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지금은 파운드리 전성시대…한국 뛰자 대만 날다
디지털데일리
발행일 2020-05-04 15:40:36
- TSMC·삼성전자·UMC·DB하이텍, 매출 동반 상승
- 파운드리 업계, 양과 질 모두 잡았다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가 전성시대를 맞이했다. 5세대(5G) 통신칩, 이미지센서,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파운드리 상승세는 대만이 끌고 한국이 밀었다.
4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파운드리 시장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30% 성장했다. TSMC와 삼성전자가 12인치(300mm), UMC와 DB하이텍이 8인치(200mm) 시장을 주도했다.
파운드리 생산라인은 크게 12인치 웨이퍼와 8인치 웨이퍼로 나뉜다. 12인치는 면적이 넓어 미세회로 구현 시 원가절감에 유리하다. 5G 모뎀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 주로 생산된다. 8인치 웨이퍼는 한 단계 아래로 과거에 많이 사용됐다. 최근 사물인터넷(IoT)과 전기차 부상으로 활용도 다시 늘었고, 이미지센서와 DDI 등 수요 증가도 상승세를 거들었다.
◆TSMC·삼성전자, ‘EUV’ 앞세워 나노 경쟁 시장 리더는 단연 TSMC다. 30년 이상 서비스 노하우를 축적했고,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라는 모토로 신뢰를 쌓아왔다. 지난해는 연간 매출액 1조700억대만달러(약 41조4625억원)를 달성,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TSMC의 상승세는 올해도 유효하다. 지난 1분기 시장점유율 54.1% 기록, 압도적인 선두를 유지했다. 이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3105억9700만대만달러(약 12조6724억원), 영업이익 1285억2200만대만달러(약 5조2398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동기대비 42.0%, 100%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한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확대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파운드리 사업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은 15.9%다. TSMC와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으나 퀄컴, 엔비디아, 바이두 등을 고객사 확보하면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양사는 나노경쟁을 펼치며 파운드리 업계의 ‘질적 성장’을 이끌고 있다. 7나노미터(nm) 라인을 갖춘 회사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두 회사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해 5나노, 3나노, 2나노 순으로 나아가고 있다.
TSMC는 5나노 라인 가동에 돌입했고, 2나노 연구개발(R&D)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역시 5나노 라인을 구축 중이다. 3나노부터는 GAA(Gate-All-Around) 공정을 도입할 방침이다. GAA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차세대 기술이다.
◆UMC·DB하이텍, ‘8인치 부활’에 웃는다 UMC는 TSMC와 함께 대만 파운드리 쌍두마차다. 지난 1분기 시장점유율 7.4%를 차지하며 4위에 올랐다. 글로벌파운드리(7.7%)가 주춤한 사이에 격차를 좁혔다. 3위 탈환이 눈앞이다. UMC는 1분기 영업이익 34억1400만대만달러(약 1404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손실 15억9700만대만달러와 비교하면 대폭 성장한 것이다. 8인치 수요가 되살아난 영향이다.
UMC의 주력 라인은 40나노, 60나노, 90나노 등이다. 8인치 웨이퍼 비중인 큰 만큼 미세공정이 필요하지 않다. 지난해 UMC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의 5G 스마트폰 영상신호프로세서(ISP),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DDI 등을 수주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12인치 비중도 늘려가며, 매출처 확대를 노린다. UMC는 올해 설비투자(CAPEX) 85%를 12인치에 쏟는다.
8인치 부활이 반가운 건 DB하이텍도 마찬가지다. DB하이텍은 지난해 연간 매출액 8074억원, 영업이익 1813억원을 달성했다. 각각 21%, 60% 상승한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DB하이텍은 전력반도체와 센서 수요 견조세를 실적 개선 이유로 꼽았다.
주목할 부분은 수출이 급증한 점이다. 2017년 4572억원, 2018년 5190억원, 2019년 6322억원이다. 중화권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의 주문이 밀려든 덕분이다.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웨이퍼 8만9641장으로 전년(4만8682장)대비 곱절이 됐다. DB하이텍은 공장가동률을 100%로 끌어올려 대응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아직 발표 전이지만,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 5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년동기(224억원)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트렌드 변화, 전기차 시장 개화 등으로 파운드리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대만과 국내 업체들의 분전이 돋보인다”며 “주요 업체들이 라인을 늘리고, 첨단공정 전환에 나서는 만큼 파운드리 시장은 양과 질 모두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코로나19다.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 사태가 파운드리 상승세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코로나19 전에는 파운드리 시장은 대폭 성장할 예정이었지만, 올해 매출 6.8%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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