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갤럭시노트20 사전개통이 시작됐지만 일부 통신사들이 고객 개통을 일부러 늦춘 사례가 잇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폰 지원금 과열경쟁을 막기 위한 ‘시장안정화’ 명목이지만, 지원금과 무관한 단순 대리점 개통자 위주의 고의적인 개통 지연으로 이용자 피해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통신사들은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 5G’ 사전개통 당일인 지난 14일 오전부터 일반 소매 대리점을 대상으로 갤럭시노트20의 번호이동(MNP) 개통을 금지하는 정책을 내렸다. 광복절 겸 주말과 대체휴일 사이에는 노트20을 포함한 전 기종에 시간대별 짧은 간격으로만 개통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제한했다.
통신사들은 일선 유통망에서 번호이동 개통을 진행할 경우 판매장려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개통 제한을 유도했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가 판매자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리베이트)다. 통신사들은 건당 마이너스(-) 10~15만원가량 장려금 회수 정책을 펼쳤다. 이에 판매자들도 수수료 반납을 피하기 위해 부득이 개통을 늦춘 상황이다.
정작 소비자들은 그러나 개통 지연 사유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이유 없는 기다림을 계속한 셈이다. 상당수 대리·판매점에는 개통 지연과 관련한 가입자 민원과 항의가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휴대폰 판매자는 “사전개통 첫날부터 개통이 막히자 일부 구매자들로부터 갖은 욕설을 들어야 했다”고 호소했다.
통상 이러한 개통 지연은 일부 온라인·집단상가 위주 폐쇄적인 유통망을 통해 고액의 불법보조금을 약속받고 휴대폰을 예약한 일부 구매자들에게 나타나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불법보조금 없이 일반 대리점에서 정식으로 예약구매한 고객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각한 이용자 피해로 이어진 셈이다.
일부 통신사들이 개통을 제한한 까닭은 정부의 불법보조금 단속 강화와 함께 번호이동 순증세를 보수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루 판매량 순증감 추이를 지켜보다가, 번호이동이 몇 건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개통을 아예 막거나 일일 개통 시간대를 조절하는 식이다. 하반기 전략 신제품인 노트20이 출시되면서 경쟁 과열을 막는 이른바 ‘시장 안정화’ 기조가 강화된 데다, 5G 상용화 직후 벌어진 보조금 대란으로 얼마 전 512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제재를 받아 몸을 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사들은 우선 고의적인 조치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번호이동 건수가 지나치게 치솟는다 싶으면 일부 통신사가 이를 조절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정부와 사업자의 합의도 있었고 그 정도로 시장이 과열되는 일이 잘 없다”면서 “장려금도 예약판매 시에는 고지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도 뚜렷한 대책은 없다. 인위적으로 개통을 제한하는 정황이 있다면 제재 대상이지만, 장려금 정책의 경우 어디까지나 통신사와 판매자 간 사적계약이어서 위법성을 바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과열 경쟁을 막자는 취지가 도리어 적정 개통 건수를 분배하는 꼼수로 이어진 지 오래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