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전이 2차전에 접어들었습니다. 초반에는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 아마존 훌루가 뒤쫓는 형국이었다면, 지금은 디즈니 애플 워너미디어 등 쟁쟁한 기업들이 참전하며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한국의 웨이브와 티빙 등 전 세계 로컬 OTT들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입니다.
공룡들의 격전지가 된 OTT 시장이지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OTT로만 돈을 버는 사업자는 넷플릭스가 유일합니다. 디즈니는 역사적인 콘텐츠 맹주이고 애플은 잘 나가는 아이폰 제조사이죠. 대형 미디어 또는 디바이스 업체가 부가서비스 개념으로 OTT 사업을 벌이는 것과 넷플릭스의 접근법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넷플릭스는 방송사나 영화사와 계약을 맺고 구작을 구매해 단순 플랫폼 서비스를 했습니다. 하지만 계약이 갱신될 때마다 이들이 요구하는 금액이 커지자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을 위해 대안을 찾게 됩니다.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바로 ‘오리지널’ 전략입니다. 이 무렵부터 넷플릭스는 콘텐츠에 매해 막대한 투자를 합니다.
문제는 여기에 시간과 비용이 아주 많이 들어간다는 겁니다. 디즈니가 OTT 진출을 결정했을 때 시장의 기대가 컸던 이유는 하루아침에 얻기 힘든, 수십 년 동안 쌓아온 막강한 콘텐츠 경쟁력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규모는 2014년 28억달러에서 지난해 150억달러로 5배 급증했습니다. 한해 투자는 연매출액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한마디로 넷플릭스는 번 돈 대부분을 콘텐츠에 다시 투자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일일까요? 지난해 기준 넷플릭스의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35억달러입니다. 장기부채는 전년(103억달러)보다 34억달러 더해진 14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과도한 부채를 지면서 연일 돈을 태우고 있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업계는 그러나 넷플릭스가 당분간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앞으로 2~3년 후에는 대형 플랫폼들의 난립으로 출혈 경쟁이 벌어지면서 콘텐츠 비용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디즈니는 OTT 시장에 나서면서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일부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오리지널 자산의 중요도가 갈수록 커지는 이유입니다.
아직은 잠재 수요가 많다는 판단도 주효합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모두 공략 대상으로 봅니다. 이영호 콘텐츠웨이브 매체전략부장은 이 점을 들어 “광역 인터넷에 연결된 가망 고객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통틀어 4억9100만가구”라고 관측했습니다. 넷플릭스 유료가입자가 1억7000만명임을 감안하면 시장 초기 단계라는 거죠.
넷플릭스의 ‘올인’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업계 시각은 갈립니다.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콘텐츠 비용과 반대로 가입자 증가 속도가 느려지거나 경쟁 OTT에 주도권을 뺏긴다면 넷플릭스라 해도 재정 긴축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OTT 온리(Only)’ 사업자이니 한순간 존폐 위기까지 내몰릴지도 모릅니다.
넷플릭스가 돈을 쓰는 만큼 경쟁자들도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른 사업자들의 경우 지난해 기준 디즈니-폭스가 240억 달러, 컴캐스트가 210억 달러, 워너미디어가 140억 달러, CBS가 80억 달러, 아마존이 70억 달러를 콘텐츠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로 치닫다 보면 결국 치킨게임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국내 OTT들은 어떻게 될까요? 시장 규모상 글로벌 플랫폼들의 자본 경쟁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한류’라는 범아시아 문화 경쟁력이 있으니까요. 실제로 글로벌 OTT들은 늘어난 비용만큼 시장을 넓혀야 하는데 그래서 포화한 북미 시장 대신 아시아 지역에 관심이 많습니다.
넷플릭스는 이미 국내 CJ ENM·JTBC와 장기 콘텐츠 유통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 NBC유니버셜도 웨이브와 3년간 콘텐츠 결속을 맺었죠. 이들 제휴의 공통점은 이미 흥행한 한국 콘텐츠를 단기 계약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제작할 수 년치의 작품을 미리 사 간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한국 콘텐츠 수급 경쟁이 본격화될 수도 있겠습니다.
[권하영 기자 블로그=잇(IT)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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