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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백과] 위기의 알뜰폰 일병 구하기


이동통신사의 망을 도매로 사들여 재판매하는 알뜰폰 서비스가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알뜰폰은 포화된 시장임에도 불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선택약정할인, 보편요금제 추진 등 통신사들의 저가 요금제가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알뜰폰은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근 국민은행의 시장진입,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5G 서비스 등으로 알뜰폰 시장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는 ‘알뜰폰 백과’ 기획을 통해 알뜰폰 시장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향후 미래를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정부의 알뜰폰 정책이 시행된 지 꼬박 10년이다. 가계통신비 절감이라는 사명으로 시장에 투입된 알뜰폰은 작년까지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정부는 알뜰폰이 위기와 기회를 맞을 때마다 나름의 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해왔다. 하지만 정부 방침이 매 순간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태동 이후 승승장구하던 알뜰폰이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무렵부터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문제는 대상이 알뜰폰이 아닌 통신사였다는 점이다. 통신사들은 요금인하 압박에 따라 선택약정할인 폭을 기존 20%에서 25%로 상향했고, 보편요금제에 가까운 저렴한 LTE 요금제도 잇따라 출시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알뜰폰의 영향력을 대폭 줄어들게 했다. 통신사 중심으로 LTE 가입자가 빠르게 늘면서 3G 이하 요금제에 기반을 둔 알뜰폰이 밀려난 것.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통계에 따르면 그간 순증을 이어오던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는 2018년 기점 순감(12만7851명)으로 돌아섰다. 본격적으로 통신사에 가입자를 뺏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위기에는 알뜰폰 스스로의 개선이 부족했던 점도 한몫했다. 중소 사업자일수록 열악한 시스템상 고객 관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휴대전화 분실 신고와 같은 고객 민원 처리나 사후 서비스가 부족한 점은 고질적으로 꼽히는 문제였다. 공동 콜센터 구축 등 사업자 간 협업이나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등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지난해 4월3일 세계최초 5G 상용화는 또 다른 변곡점이 됐다. 통신사들은 5G 가입자를 선점하기 위해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공시지원금과 불법보조금 경쟁을 벌였고, 그 결과 5G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시장에 끼지 못한 알뜰폰이 위축된 것은 당연했다. 실제 5G 상용화 전후 알뜰폰 번호이동 수는 3월 4만3531명에서 6월 2만9510명으로 급감했다.

이에 정부는 결국 ‘알뜰폰 살리기’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2018년 12월 알뜰폰 및 통신사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협의회를 만들어 이듬해 9월 ‘알뜰폰 활성화 추진 정책’을 발표했다. 신규 LTE 요금제 도매제공을 확대하는 한편 망 도매대가도 인하하도록 했다. 도매대가는 통신사 망을 빌려 쓰는 알뜰폰이 내야 하는 임대 비용이다.

도매제공 확대 및 도매대가 인하는 가장 핵심적인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다. 100GB 구간까지 고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SK텔레콤 T플랜 요금제가 개방됐고, 저가 요금상품에 주로 적용되는 종량제 도매대가는 최소 2원대에 진입했다. 덕분에 알뜰폰은 다양한 저가 상품을 구성하고, 통신사 전유물이던 무제한·고용량 데이터 LTE 요금제도 속속 출시하게 됐다.

알뜰폰 사업자의 원가 절감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전파법 시행령을 개정해 알뜰폰이 올해까지 전파사용료를 면제받을 수 있게 했다. 현재 종료된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도매제공의무제도는 2022년 9월까지 재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알뜰폰의 5G 진출을 독려하기 위해 SK텔레콤의 5G 도매제공을 의무화하는 고시 개정도 준비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 역시 정부의 알뜰폰 활성화 기조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결과물이다. LG유플러스가 알뜰폰 1위 사업자였던 헬로모바일을 품에 안기 위해 다양한 인수조건이 부여됐다. 알뜰폰 상생을 위한 생태계 지원 책무를 비롯해 5G망 도매제공 확대 및 도매대가를 종전 75% 수준에서 66%로 인하하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이 금융과 통신의 융합혁신을 기치로 지난해 12월 알뜰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과기정통부는 리브엠에 알뜰폰 시장 활성화를 이끄는 메기 역할을 기대하는 한편 중소 알뜰폰의 생태계 교란으로 번지지 않도록 주시하고 있다. 기존 알뜰폰이 아닌 통신사와의 요금경쟁이 활발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부의 ‘알뜰폰 일병 구하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중저가 5G 요금제의 첨병으로 알뜰폰을 주목하고 있다. 향후 5G 중심으로 개편될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서 알뜰폰이 다시 낙오되는 일이 없도록 일찌감치 포섭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5G 저가 단말 확대 및 도매대가 추가 인하가 병행되지 않는 한 시기상조라는 해석도 나온다.

<권하영 기자>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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