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미디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는데, 디지털뉴딜을 외치는 정부가 ‘지상파 살리기’를 시전했다. 방송통신위원회 한상혁 위원장은 KBS 수신료를 인상하고 중간광고를 허용하면서, 지상파 UHD 투자 기간을 유예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미디어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지상파는 경영난 위기에 처했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지상파를 향한 호흡기를 절대 떼지 않고 있다. UHD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상파 UHD는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다. UHD 방송용 주파수를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2017년 지상파UHD 방송이 시작됐지만, 이를 수신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투자는 정체했고, 의무편성비율 목표도 채우지 못했다. 한 해 700억원씩 적자를 내는 상황에서, 지상파가 UH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변재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0일 인사청문회 당시 한상혁 위원장을 향해 지상파 UHD를 다 취소하라고 발언한 이유다. 그럼에도, 한 위원장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에 대한 지상파 위상 문제”라며 지상파 편에 서 있다.
일단 지상파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앞서, 지상파는 전세계적으로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황금 주파수 700MHz를 UHD로 사용하겠다며 공수표를 던졌다. 연평균 1조1750억원 부가가치 유발, 연 3만명 고용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면서 말이다. 국회도 가담했다. 그 결과 지상파는 막대한 가치를 가진 700MHz를 공짜로 가져갔고, 현재는 유휴대역처럼 남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등장하고 미디어 전환기에 놓인 상황에서 지상파가 본연의 경쟁력을 찾을 수 있는 자구책을 강구해야지, 수년간 소극적 투자로 실패에 놓인 UHD에 또 희망을 걸 수는 없다. 계륵이 된 UHD에 또 막대한 비용을 쏟을 것인가. 제대로 된 대책을 가져오든, 주파수를 회수하든 정부는 지상파 UHD 전면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변 의원의 말처럼 수년전 추진했어야 할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인터넷TV(IPTV) 합병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레거시 미디어를 살리겠다는 정부정책이 오히려 그들을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방통위는 이달 지상파 UHD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목숨을 겨우 연명할 수 있는 지원책이 아니라, 생존을 걸고 지상파가 달라질 수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지상파 UHD 주파수 회수 방안까지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