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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번의 테스트’로 탄생한 세계최초 양자보안폰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세계 양자보안 1위 기업 IDQ에 양자난수를 만드는 원천기술이 있는데 이를 반도체 칩셋 형태로 상용화하고 싶습니다. 칩셋을 함께 개발해주시겠습니까?”

SK텔레콤과 비트리의 지난 4년간 도전은 SK텔레콤 양자 연구소 ‘퀀텀 테크랩’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시작됐다.

2014년 설립된 비트리는 이미지센서와 같은 반도체 칩셋을 설계해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하는 팹리스 기업이다. 당시 SK텔레콤은 양자난수생성(QRNG) 칩셋 상용화를 위해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이 필요했으나 양자보안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파트너사를 찾기 쉽지 않은 때였다. 비트리 또한 고민 끝에 SK텔레콤·IDQ와 손잡았다.

SK텔레콤과 비트리는 2018년 ▲사물인터넷(IoT) 및 자율주행용 QRNG 칩셋(5x5mm) ▲2020년 모바일용 QRNG 칩셋(2.5x2.5mm)을 세계 최초 상용화했다. QRNG 칩셋은 2016년 USB 형태의 시제품에서 현재의 초소형 칩셋으로 진화했다. 칩셋 안에서 LED 광원부가 빛(양자)를 방출하면 이 빛을 CMOS 이미지센서가 감지해 디지털 신호로 변환, 난수를 생성한다.

여기엔 비트리의 설계기술과 아이에이네트웍스의 패키징기술이 응집돼 있다. 극한 상황에서도 정상 동작하도록 초기 설계부터 수많은 신뢰성 테스트를 거쳤다. 또 제3자의 물리적 해킹을 막기 위해 칩셋 내부에 ▲구동 클럭(속도) 조절 ▲부품 별로 다른 전압을 공급하는 멀티 전원 ▲전원 감지 및 자동 초기화 ▲칩셋 내부 데이터 접근 차단 기능을 구현했다.

2018년 초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양사 경영진이 글로벌 소비자가전 전시회(CES)에서 QRNG 칩셋을 스마트폰에 탑재하는데 뜻을 모은 후 새로운 미션이 생겼다. 당시 비트리는 5x5x1.1mm 크기의 IoT·자율주행용 QRNG 칩셋을 막 상용화했는데, 훨씬 더 작은 크기의 모바일용 칩셋을 개발해야만 했다.

이후 비트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높은 품질기준을 통과하기 위해 칩셋 설계와 테스트를 거듭했다. 특히 스마트폰 내 탑재를 위해 칩셋 크기를 매번 1mm 단위로 줄여야 했는데, 그때마다 QRNG 칩셋에 적용된 LED 광원·CMOS 이미지센서·전력 어답터 등 수많은 정밀 부품의 설계를 모두 변경하고 새로 만들어야 했다.

비트리는 설계를 변경할 때마다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DB하이텍과 최종 패키징을 담당하는 아이에이네트웍스에 다시 설계도를 전달하고 또다른 시제품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또 완전한 무작위성을 가진 순수 난수를 생성하기 위한 테스트도 6개월간 약 100만번 진행했다.

순수 난수를 만들려면 LED 광원부에서 방출되는 빛이 CMOS 이미지센서의 각 픽셀에 골고루 잘 도달해야 하는데, LED 광원부의 빛 방출 세기와 CMOS 이미지센서의 픽셀 각도를 100만번 조절해 최적의 조건 값을 찾는 과정이다. 마치 분무기로 A4 종이 위에 물을 뿌릴 때 물방울이 종이 전면 곳곳에 골고루 뿌려지도록 환경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결국 비트리는 약 2년만에 기존 칩셋 사이즈를 대폭 줄인 2.5x2.5x0.8mm 크기의 모바일용 QRNG 칩셋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 삼성전자의 품질기준을 통과해 2020년 4월 양산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세계 최초 양자보안 5G 스마트폰 ‘갤럭시 A 퀀텀’이 5월 출시됐다.

SK텔레콤은 더 많은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양자보안 기술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 관련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양자난수 생성 원천기술을 가진 자회사 IDQ와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비트리와 함께 QRNG 칩셋을 개발해 글로벌 스마트폰, IoT, 자율주행 기업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일부 가시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분야에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모바일용 QRNG 칩셋을 공급, 양자보안이 탑재된 스마트폰 라인업을 늘릴 계획이다. 또 개발자를 대상으로 SK 오픈 API 홈페이지에서 오픈 API를 공유, 양자보안 기반 서비스도 확대한다. 자동차 전장, 클라우드 산업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에도 QRNG 칩셋을 탑재해 반도체 성능 고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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