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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수출규제 잊지 않는다”…반도체 소재 ‘탈일본’ 가속화

- 연내 3대 핵심소재 공급 안정화 목표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 대책 마련에 나선 정부와 기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주요 수입품의 ‘탈일본’ 기조를 이어간 덕분이다. 연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품목 공급 안정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일본 수출규제 3개 품목은 공장 신증설, 외국기업 투자 등을 통해 올해 안에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목표라고 밝혔다.

일본은 지난해 7월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의 수출심사를 강화했다. 3개 품목 모두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다. 공급처 다변화가 필수였다.

정부부처 및 유관기관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국내생산 확대, 기술개발, 수입국 다변화 등을 추진했다. 약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결과는 성공적이다. 소재 국산화에 속도가 붙었고, 시간이 필요한 품목은 일본 외 다른 국가로 공급처를 대체하고 있다.

◆고순도 불화수소 : 실리콘웨이퍼의 이물질을 제거
솔브레인은 충남 공주에 공장을 짓고, 고순도 액체 불화수소(불산액) 대량 생산능력(CAPA, 캐파)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하고 있다. 그동안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12나인(99.9999999999%)’ 수준의 고순도 제품은 일본 스텔라케미파, 모리타화학 등에 의존해왔다. 솔브레인은 기술개발과 공장 증설을 병행해 ‘고순도 불산액 양산’과 ‘캐파 2배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램테크놀러지는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에 불산액을 제공하고 있다. 품질 개선을 지속하며 공급량을 늘리는 추세다. 지난 2월 램테크놀러지는 300억원 투자해 공장을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1년 가동이 목표다. 완공 시 캐파는 5~6배 늘어날 전망이다.

SK머티리얼즈는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공급을 앞두고 있다. 주력 제품인 삼불화질소(NF3) 기술력을 기반으로 에칭가스 양산에 나섰다. NF3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 제조에 사용되는 특수가스다. 지난해 말 경북 영주공장에 설비를 구축, 시생산에 돌입했다. 현재는 고객사들과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는 단계다. 상반기 내 공급이 목표로 이르면 5월에 가능하다.

불화수소는 국내 업체 외에도 중국, 미국으로부터 수급받고 있다.

◆포토레지스트 : 반도체 노광공정에서 활용되는 감광액
상당수 진척된 불화수소와 달리 포토레지스트는 시간이 필요하다. 포토레지스트는 불화크립톤(KrF·248nm), 불화아르곤(ArF·193nm), 극자외선(EUV·13.5nm)용으로 나뉜다. 핵심은 첨단 공정에 쓰이는 EUV용이다. 일본 JSR, 신에츠화학, 도쿄오카공업(TOK) 등이 독점하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요구해 개발 및 양산이 쉽지 않다.

차선책으로 미국을 점찍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1월 존 켐프 듀폰 사장을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듀폰은 충남 천안에 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시설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투자 규모는 2800만달러(약 325억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포토레지스트 개발업체 인프리아의 공동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인프리아가 개발한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금속 산화물 기반으로 무기물이다. 유기물인 기존 포토레지스트보다 빛 흡수율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제품 양산이 본격화되면 일본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국내 소재업체들도 준비 중이다. 동진쎄미켐은 지난 2010년 ArF용 포토레지스트를 개발했다. 올해 1분기에 공장을 증설, 내년 초 가동이 목표다. ArF용을 공급하면서 EUV용 연구개발(R&D)도 진행할 계획이다.

SK머티리얼즈는 지난 2월 금호석유화학 포토레지스트 사업부를 인수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005년 ArF 포토레지스트를 국내 최초로 양산한 곳이다. EUV용은 공급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자체 특허를 획득했다. SK머티리얼즈는 포토레지스트 자회사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를 설립, EUV용 R&D에 집중할 방침이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 폴더블 디스플레이 보호필름 등 다양한 역할
폴리이미드(PI) 분야는 국내 업체들이 활발하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018년 경북 구미에 투명PI 공장을 완공했다. 이후 1년간 시생산, 샘플 공급 등의 과정을 거치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중국 업체에 투명PI를 수출하고 있다.

SKC와 SK이노베이션 등도 투명PI 사업에 진출했다. 양사는 각각 충북 진천, 충북 증평에 공장을 짓고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투명PI가 접는(Foldable, 폴더블) 스마트폰 커버윈도우 소재로 쓰이면서, 시장이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반도체 소재업체 관계자는 “일본 수출규제 당시 업계에 불안감이 퍼졌지만, 정부와 기업이 발 빠른 대처를 했다”며 “완전한 ‘탈일본’은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주요 소재의 자체 개발 및 양산을 위한 노력을 멈추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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