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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애플도 할인해주는 네이버?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직원들이 느끼는 불편 중 하나가 ‘컴퓨팅 파워’, 즉 성능이 떨어지는 노트북이나 컴퓨터에 대한 불만이다. 일부 기업은 회사에서 사용하던 노트북을 특정 조건 하에서 반출을 가능하게 하지만 금융권에선 보안 등을 이유로 노트북의 외부 반출이 까다롭게 규정돼 있다.

다만 최근 가상데스크탑(VDI) 등을 활용해 보안성을 확보해 사내는 물론 집에서도 업무가 가능하도록 금융사는 물론 기업들이 최신 노트북으로 직원들의 노트북을 교체해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외부망을 이용하는 노트북 3000여대를 전부 교체해 성능 및 발열 문제가 큰 외부망 PC 교체를 통한 직원 불편 해소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다만 빅테크 기업과 금융사와의 노트북 구매 방법에선 양쪽의 특색이 드러나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PC와 태블릿을 일괄 구매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노트북과 태블릿 사양을 정해놓고 이를 충족하는 업체의 제품을 가격경쟁을 통해 구매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기업의 구매방식과 동일하다.

PC와 노트북의 강자 중 하나인 델테크놀로지만 해도 자사 직원들을 위한 PC와 노트북 구매에는 세일즈, 프리세일즈 등 직군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기종이 정해져 있다. 물론 자체 브랜드가 있는 기업으로서 다른 회사의 제품을 구매할 수는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의 자산구매 방식은 다르다. 네이버는 노트북이나 태블릿 구매에 있어 직원의 재량을 보장해주고 있다. HR이나 마케팅 부서와 같이 지원부서의 경우는 해당이 안 되지만 네이버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기술직군의 경우 300만원 가량의 사이버머니를 직원에게 제공한다.

이 사이버머니는 네이버 자체 MRO(기업구매) 몰에서 사용할 수 있다. 심지어 여기서 판매되는 모델들은 시중가보다 20%정도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할인율이 박하기로 유명한 애플 제품도 정가의 18%정도 할인해 준다. 여기에 제품에 대한 부가세도 회사가 부담한다.

때문에 직원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효용성을 검토해 300만원 안에서 제품을 고르고 구매할 수 있다. 기계식 키보드와 같은 액세서리도 구매가능하다.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태블릿도 구매 가능하지만 스마트폰은 구매 대상에서 제외된다.

혜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PC와 노트북 교체 시기 도래에 대비해 월 12만5000원을 직원에게 지급한다. 이 돈을 모아서 또 노트북을 구매할 수도 있다. 퇴사전까지 제품을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오래 다닌 직원은 10개 넘는 제품을 가진 경우도 있다고 한다.

중고거래도 활성화되어 있다. 네이버는 3년 이상 사용한 제품의 경우 반납을 권고하며 3년 지난 제품은 구매가의 10%를 지급하고 반납 받는다. 하지만 개인이 네이버 내부 옥션에 자신이 사용하던 제품을 올리면 네이버가 잔존가치를 평가해 적정 가격을 정하게 된다. 이를 직원들이 다시 구매하게 된다. 결국 네이버 차원에선 재고관리에 드는 노력과 비용을 절약하는 셈이다.

물론 ‘책임’도 강조된다. 네이버를 통해 구매한 노트북이나 태블릿으로 회사 업무망에 3개월간 접속하지 않으면 그 이유에 대해 ‘소명’해야 한다. 개인 물품이나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매 방식은 일반 기업에선 익숙치 않다. 특히 금융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금융사에선 절대 있을 수 없다. 심지어 잔존가치가 0이 될 때까지 창고에 쌓아놓는 경우도 있다. 일부에선 감가상각을 1000원단위로 남기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총무팀장 입회하에 PC를 전략 폐기하거나 정보화 혜택이 부족한 단체 등에 기증하는 것이 관리의 전부”라고 말했다.

노트북 구매 방식이 회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디지털 전환 시대에 보다 자유로운 지원 방식에 대해 금융사들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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