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쓱(닷컴)’에 이어 ‘(롯데)온’이 뜹니다. 롯데쇼핑이 28일부터 롯데 7개 쇼핑몰 데이터를 통합한 온라인몰 ‘롯데온(ON)’의 출범을 알렸습니다. 신세계그룹이 지난해 쓱닷컴으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본격 발을 들였고 롯데도 시장 진입이 예상된 바 있는데요. 업계발로 그동안 수차례 롯데의 이커머스 기업 인수설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자체 역량을 앞세운 시장 진입을 선택했습니다.
이커머스 업계는 롯데온 출범에도 의외로 담담합니다. 쓱닷컴이 밀고 들어왔지만, 기존 이커머스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경험 때문일까요. 분명 동요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물론 1년 정도는 롯데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고객 DB 운용 관건…배송 차별화에도 관심
롯데쇼핑은 백화점, 마트 등의 7개 쇼핑몰의 3900만 기존 회원 데이터를 분석, 롯데온에서 최적의 이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입장입니다.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 입점 판매자와도 상생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을 거점으로 활용한 적시배송도 적극 도입합니다.
업계에선 롯데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 파편화를 시장 진입의 걸림돌로 꼽았습니다. DB 개발·운용 역량이 이커머스의 역량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판매자에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철저하게 ‘소비자 효용’ 측면에서 접근해야 성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더했습니다.
쿠팡을 선두로 이커머스가 차별화 경쟁력으로 꼽는 배송도 롯데온이 어떻게 소비자들 만족시킬지도 눈길이 쏠리는데요. 롯데온에서 주문 후 1시간에서 1시간30분 내로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바로배송’ 시스템을 선보입니다. 지역거점인 롯데마트를 활용한 배송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롯데백화점에서 퀵 배송의 개념을 더한 바로배송도 준비합니다. ◆‘쩐의 전쟁’ 벌일까
업계가 보는 이커머스 시장 최대 변수는 ‘쩐의 전쟁’입니다. 쇼핑몰이 구설수에 올라도, 업체가 갖은 전략을 앞세워도 돈 앞에선 장사가 없었습니다. 돈을 태운 쿠폰 마케팅에 이리저리 쏠리는 것이 상당수 이커머스 고객들입니다.
과연 롯데온이 쩐의 전쟁을 벌일까요. 롯데쇼핑이 사업재편과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치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쿠팡을 겨냥한 것으로 짐작되는 “매년 적자를 내는 기업과는 경쟁할 생각이 없다”는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지면서 당장 롯데온 주도의 쩐의 전쟁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더 무서워
이커머스 업계에 ‘롯데온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으면 자연스레 네이버 이야기가 나옵니다. 롯데온보다 네이버쇼핑이 더 무섭다는 것인데요. 네이버쇼핑은 포털 내 상품 검색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까지 한 번에 흐름이 이어지면서 무섭게 성장 중입니다.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2019년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20조원을 넘겼습니다. 네이버가 2020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지표로는 지난 1분기 처음으로 네이버페이 거래액이 5조원을 돌파했습니다. 1분기 네이버쇼핑 내 스마트스토어 거래액도 전년동기 대비 56% 성장했네요.
네이버는 온라인에서 태어나 성장한 기업입니다. 한마디로 ‘온라인 오리지널리티’를 지녔는데요. 데이터를 다루는 기술력도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도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2년여 준비해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롯데온보다는 네이버를 준비된 기업으로 보는 게 이커머스 업계의 시각입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컨콜에서 “1분기에 브랜드 스토어를 30개 오픈했다. 올해 200개 달성을 목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LG생활건강이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를 내고 CJ대한통운과 협력해 밤 11시30분까지 주문하면 24시간 내 배송하는 서비스에 나섰는데요. 브랜드 스토어 기반 첫 물류 협력입니다.
네이버는 앞으로 물류 협력을 늘려갈 계획인데요. 쿠팡을 위협할만한 배송 서비스까지 가능하다면 네이버쇼핑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질 것으로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업계 예상대로 롯데온보다는 네이버일까요. 향후 두 회사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