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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지 칼럼

[취재수첩] 전세계 ICT 축제 삼킨 '코로나19'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코로나19 공포가 전세계를 뒤덮고 있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 나아가 경제까지 영향을 미치는 형국이다. 주요 각국은 중국과의 국경 출입문을 닫고 있으며, 항공‧관광산업 등은 직격탄를 맞았다. 정보통신기술(ICT)도 영향권에서 피해갈 수 없다.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국제적 우려 등을 고려해 글로벌 대표 ICT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0’ 행사 개최를 취소한다고 12일(현지시간) 전격 발표했다. MWC 개최 3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그야말로 유례없는 사건이다. MWC가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내 확진자 수는 아직 2명에 불과하나, 중국을 포함해 전세계 인파가 몰리는 최대 ICT 축제인 만큼 전염병 확산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GSMA는 2003년 사스 확산에도 MWC를 예정대로 개최했고, 2016년경 유럽 내 이슬람극단주의 테러사건 위협에도 무장경찰병력을 동원한 가운데 행사를 진행했다. 심지어 2017년 8월 개최 도시인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2018년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카탈루냐 독립 지위 시위도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MWC를 감행해 왔었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인텔, 아마존, 에릭슨 등 대형 기업들의 불참 선언 영향이 컸다.

MWC 취소에 기업들은 안도와 아쉬움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번 행사를 다녀온 인원은 최고경영자(CEO)라 하더라도 자가격리를 통한 재택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의사결정자와 주요 임원들의 업무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혹여나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소속 기업은 브랜드 가치 등을 포함한 다각적인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불참 행렬에 합류하기에는 거액의 위약금을 물고, 비즈니스로 이어질 수 있는 예정된 미팅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에 차라리 행사 자체가 취소돼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럼에도, ICT 기업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이 감돈다. 올해 MWC에는 2800여개 업체 10만9000여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2019년은 5G 준비단계였다면 올해는 성장의 원년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이번 전시회를 통해 혁신적인 서비스와 기술을 공유하고 실제 사업모델로 연결시킬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컸었다.

특히, 한국은 5G 세계최초 상용화에 이어 가장 빠르게 5G를 확산하고 있는 국가다. 경쟁사 동향을 파악하는 동시에, 5G 레퍼런스를 활용해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삼성전자‧LG전자‧통신3사 등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까지 시장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전염병 확산 우려 속에서 MWC 본행사뿐 아니라 참여 인원들도 제한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가능성이 커져 버렸다. 결국 GSMA와 스페인 정부도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뒤로 하고 안전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업계에서는 MWC를 통한 GSMA 수익과 스페인 지역경제 효과로 약 61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은 예상치 못한 전염병으로, 한국의 기술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자리를 놓쳤으나 기회는 또 온다. 한국이 꽃 피운 5G와 ICT를 해외시장에 자랑스럽게 내놓을 때를 대비하면서, 우선은 아쉬움을 달래고 코로나19 소강을 기도해 본다.

<최민지 기자>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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