모리반도체 ▲디스플레이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을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당초 올 하반기를 바닥으로 여겼다. 화웨이발 충격 강도는 조정 기간을 결정하는 변수다. 파운드리도 마찬가지다. TSMC는 화웨이 물량을 전담했다. 화웨이가 빠진 만큼 다른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1위 도전 장애물이 늘었다. 배터리, 카메라 모듈 등 화웨이 나비효과를 피할 수 없다.

부품사 관계자는 “하반기 보수적 투자 전략을 유지하는 것은 코로나19뿐 아니라 화웨이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완제품은 기회다. 부품 ASP 하락은 수익성을 높일 호재다. 화웨이 빈자리는 점유율을 확대할 호기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화웨이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은 19.7%다. 2분기 팔린 스마트폰 10대 중 2대가 화웨이다. 이를 두고 격돌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LG전자가 수혜다. 다만 화웨이 판매량 75.8%가 중국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 점유율은 각각 0.6%와 0.0%다. 화웨이 낙마로 인한 이익은 제한적이다. ▲오포 ▲비보 ▲샤오미 등 다른 중국 업체 성장을 촉진할 확률이 높다.

통신장비는 스마트폰에 비해 전망이 밝다. 삼성전자는 롱텀에볼루션(LTE)부터 통신장비 분야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5세대(5G) 이동통신을 계기로 선두권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장비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과점 시장이다. 거래처 변경이 쉽지 않다. 화웨이를 쓰던 통신사는 원치 않아도 거래처를 바꿔야 한다. 삼성전자 영업 기회다. 실제 영국 통신사가 화웨이를 대체할 장비로 삼성전자를 선택지로 검토 중이다.

완제품 제조사 관계자는 “스마트폰 수혜는 우리보다 중국 업체 가능성이 높다. 내수 기반 제2의 화웨이가 등장하게 될 것”이라며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도 예견된다”라고 전했다.

국내 ICT업계 영향은 득실을 계산해야 한다. ‘더하기’보다 ‘빼기’에 무게가 실린다. 반도체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통신장비에 비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스마트폰 역시 국내 기업보다 중국 기업이 제2의 화웨이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산업계도 걱정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는 “반도체 거래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는 미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국가 안보를 달성하려는 기존의 부분적인 제한 입장에서 갑자기 선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당황스럽다”고 주장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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