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 마련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 6월 보편요금제 도입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고가요금제에 비해 저가 요금제 혜택이 적다는 판단에서 정부가 SK텔레콤의 저가 요금제 구간을 설정하는 것이다.
당시 통신사들은 중저가 요금제를 개편하며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2만원대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 제공을 목표로 했지만 통신사들이 내놓은 요금제는 선택약정할인 25%를 적용할 경우 정부안보다 혜택이 많았다.
통신사들의 대응으로 보편요금제 정책 도입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됐다. 보편요금제 혜택을 뛰어넘는 요금제들이 나오며 보편요금제 도입도 동력이 상실됐고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가 보편요금제 도입을 재추진하는 이유는 5G 요금제에 대한 대응차원으로 풀이된다.
당시 통신사들이 대응에 나서며 LTE 요금제의 경우 정책 목표를 달성했지만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는 것은 국정과제다.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현재 5G 요금제 수준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저가 요금제가 더 나와줘야 한다는 의미다. LTE의 경우 상당한 진통 끝에 해당 요금제들이 나왔지만 법에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가 마련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좀 더 수월하게 통신사들의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지난해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서 "5G시대 요금체계의 경우, 보편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요금체계를 보완해 중저가 요금체계를 마련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장관 신분이 아닌 상태였고 결국 낙마했지만 인사청문회를 과기정통부와 함께 준비했다는 점에서 5G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은 과기정통부 사무국의 정책방향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후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도 통신3사 CEO들에게 4만원 이하 5G 중저가 요금제 도입을 당부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가계통신비 인하는 국정과제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법안을 발의했다”며 “5G 상용화 이전에 만들어진 법안이지만 5G가 상용화된 만큼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현재 특별히 검토가 이뤄진 단계는 아니며 일단은 폐기된 법안을 다시 원상복귀 시키는 단계”라며 “국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논의하느냐에 따라 보편요금제 방향도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편, 보편요금제의 경우 20대 국회에서는 전체적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비판적 기조가 이어졌었다.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어서 여당에서 적극 지원할 것 같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정부가 민간의 마케팅 활동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당시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가급적 자율에 맡기는 범위에서 통신비를 줄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과방위 간사인 김성수 의원도 "정부 정책이 요금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경쟁활성화가 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