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문 미디어블로그=딜라이트닷넷] 코로나19로 인해 이례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한 제품 중 하나가 프린터라고 하죠. 가정용 프린터로 잉크젯 방식과 레이저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 문의하는 글들도 많이 올라옵니다.
잉크젯 프린터라 하면 ‘윙윙-’ 소리를 내며 속도가 느리게 출력되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한때 레이저프린터가 인기를 끈 이유도 잉크젯에 비해 빠르다는 장점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다시 잉크젯 프린터를 선택하는 사람들 비율이 증가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무한잉크젯’ 방식의 등장으로 프린터 유지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프린터를 쓰다 보면 토너·잉크 카트리지 교체 비용이 만만치 않죠. 이 대안으로 잉크만 채워 넣는 잉크탱크 방식이 떠오르게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 처음 등장했죠. 하지만 처음엔 사설업체들이 만든 비정품 제품이다보니 프린터가 망가지는 일이 잦았습니다.
사실 ‘무한잉크젯 프린터’는 우리나라에서만 쓰이는 말입니다. 정식 명칭은 ‘잉크탱크 시스템’이죠. 왜 우리나라에서만 정식 명칭이 아닌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는 걸까요?
잉크탱크가 국내 처음 등장하던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선 게임 스타크래프트가 굉장히 유행했습니다. ‘유한맵’과 ‘무한맵’이 있었는데 각각 자원이 한정돼있냐, 무한정이냐에 따라 나뉘었습니다. 무한잉크젯은 게임에서 자원을 무한대로 캘 수 있는 ‘무한맵’처럼, 잉크탱크를 통해서도 무한할 정도로 프린트를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 셈이죠. 같은 시기에 인기를 끌던 게임과 프린터 잉크 방식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네요.
그 사이에서 ‘정품무한프린터’를 내세우며 처음 마케팅을 시작한 건 한국엡손이었습니다. 비정품업체들이 판매하는게 아닌 프린터 제조업체가 직접 만든 잉크탱크 제품이었죠. 엡손은 가장 먼저 정품 제품을 출시한 만큼 이 용어를 선점하려 했습니다. 그 방법은 ‘정품무한’이란 용어를 상표권으로 등록하는 것이었죠,
아쉽게도 이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범용적을 쓸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정품 잉크탱크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경쟁사들도 잇따라 자체적으로 잉크탱크를 출시했습니다. 너도나도 ‘정품무한’을 내세우면서 오픈마켓에서도 ‘정품무한’ 카테고리가 생겼기도 했습니다. 당시 마케팅 주요 키워드가 ‘무한잉크’에서 ‘정품무한’으로 옮겨갔을 정도로요.
요즘 출시되는 무한잉크젯 프린터는 기능은 물론 외관 디자인도 세련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내장형 잉크탱크 시스템을 적용해 내부 공간을 줄여 외관 크기가 콤팩트해졌고, 색상도 검은색 계열에서 벗어나 하얀색 제품을 출시하는 업체들도 생겨났습니다. 사무실이나 가정 인테리어를 함께 고려한거죠. 정체되어 있는 프린터산업이라지만 끊임없이 발전 중인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