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코로나19가 당장 종식되긴 힘들어 보인다. 일정 부분 코로나19와 우리 생활이 같이 갈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코로나19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전 확진자에서 대한 동선 추적 및 출입 관리 등 일부 나라에서는 실행에 엄두를 못내 사실상 포기한 방역 및 바이러스 차단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 중 하나로 IT강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역량이 발휘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이 자주 쓰던 용어가 “한국은 IT테스트베드로서 위상이 높다”라는 말이었다. 다양한 IT기술과 서비스를 실험할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된다는 뜻인데 당시는 우리나라의 빠른 인터넷 속도와 모바일 보급률 등을 치켜세우는 듯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IT테스트베드는 테스트베드 이상이 되지 못했다. 이들 글로벌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테스트 하고 그 성과를 우리와 공유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결국 IT테스트베드라는 말은 글로벌 기업을 위한 우리나라의 소용가치에 치중된 얘기였다. 실험쥐 정도의 위상이었던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정부는 물론 시장, 기업, 개인의 일상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IT가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응하고 지원하고 있는지는 단편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 IT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 스스로가 테스트베드가 되어 기술과 서비스를 실험하고 있다.
개인 동선을 추적하기 위한 등의 기술과 서비스가 어느 한순간 뚝딱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최근 만난 감사원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이미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바로 상용화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이를 바로 적용한 결과”라고 전하기도 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이를 충족하기 위한 후속조치도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마찬가지로 알게 모르게 선별진료소는 물론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클럽이나 집합장소에 대한 QR코드를 활용한 출입기록 확인 등에 모두 다양한 IT기술이 접목, 사용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급변하는 상황에 임기응변적으로 대처하다 보니 활용되고 있는 IT기술이나 서비스, 아이디어가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표준화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감염병 예방을 위한 출입관리에 QR코드 시스템을 공급한 바 있는 원투씨엠 신성원 부사장은 “최근 드라이빙 스루 선별 진료서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해서 방문했는데 시설의 도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종이에 시방서 등을 의사와 시설관리자가 그려가며 빠르게 대응해 성과를 냈다. 다만 임기응변으로 대응하다보니 중복투자, 메뉴얼 부재, 자산 부재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라고 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변화할 것이 분명하다.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나올 때까지 코로나19 와 우리의 일상이 함께 가야 하는 부분에서 현명하게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다. 이는 개인의 생활 뿐 아니라 기업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나 다른 국가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는 다소 여유가 있다. 선제적인 방역 및 차단과 이를 지원하기 위한 IT기술과 서비스를 시험, 상용해 본 경험이 있다.
이제 전 세계 경제는 ‘사회 안전망’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와 공급망 마련에 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우리가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공유경제’ 해외에서 선도적으로 진행됐던 개념과 서비스를 따라가기 급급했던 우리나라가 이제 코로나 19 이후 벌어지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이나 IT 산업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LTE 서비스가 글로벌화되고 있으며 클라우드 인프라가 일반화되면서 SW는 사실 국경이 없어졌다. 현지화 된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어디서든 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코로나19 이후 변화되는 환경을 빨리 이해하고 초기에 사업화 과정에서 해외시장에 우리의 표준이 통할 수 있게끔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