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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EUV 효과 톡톡…파운드리 ‘성장’·D램 ‘초격차’

[디지털데일리 김도현기자]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선제 도입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은 성장동력을, 메모리는 선두 수성 발판을 마련했다.

25일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에 EUV 공정을 적용, 1세대(1x) 10나노급 DDR4(Double Data Rate 4) D램 모듈 100만개 이상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품은 고객사의 평가를 완료했다. 이는 PC 제조사, 서버 업체 등의 검증을 통과했다는 의미다.

EUV는 파장 길이가 13.5나노미터(nm)로 최신 공정에 활용된다. 이전 공정에 사용되는 불화아르곤(ArF) 대비 14배 짧다. 짧은 파장 덕분에 미세한 회로를 그리는 데 적합하다. 얇은 붓을 쓰면 섬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EUV 갖춘 삼성,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격차↑
삼성전자는 4세대(1a) 10나노급 D램(DDR5/LPDDR5)부터 EUV 공정을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10나노급 D램은 집적도(회로 간 선폭)가 10나노대라는 의미다. 10나노급 D램은 공정에 따라 1세대(1x), 2세대(1y), 3세대(1z)로 구분된다. 각각 10나노대 후반, 중후반, 초중반 정도다. 1a는 1z 다음 단계다.

D램은 낸드플래시와 달리 적층이 어렵다. 별도의 캐패시터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로 선폭을 줄여 성능 및 효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회로의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신호처리 속도 향상 ▲동작 전압 및 대기 전압 감소 ▲웨이퍼당 D램 생산량 증가 등의 이점이 생긴다. 공정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EUV 도입이 필수인 이유다. 삼성전자는 “EUV를 이용해 만든 1a D램은 1x보다 12인치 웨이퍼당 생산성을 2배 높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사업장에 D램 전용 EUV 라인을 만들고 있다. 해당 라인은 올해 하반기 가동 예정이다. 현재 클린룸을 구축하는 등 양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모리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아직 EUV 라인이 없다. 이미 EUV 기반 제품을 생산한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EUV 라인을 구축, 1a D램 양산시 활용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EUV 도입을 무기한 연기했다. 6세대(1c)까지는 이머젼(immersion, 액침) 멀티 패터닝 공정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기존 ArF 기술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EUV 선제 도입, TSMC 추격 발판 마련
삼성전자의 EUV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출발했다. 대만 TSMC가 7나노 공정을 선제 도입하자, 삼성전자는 EUV 공정을 먼저 적용해 반격했다. 이때부터 축적된 EUV 경험이 D램 양산 적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파운드리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는 EUV를 계기로 확실한 2위로 올라섰다. TSMC와의 양강체제를 구축한 셈이다. 7나노 이상 기술을 갖춘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TSMC도 발 빠르게 EUV 라인을 갖추면서, 양사는 EUV 장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EUV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사다.

7나노부터 시작된 양사의 나노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TSMC는 오는 4월 EUV 기반 5나노 제품 양산에 돌입한다. 5나노는 7나노 대비 전력효율과 성능이 각각 25%, 10% 향상된다. 로직 면적은 25% 줄어든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사업장에 EUV 전용공장 ‘V1’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5나노 라인이 구축되고 있다. 협력사들에 주요 설비를 발주한 상태다. 상반기 내 라인을 완공하고, 이후 테스트 생산, 수율 개선 등 안정화 작업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르면 연내 가동이 예상된다.

최근 양사는 나란히 퀄컴의 5세대(5G) 이동통신 모뎀 칩 ‘X60’ 공급 계약을 따내면서, 맞불을 놓았다. TSMC와 삼성전자는 X60에 EUV 기반 5나노 공정을 도입할 방침이다. 올해로 애플과 TSMC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독점계약이 끝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015년 TSMC가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기술을 앞세워, 2020년까지 아이폰 AP 독점 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2020년 1분기 파운드리 시장점유율 54.1%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4분기보다 1.4% 올라, 경쟁사와의 차이를 벌렸다. 2위 삼성전자는 15.9%다. 삼성전자는 EUV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양사 뒤로는 미국 글로벌파운드리(7.7%), 대만 UMC(7.4%), 중국 SMIC(4.5%) 등이 이었다.

<김도현 기자>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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