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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갈등재점화②] 아베 정부, 수출규제 제 발등 찍었다…日 기업 한국행 '러시'

- 수출규제 이후 日 소부장 실적 급감…부랴부랴 현지생산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일본의 이중적인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우리나라의 수출규제 해제 요구에 대해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반면 일본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는 한국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 고객사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업계가 핵심품목 국산화에 나서자 일본 기업은 현지생산으로 대응하고 있다.

다이요홀딩스는 지난달 충남 당진에 반도체 패키징·디스플레이용 드라이필름형 솔더레지스트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5년간 170억원을 투자한다. 다이요홀딩스는 전 세계 솔더레지스트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그동안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드라이 필름을 국내 생산하게 됐다. 솔더레지스트는 프린트 배선판(PWB)의 회로 패턴을 보호하는 절연 코팅 재료다. 전기적 불량 방지 및 절연성 확보에 필수적이다.

간토덴카공업은 충남 천안 신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특수가스 황화카르보닐을 생산한다. 해당 공장 내 연구시설도 마련, 고객사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그동안 황화카르보닐은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았다.

아데카는 전북 전주에서 고유전 재료 등을 생산할 방침이다. 고유전은 회로 누설 전류를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D램 공정 미세화로 사용량이 늘어나는 소재다. 현지생산 제품을 삼성전자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장치용 석영 유리를 제조하는 토소는 한국 법인을 설립, 내년 제품 양산이 목표다. 글로벌 장비업체 도쿄일렉트론(TEL)은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인근에 테크니컬센터를 신설해 지원사격에 나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수출규제 이후 주요 업체 실적이 급감하는 등 일본 반도체 업계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그만큼 삼성, SK 등이 대형 고객사”라며 “위기감을 느낀 국내 업체들이 국산화에 나섰고, 성과를 내면서 일본 업체들은 점점 초조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스텔라케미파, JSR, 스미토모화학 등의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수출규제 품목으로 정했던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이다.

불화수소 1위 업체 스텔라케미파는 지난 2019년4월~2020년3월(일본 회계연도 기준) 스텔라케미파의 영업이익은 24억700만엔(약 275억원)이다. 전년(35억2300만엔)대비 31.7% 떨어졌다. 한국 수출 제한이 직격탄이었다.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이엔에프테크놀로지 등이 스텔라케미파 몫을 담당했다. 이들 업체는 국내 고객사들과 협업, 고순도 불화수소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JSR은 45억2610만엔에서 32억8840만엔, 스미토모화학은 1426억엔에서 1277억엔으로 영업이익이 1년새 급감했다. JSR과 스미토모화학은 각각 포토레지스트, 폴리이미드가 메인 제품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미국 듀폰·인프리아, 폴리이미드는 코오롱인더스트리·SKC 등이 일본의존도를 낮췄다.

한편 우리나라는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절차를 재개하기로 했다. 수출규제 당시 지적된 ▲한일 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 불충분 등을 해소했음에도, 일본 정부가 묵묵부답으로 응한 데 따른 조치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나승식 무역투자실장은 “일본 정부는 문제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정상적인 대화 진행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일본 수출규제 불법성과 부당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해 국내 기업 이익을 보호하고,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해소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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